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한)

전횡(田橫): 중국역사상 유일한 무사집단자살사건

중은우시 2009. 8. 11. 16:40

글: 곽찬금(郭璨今), 허휘(許暉)

 

중국역사상 충성이나 의리로 인하여 자살한 사례는 아주 많다. 그러나, 한 사람이 자살한 후, 500여명이 그를 따라 집닩살한 경우는 역사상 딱 한번 나타난다. 그는 바로 전횡(田橫)이다.

 

진(秦)나라 말기의 난세에 실력있는 지방호족들은 속속 기치를 내걸고 일어서서, 천하를 차지하고자 싸웠다. 적현(狄縣) 사람인 전담(田)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 제왕(齊王)에 오른다. 진나라의 대장 장한(章邯)이 병사를 이끌고 토벌하러 왔고, 전담을 죽여버린다. 전담의 당제인 전영(田榮)은 전담의 아들인 전불(田巿)을 제왕으로 옹립한 후, 스스로 승상의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동생 전횡을 대장으로 삼아 제나라땅을 평정한다.

 

항우는 진나라가 멸망하고 천하가 평정된 후 제후들을 대거 책봉하는데, 그중 전불은 교동왕(東王)에 봉하여 교동(東)으로 가게 한다. 그리고 항우를 따라 제나라로 들어왔던 제나라의 대장 전도(田都)를 제왕(齊王)에 봉한다; 그리고 항우에게 투항했던 전안(田安)을 제북왕(濟北王)에 봉한다. 전영은 당시 항우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초나라와 조나라를 도와서 진나라를 치는데 가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왕에 봉해지지 못한다. 이렇게 하여 전영은 항우에게 원한을 갖게 된다. 마침 조(趙)나라의 대장 진여(陳余)도 실직으로 왕에 봉해지지 못한다. 전영은 이 기회를 틈타서 진여로 하여금 병력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키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전불에게는 교동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병력을 일으켜, 항우가 새로 봉한 제왕 전도를 공격하게 하여 국면을 어지럽힌 후, 그 와중에서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도는 전영을 이길 수 없어서, 초나라로 도망친다; 전불은 강대한 항우가 두려워, 감히 항우의 책봉을 거부하지 못하고, 전영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사람을 데리고 몰래 교동으로 도망쳐서 교동왕의 자리에 앉는다. 이는 전영의 계획을 무산시킨 것이다. 전영은 대노하여, 병력을 보내어 전불을 추살하고, 다시 제북왕 전안을 공격해서, 전안도 죽여버린다. 그리하여 전영은 스스로 제왕의 자리에 앉는다. 항우가 봉했던 제나라땅의 3명의 왕이 보유했던 지역을 모조리 차지해버린다.

 

항우는 전영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자, 대노했다. 그리하여 병력을 일으켜 제나라를 치러 간다. 전영이 어찌 항우의 적수가 되겠는가? 그는 패전한 후 피살당한다. 항우는 원한을 풀기 위하여, 아방궁을 불태운 것처럼, 제나라의 성곽을 모조리 불태워없앤다. 그가 지나는 곳은 모두 대거 도살이 벌어진다. 이렇게 되자 제나라 사람들은 속속 반란에 가담하게 되고, 전횡이 여러 사람들의 존겨을 받고 있었으므로, 제나라의 반란군들은 모두 그의 휘하로 몰려든다. 이렇게 수만명이 모여, 항우에 대항하게 된다.

 

한왕 유방은 항우가 멀리 제나라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을 보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끄는 제후를 데리고 항우의 근거지인 초나라를 공격한다. 항우는 양쪽을 모두 돌볼 수가 없게 되어, 할 수 없이 전횡을 풀어주고, 바로 병사를 되돌려 유방과 전투를 벌인다. 전횡은 제나라의 성곽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영의 아들인 전광(田廣)을 제왕으로 옹립한 후, 자신은 승상이 된다. 국가의 대소사는 모두 전횡이 결정한다.

 

3년후, 유방은 한편으로 역이기(酈食其)를 제나라에 사신으로 보낸다. 그리하여 전광과 전횡을 설득하여 한나라에 귀순하도록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장 한신에게 병력을 주어 제나라로 출발하게 한다. 만일 전광과 전횡이 귀순에 동의하지 않으면, 바로 진격하려는 것이다. 전횡은 유방의 세력이 갈수록 커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네나라는 세력이 약소하므로, 귀순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제나라는 역하(歷下)의 국경방어를 풀고 한나라에 우호적인 제스추어를 취한다. 누가 알았으랴. 한신은 스스로의 말을 뒤집고, 아무런 방어도 하지 않는 역하(歷下)를 점령한다. 그리고 급습을 통하여 제나라의 도성인 임치를 점령한다.

