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과 문학/시련취화

해진(解縉)과 영락제(永樂帝)

by 중은우시 2006. 3. 7.

해진(1369-1415)은 명나라 초기의 유명한 천재이다. 그는 뛰어난 재치와 글재주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많이 남겼는데, 영락제와의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다음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영락제가 어느날 갑자기 해진을 만나서 이렇게 말했다.

"경은 알고 있느냐. 어제 저녁에 궁중에 기쁜 일이 있었는데....시를 하나 지어보거라."

해진은 기쁜 일이 있었다는 말만 듣고, 아마도 황후가 아들을 낳았나보다고 생각을 하고는 얼른 싯구를 하나 지었다.

 

군왕작야항금룡(君王昨夜降金龍)

임금님께 어제 저녁에 황금색 용이 내려왔네 

 

황자를 금룡에 비유한 것이므로 원래 좋은 뜻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영락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공주를 낳았어..."

그러자, 해진은 눈을 한번 굴리고는 얼른 다음과 같이 싯구를 이어갔다.

 

화작상아하구중(化作裳娥下九重)

상아(달에 산다는 선녀)로 변신하여 구중궁궐로 내려왔네.

 

'화(化)'를 교묘하게 사용하여 아들을 딸로 만들어버렸고, 이어지는 것에 흠이 없었다.

영락제는 원래 해진을 놀려주려고 시작한 것이었으므로 고의로 탄식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쉽게도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렸어"

해진은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던 것처럼 싯구를 이었다.

 

요시인간유부주(料是人間留不住)

생각해보니 인간세상에 머물수 없겠구나

 

영락제는 다시 말했다.

"이미 사체는 연못속에 던져 버렸어"

그러자 해진은 바로 다음 구를 읊었다.

 

번신도입수정궁(飜身跳入水晶宮)

몸을 뒤집어 수정궁으로 뛰어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