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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세계바둑 10대 여자기사 (1)

중은우시 2023. 1. 18. 22:16

글: 혁객위기(弈客圍棋)

 

1. 잔잉(戰鷹): 올해 가장 바둑계 밖으로 진출한 여자기사

잔잉은 이 판에서 루이나이웨이를 이겼다.

2022년 공식대국은 8국으로 2승6패이다. 2021년이 6승30패와 비교하면 약간 발전한 셈이다. 빌리빌리의 함장(艦長, 함장은 1달 구독료로 198위안, 약38,000원을 내는 것을 말함)수는 현재 1,400여명으로 늘었는데, 아마도 잔잉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일 것이다. 

 

처음 오프라인에서 잔잉을 본 것은 2021년 여자갑조리그 샤오관(韶關)라운드에서였다. 저명한 "2-16"의 탄생지이다. 그때 그녀에게 붙은 칭호는 '미녀기사'같은 류의 말이었다. 이런 부담을 안고 바둑해설을 하는 잔잉은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일찌기 혁객(弈客)에서 문자로 라이브방송을 한 적도 있는데, 사람들은 그녀가 아주 열심히 한다고 느꼈다. 다만 속도는 조금 느렸다. 만일 연초에 잔잉이 가장 인기있는 바둑방송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면, 아마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만악의 근원은 한판의 접바둑이었다. 2점접바둑에서 안정노사(安靜老師, 일본바둑계소식을 중국에 알려주는 것으로 유명함)에게 패배한 후, 잔잉은 바둑실력으로 욕을 얻어먹게 되고, 악독한 인신공격을 받는다. 라이브방송에서 잔잉은 처음에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각박하게 평가하는 글들을 열었지만, 결국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일찌기 그녀는 라이브방송의 단체방(빌리빌리의 함장들이 참여하는 단체채팅방)에서 "나는 프로기사이지, 프로방송인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었다. 이를 보면, 잔잉은 프로로서 바둑을 진지하게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극력 보호하고자 하는 어떤 것은 사람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다.

 

이어진 이야기는 더욱 당황스럽다. 그녀가 완전히 무너질 때의 전후의 상반된 장면이 주는 방송효과는 잔잉을 바둑방송인으로 성공하게 만들어준다. 바둑계밖의 사람들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씁쓸함이 아마도 보는 사람들에게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 것같다. 사람들은 벌레처럼 상처난 곳을 먹어서 씹고는 그것을 배설했다. 그들은 이런 대사의 산물을 "추상"이라고 불렀다.

 

삼년강기무인문(三年講棋無人問), 일조파방천하지(一朝破防天下知). 삼년간 바둑해설을 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는데, 하루는 무너져서 울고나니 천하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노신식의 시작이 오헨리식의 결말로 이어진 것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잔잉은 임독양맥이 통한 것처럼 더욱 자신을 놓아버렸다. 잔잉의 라이브방송은 신천지를 열었다. 가장 많은 날은 하루에 600여개의 함장이 늘어난 것이다. 방송을 끝내고 나도 사람들의 열정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커제와 잔잉이 바둑라이브방송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사람들은 마침내 이 아이러니한 '구독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바둑라이브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둑을 해설하는 그 부분이 아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라이브방송을 보는 것은 그저 시간때우기이다.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라이브방송의 내용은 시간때우는 것이면 된다. 그러면 누군가 '짤'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나중에 롄샤오는 하루 라이브방송에서 2,600개의 함장을 늘인 바 있다. 이 숫자는 잔잉보다 몇배는 되는 수치이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와서, 업계외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프로젝트는 그저 고인물이다. 스스로 고고함만 유지해서는 좁은 연못, 작은 절을 더욱 유토피아화하는 것일 뿐이다. 프로기사가 정력을 라이브방송에 쏟는 것은 본업을 태만히 하는 것이 아닌가? 원래 무슨 본업이랄 것도 없다. 많은 바둑계 밖의 사람들이 바둑을 주목하게 만들고, 그중 일부분이 흥미를 느끼게 되면 점차 바둑팬이 될 것이다. 이는 오히려 많은 바둑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2. 오유진: 2022년 한국유일의 세계여자바둑우승자

올해 공식대국은 89국이고, 54승을 거두어 승률이 60.67%이다. 2021년의 93전 63승과 비교하면 약간 퇴보했다. 랭킹도 연초의 국내 76위에서 연말에는 국내 118위로 내려갔다. 여자랭킹도 김은지와 김채영에게 추월당해 4위로 내려갔다.

