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분석/중국역사의 분석

중국의 황제꿈

중은우시 2006. 12. 20. 02:02

작자: 아모박객(阿慕博客)

 

고대 중국은 신분이 고정되지 않은 나라였다. 중세기의 유럽처럼 귀족은 귀족, 농민은 농민으로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것과는 달랐다. 중국의 일반 백성은 어떤 때는 황제자리까지 넘보았다. 농사짓던 진승은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느냐"고 말한 바 있고, 소소한 정장(현재의 파출소장정도)에 불과한 유방이 진시황이 순시하는 것을 보고, "대장부라면 저 정도는 되야지"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제왕의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었다. 기회만 있으면, 사람을 모아서 운을 시험해보곤 했다. 조조가 말하기를, 자기가 없었다면, 도대체 몇명이나 황제를 칭하고 왕을 칭했을지 모른다고 한 바 있다. 확실히 그렇다. 그가 과장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리나 짜고 신발이나 팔던" 유비가 사천을 차지하고 황제가 되었다. 시대가 혼란스러울 때도 이랬지만, 시대가 태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태평성대라고 과장되게 얘기되는 강건성세(강희, 건륭의 성세)에도 매년 수십, 수백의 왕을 칭하고, 황제를 칭하는 역모사건이 나타났다. 어디서 나온 무슨 교이건 무슨 문이건, 수백명의 신도만 있으면 문을 걸어잠그고 구들장위에 서서 황제로 칭하고, 삼궁육원의 후궁과 승상, 장군을 임명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체로 해방후까지 계속되었고, 개혁개방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조금 좋아졌다. 대체로 정보가 발달하면서 어떤 미친 놈이 황제를 칭하더라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아무도 따르지 않았으며, 그저 미친 놈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들어서는 황제를 칭하는 사건을 거의 들어볼 수 없다.

 

황제사건이 없어졌다고 하여, 황제의 꿈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텔리비전만 켜면, 황제 드라마가 아닌가. 무슨 왕조, 무슨 제국, 무슨 천자, 무슨 대제, 끝이 없다. 거기에 무슨 태후, 황후와 총비까지, 마치 텔레비전을 황제집안이 전세낸 것같다. 황제드라마가 많은데에는 원인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시청율이 높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요소일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이 보기 좋아하는 것이다.

 

당연히, 황제드라마를 안 찍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황제드라마를 잘 본다고 하여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밀집된 것이 이정도에 달하였다는 것은, 거의 세번 채널을 돌리면 하나는 황제를 보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정상은 아니다. 특히, 스크린에서의 황제는 거의 나쁜 사람이 없다. 하나같이 풍류적이고 재능과 외모가 뛰어나고, 가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저지르는 작은 잘못을 저지르는 아주 귀여운 스타일의 황제이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이런 상황은 최소한 이 민족이 황제에 대하여 지나친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애정은, 조금이라도 권세있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어간다면, 행동으로 나타날 때, 조금만 주의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개 진정부의 청사가 천안문처럼 짓기도 하고, 자그마한 현정부가 열병을 하면서, "동지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도자동지 안녕하십니까"라고 소리치는 광경이 나오는 것이다. 눌러도 눌러도 최고지도자를 따라하는 자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토황제 노릇을 하다가 결국 목이 잘리는 경우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평민백성은 권세도 없고, 용기도 없지만, 그러나 황제를 좋아하는 것은 골치아프다. 최소한 자기의 상사를 황제로 여기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말하는대로 따르고, 많은 토황제들이 발호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면에서 아랫사람들이 스스로 무릎을 꿇기 때문이다. 뭐라고 하더라도, "예" "예"라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이든지 간에, 중국의 이런 문화적 분위기하에서는 황제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나, 황제를 따르는 사람이나 본질상으로는 같다. 권세만 있으면 위세를 부리고, 스스로 황제라고 느끼는 것이다. 권세가 없으면 머리를 숙이고 그저 따르는 것이고, 그저 신하가 되는 것이다. 황제와 신하간에는 감각의 전환이 매우 신속하다. 아침에는 들판에서 일하다가도, 저녁에는 천자의 용상에 앉을 수 있다. 거꾸로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심한 것은, 신하일 때는 뒤에서 '황제'에 대하여 온갖 욕을 해대다가도, 자기가 황제가 되기만 하면, 자기가 욕하던 일들을 그대로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전의 황제보다도 더 악독하다. 하루만에 천하의 모든 염복과 구복을 다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편집인이나 감독의 문제점은 많지는 않다. 모아보면 그저 하나가 된다. 시청률을 너무 중시한다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정신적인 식량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대부분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그들도 황제가 백성들에 대하여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그렇게 경건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 것이다. 편집인이나 감독이 되면 '볼거리'를 찾아서 임의로 조작한다. 그들의 눈에는 제왕장상의 역사는 진흙으로 만드는 여자인형처럼, 마음대로 화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둥글게도 네모나게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조금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앞에 "희설(戱說)"이라는 말을 붙인다. 그러나 양심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공공연히 '정극(正劇)"이라고 하거나 역사를 존중한다고 말한다. 사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황제가 어떤 것인지 알 고 있을 것읻. 그러나, 시청률과 관객동원을 위하여 이를 악물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원인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그들이 찍고 싶어하는 것을 못찍게 할 수도 있고, 찍을 수 있는 주제가 그다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해롭지도 않으면서 시청률이 높은 것은 당연히 사람들이 몰리는 황제나 공주일 것이다.

 

영화 티비는 대중문화의 주요한 전파 채널이다. 지금 황제드라마는 이미 1세대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진짜로 믿고 있다. 황제의 이미지는 높고 클 뿐아니라 갈수록 귀엽고 친근해진다. 하나같이 좋은 아들, 좋은 손자, 좋은 남편, 좋은 애인 겸 좋은 아버지이다. 과거에 어떤 편집이 시골사람들이 벼를 베면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은 황제가 벼를 벤다면 아마도 금으로된 낫을 쓸 거야.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웃기는 소리, 황제가 벼를 벨리가 있나.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수박이나 먹고, 파초부채나 흔들겠지. 지금은, 우리의 드라마에서 황제의 이미지는 이미 신단에서 걸어내려와 인성화하는 과정에 있고, 과거의 시골사람들이 얘기하던 모습과 비슷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우리가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옛날 시골사람이 말하던 황제도 황제이다. 역시 생사대권을 가진 독재권력읻. 이런 황제는 무슨 좋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