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맹헌실(孟憲實)
무덕9년 6월 4일, 아침, 모든 것은 정상처럼 보였다. 이건성(李建成)과 이원길(李元吉)은 만나서, 동쪽에서 현무문으로 다가갔다. 이건성이 비교적 방심했던 이유는 현무문이라는 이 중요한 장소를 지키는 장군이 자기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현무문을 지키던 장군들이 눈 앞에서 일어난 전투에 대하여 관망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있고, 이세민(李世民)을 따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태자를 위하여 목숨걸고 나서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줄은. 그중, 그 날 현무문을 지키던 당직인 상하(常何)는 바로 이세민이 태자진영에서 빼내온 장군이었는데, 이 날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서의 기재에 의하면, 이건성은 임호전(臨湖殿)에 도착했을 때, 뭔가 낌새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즉시 말을 몰아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이세민이 나타난 것이다. 이세민은 큰 소리로 이건성을 불러세웠다. 우리는 이세민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큰 전투가 벌어지려는 순간에 이세민이 더욱 여유있었을 것이다. 이건성과 이원길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세민의 복병이 출현하고, 모두 완전무장상태였으며, 살기등등했던 것이다. 이원길은 먼저 화살을 꺼냈다. 그러나 너무 긴장했었다. 비록 형제간에 반목이 심했고, 세불양립이기는 했지만, 이런 장면은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원길은 화살을 제대로 쏘지를 못했다. 시위도 당겨지지 않았고, 화살도 활에 끼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세민이 침착했다. 화살을 하나 쏘았고, 화살촉은 바로 이건성의 목을 꿰뚫었으며, 이건성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이 화살은 이건성이 비록 정신이 없어 제대로 방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저 화살소리만 듣고 이어서 화살끝이 바람소리와 함께 자기를 향하여 직접 날아왔다. 바로 그 순간, 이건성은 자신의 목이 꿰뚫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눈은 분명히 부릅뜨고 이세민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바로 자기의 친동생이면서 자기의 정치적 적수를. 바로 이순간 그는 활시위를 당기고 활을 쏘는데, 아주 숙련된 자세와 동작이었고, 가볍고 깔끔했다. 이건성은 죽으면서도 몰랐을 것이다. 이세민의 궁술이 왜 그렇게 뛰어난지를. 이것은 현무문사건의 첫번째 화살이며, 이세민이 친히 쏜 것이다. 이 화살을 바로 대세를 결정하였고, 가장 중요한 상대방을 제거하게 된다.
이세민의 첫번째 화살이 현무문의 침중한 아침공기를 가르는데 뒤이어, 이세민의 복병들이 화살을 한꺼번에 쏘았다. 이원길은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진다. 이건성과 이원길은 비록 데리고온 시위들이 적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무더기는 되었다. 그들도 반격을 시도했다. 쌍방의 혼전은 시작되었고, 아래와 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세민의 말은 놀라서, 숲속으로 도망쳐 들어가다가 나뭇가지에 걸리게 된다. 그리하여 말고 사람이 모두 꼼짝못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것은 이세민이 마땅히 해야할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첫번째 화살을 쏜 후에 자기도 결과에 놀라버렸다. 큰 형님 이건성의 눈은 아마도 전혀 깜박거리지도 않고 그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큰 형의 목에 자기가 쏜 그 화살이 박혀있는 것을 보았고, 한 마디도 못하고 말에서 떨어지고,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친형제는 자기의 그 화살에 완전히 명을 거둔 것이라는 것을. 그의 내심은 복잡했을 것이다. 마음 속이 아마도 어지러웠을 것이다. 그러다가 말을 제대로 통제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말은 이미 나뭇가지에 걸려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그 자신도 몸을 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더욱 생각지 못했던 것은 그의 말이 달려간 곳이 바로 이원길에게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는 것이다. 이원길은 이 광경을 보자 즉시 달려왔고, 그는 이세민의 활과 화살을 들고, 활시위로 이세민의 목을 졸라죽이려고 시도했다. 쌍방이 육박전을 벌이고, 위기일발의 순간에 위지경덕(尉遲敬德)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이원길은 인원수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것을 보고는 몸을 돌려 도망쳤다. 그는 무덕전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위지경덕은 당연히 그냥 놓아줄 리가 없었다. 즉시 그의 등에서 활을 뽑아 화살을 쏘았다.
이것은 현무문사변의 두번째 화살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화살이다. 이 화살은 이건성진영의 제2인자를 처리한 것이다. 위지경덕과 이원길은 천하에서 긴창을 가장 잘 쓰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결전의 순간에 긴창은 없었고, 화살만 있었다. 당초, 이원길은 자기 손으로 위지경덕을 죽여버리겠다고 맹서한 바 있다. 그는 아마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이원길의 인생 마지막 모습이다. 화살이 소리를 내면서 이원길의 몸에 깊숙이 박혔다. 이원길의 머리는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위지경덕은 전쟁터의 노장이다. 그의 화살 하나로 이원길을 죽인 후, 이원길의 머리를 조용히 취했다. 당연히 이건성의 머리도 취했다. 이세민과 그의 복병은 함께 신속히 현무문으로 진입했다. 오래지 않아, 동궁(東宮, 이건성)과 제왕부(齊王府, 제왕은 이원길)의 병사들이 현무문으로 쫓아왔고 현무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세민의 진왕부는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동궁의 설만철(薛萬徹)이 진왕부를 치러가자고 소리칠 때, 현무문의 문위에 있던 장병들은 아주 긴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진왕부는 아주 쉽게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위지경덕은 적시에 이건성과 이원길의 머리를 높이 걸었다. 그들의 수하사병들에게 이미 우두머리가 죽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계속 싸워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그래서 현무문을 공격하던 이건성, 이원길의 부대는 흩어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현무문사건의 가장 놀라운 장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우리는 실제로 현무문사건의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한 정보가 없다. 즉, 이런 일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일어났느냐는 것이다. 당연히 현무문 부근일 것이다. 그러나, 현무문의 바깥인지, 아니면 안쪽인지? 많은 영화들에서는 현무문사건이 문안에서 일어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이세민이 현무문의 안에 복병을 매복시켰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투는 현무문의 바깥에서 일어났다. 첫째, 이건성은 이세민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낌새를 알아차렸고, 말머리를 돌렸다. 이세민이 바로 나타나서 이건성을 불러세웠다. 만일 현무문 안이라면, 이건성은 낌새를 채더라도 말머리를 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이 이미 닫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원길은 무덕전으로 도망치려고 했다는 것인데, 이를 감안하면 현무문 밖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셋째, 동궁과 제왕부의 사람들이 도망쳐 가고, 다시 동궁과 제왕부에서 지원부대를 금방 끌고 왔는데, 이것도 사건이 발생한 곳이 현무문 바깥이라는 방증이 된다. 왜햐마녀, 현무문의 수비장수들은 이 때까지는 아무도 이건성의 편에 서지 않았는데, 현무문 안까지 들어왔다면 다시 현무문 바깥으로 일부라도 도망쳐 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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