 

전횡은 대노한다. 역이기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바로 역이기를 가마솥에 삶아버린다. 그 후에 병력을 4로로 나누었다: 제왕 전광은 동쪽으로 고밀로 가고; 전횡 자신은 박지로 도망하고; 전광은 성양으로 도망가고; 장군 전기(田旣)는 교동을 지킨다. 초나라는 용차(龍且)로 하여금 병력을 이끌고 제나라를 구하게 보낸다. 용차와 전광은 고밀에서 만나고, 한나라병사들과 마주하고 대치한다. 한나라 장수 한신과 조참은 용차와 전광의 연합군을 격파하고, 용차와 전광을 죽여버린다. 관영은 전광을 포로로 잡는다. 전횡은 박지에서 전광이 이미 죽었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제왕에 오른다. 그리고 병사를 되돌려 관영을 공격한다. 그러나 관영에게 패배한다. 진횡은 할 수 없이 계속 도망친다. 중립국 양국(梁國)으로 도망쳐서 팽월(彭越)에 귀순한다. 조참은 병력을 계속 진군시켜 전기를 죽인다. 그리하여 제나라는 마침내 평정되고, 한신이 대제왕(代齊王)에 오른다.

 

1년후 유방은 한우를 물리치고, 한나라가 정식으로 건립된다. 한고조 유방은 팽월을 양왕(梁王)에 봉한다. 팽월은 더 이상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 전횡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500여명의 부하를 데리고 동쪽의 바다로 가서, 바다위의 작은 섬에 주둔한다. 유방은 마은 속으로, 전횡형제는 제나라에 기반이 든든하므로, 지금 뿌리뽑지 않으면, 나중에 전횡이 섬에서 실력을 키워 다시 돌아왔을 때, 화근을 남기는 것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사신을 보내어 전횡의 죄를 사해주고, 그에게 조정으로 들어와서 관직을 맡으라고 한다.

 

전횡은 이를 사양하며 이렇게 썼다: "내가 폐하의 명을 받는다면, 바로 역이기의 동생인 역상(商)과 함께 조정에서 일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형을 가마솥에 삶아버렸다. 나는 역상이 나를 괴롭힐 것이 두렵다. 그래서 감히 조서를 받들지 못하겠다. 폐하께서는 내가 평민의 신분으로 이 해상의 섬을 평생 지키도록 허용해주십시오."

 

사신이 돌아와서 보고하자, 유방은 역상에게 조서를 내려서 이렇게 말한다: "전횡이 곧 입조할 것인데, 누구든 감히 그나 그의 시종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즉시 멸족시키겠다!"

 

사자는 두번째로 섬에 도착한다. 유방의 조서를 전횡에게 읽게 한다. 그리고 유방의 말을 전한다: "전횡이 입조하면 크면 왕에 봉하고 적어도 후에는 봉할 것이다. 만일 입조하지 않으면, 대군을 보내어 일족을 멸문시키겠다."

 

전횡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할 수 없이 두 명의 문객(門客)을 데리고 낙양으로 간다.

 

전횡의 일행은 낙양에서 삼십리 떨어진 시향(屍鄕)이라는 역참을 지나게 된다. 시향이라는 이름은 아주 기괴했다. 마치 전횡이 마치 이곳에서 바로 시신으로 변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같았다. 전횡은 사신에게 말한다. "신하가 천자를 만나는데, 당연히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그리고는 그 역참에서 잠시 머물게 된다. 전횡은 두 문객에게 말한다: "원래 나와 한왕은 모두 국군이므로 맞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한왕이 황제가 되었고, 나는 신하로 자처해야 한다. 이것은 정말 크나큰 치욕이다. 하물며 나는 역상의 형을 가마솥에 삶아죽였다. 현재 그 동생과 함께 조정에서 일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비록 역상이 천자의 조서가 두려워 감히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이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폐하가 나를 입조하라고 조서를 내렸으니 그것은 내 얼굴을 한번 보자는 뜻일 것이다. 현재 폐하는 낙양에 있고, 여기서 30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나의 머리를 자른 후에 낙양으로 보내더라도 아직 썩지는 않을 것이다. 폐하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전횡이 칼을 뽑아 자결한다. 두 문객과 사신은 말을 달려 낙양으로 간다. 유방은 전횡의 살아있는 듯한 머리를 보자,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 전횡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형제 세 명이 포의로 시작하여, 모두 제왕을 지냈으니 정말 현인이다." 유방은 두 문객을 모두 도위로 삼고, 전횡은 제후왕의 예로 장례를 지내게 해준다.

 

장례가 끝난 후, 두 문객은 전횡의 묘 옆에 두 개의 구멍을 파고 구멍안에 누워서 차례로 자살을 한다. 유방이 사람을 보내어 섬에 있는 나머지 오백명을 입조하도록 명하였는데, 그들은 전횡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모두 자살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