 

비록 시작은 좋았지만 끝은 좋지 않은 한해였지만, 오유진은 그래도 여자개인대회중 상금이 가장 많은(50만위안) 오청원배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오유진은 차례로 펑윈(豊雲), 루민취안(陸敏全)을 꺽고 어려운 상대 최정까지 이겼다. 그리고 결승에서는 예비엄마 왕천싱(王晨星)을 꺾었다. 이 대회에서 5판을 이겼으니 2022년에는 아쉬울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3. 후지사와 리나(藤澤里菜): 힘겹게 버티는 일본여자1인자

2022년 정식대국은 73국으로 대국수에서 우에노 아사미에 이어 일본2위이다. 전적은 51승 22패로, 승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우에노보다 적다.

 

후지사와리나는 여전히 현재 일본여자바둑1인자이다. 4월의 여류명인전 도전기에서 그녀는 2:0으로 처음 도전권을 획득한 나카무라 스미레를 이기고 5연패를 달성한다. 10월에서 11월에 열린 여류본인방 도전기에서, 그녀는 3:0으로 강적 우에노 아사미를 물리치고 일본국내여자최고의 타이틀을 지켜내 3연패를 이룬다.

 

다만 2021년의 4관왕과 비교하면, 2022년의 후지사와 리나는 후배들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힘겨워 보였다. 먼저 6월의 여류접시꽃배(女流立葵杯) 도전기에서 우에노 아사미에게 2:1로 타이틀을 빼앗긴다. 그리고 7월의 센코배(扇興杯) 준결승에서는 나카무라 스미레의 복수당한다. 일본 여류바둑계는 젊은 기사들이 힘을 내고 있다. 21살의 우에노 아사미는 최절정에 이르렀고, 13살의 나카무라 스미레는 타이틀에 도전할 실력을 이미 갖추었다.

 

후지사와 리나의 기풍은 온건하고 후반이 강하다. 만일 우에노 아사미의 공격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식이라면, 후지사와 리나는 항상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다. 대마공격을 위주로 하는 여자바둑계에서 후지사와 리나가 보여주는 후발제인(後發制人)형의 기풍은 특히 귀한 편이다. 아마도 이것이 그녀가 장고바둑에서 오랫동안 우에노 아사미를 누를 수 있는 원인일 것이다.

 

4. 우에노 아사미(上野愛咲美): 금년 일본여자바둑계의 유일한 여자세계대회우승자

2022년 한해동안 공식대국은 74국으로 금년 대국수가 가장 많은 일본기사이다. 전적은 54승 20패로 승국에서도 1위이다. 2021년과 비교하면, 54국의 승국수는 변함이 없으나, 승률은 약간 올라갔다. 그리고 국제대회, 여자대회, 혼합대회에서 모두 성적을 냈다.

 

1월의 여류기성전 도전기에서 우에노 아사미는 다시 실패하지 않고, 2:0으로 스즈키 아유미(鈴木步)를 누르고 타이틀을 지켰다.

 

4월의 세계여류최강전에서 우에노 아사미는 3명의 '1인자' 위즈잉, 후지사와 리나와 루위화(盧鈺樺)를 차례로 꺽고 개인 첫 세계여자대회우승을 차지한다.

 

6월의 여류접시꽃배 도전기에서 우에노 아사미는 행운의 바나나를 먹고 2:1의 성적으로 후지사와 리나를 꺽어 그녀의 5연패를 막아낸다.

 

11월의 히로시마아루미배(廣島若鯉杯)에서 추첨하기 1주일전에 그녀는 신종코로나에 감염되어 한때 참가할 수 없을 것같았다. 그러나 시합에서 그녀는 오오모테 다쿠토(大表拓都), 히라타 도모야(平田智也), 고야마 구야(小山空也)등 남자기사를 꺽고 최종적으로 결승에서도 대마를 잡고 고이케 요시히로(小池芳弘)에게 완승을 거두어 아루미배 2연패를 실현한다.

 

그리고 10월의 호반배에서 3연승을 거두었고, 거기에는 세계여자1인자 최정에게 승리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중국여자바둑이 한해동안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데 큰 공을 세운 것이라 할 수 있다. 

 

5. 위즈잉(於之瑩): 가장 비참한 국내여자1인자

2022년의 공식전적이 0승 4패이다. 국내여자1인자가 이 지경이다. 2021년에는 위즈잉의 전적이 30승 9패였다. 비록 시합이 줄었지만 그래도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는 금년 중국여자바둑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축구계의 '절대쌍교(메시와 호나우두를 가리킴)'가 월드컵이 끝나면서 철저히 역사가 되었다. 그러나 바둑계에서 나란히 이름을 떨치던 '최정-위즈잉'은 최정이 삼성화재배결승에 진출하기 전에 이미 거리가 많이 벌어져 버렸다. '최정-위즈잉5번기'가 흐지부지된 것처럼 그녀들을 나란히 부르던 세월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같다.

 

6. 루위화(盧鈺樺)

이번 편의 마지막 여자기사는 루위화이다. 2021년에 그녀는 2개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명도가 높지 않아서, 아무도 연도인물로 꼽지 않았었다. 금년에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그녀에 대하여 쓰고자 한다. 나머지 4명의 여자기사들은 이어지는 특별편에서 다루겠다. 여러분들은 누구일지 추측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여섯번째로 누구를 고를지 필자는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후보여자기사들로는 신인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저우홍위(周泓餘), 임신한 상태로 오청원배 결승국을 둔 왕천싱(王晨星), 그외에 많은 우수한 중국여자기사들이 있다. 단지 그녀들은 모두 대국수가 너무 적었다. 왕천싱은 금년에 겨우 오청원배에서 5국을 두었을 뿐이다. 여자바둑갑조리그는 언제 열릴지 모르고, 개인전도 전멸이었다. "소어아(小魚兒, 절대쌍교의 주인공 이름인데, 위즈잉의 위와 소어아의 어가 발음이 같아서, 위즈잉의 별명으로 사용되고 있음)"의 경우가 그녀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필자는 눈길을 타이완으로 돌렸다. 해협 건너편에서는 두개의 여자대회가 예년처럼 개최되었다. 2021년에는 루위화가 둘 다 차지했었는데, 금년에는 양쯔쉔(楊子萱)과 루위화가 나누어 가졌다. 양쯔쉔은 결승에서 루위화를 꺽고 상금이 가장 큰(40만NT달러) 건교배(健喬杯)의 우승을 차지한다. 루위화는 여자명인전에서 양쯔쉔에게 복수에 성공하여 타이틀을 지켰다.

 

국제대회에서 루위화의 성적은 두드러진다. 셰이민(謝依旻), 스즈키 아유미 두 여자7단을 꺽고 결승이 진출했다. 결승에서 비록 우에노 아사미를 만나 143수만에 대마가 잡혀서 지기는 했지만, 여자세계대회 준우승이라는 성적은 그녀에게 개인적으로 최고의 성적이다.

 

2022년은 중국여자바둑이 거의 정체된 한 해이다. 우리는 일종의 '비교바둑학'의 시야에서 일본, 한국과 타이완의 여자바둑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봐도 될 것이다. 전진의 방향을 찾는 것은 놔두고서라도, 최소한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악영향이 미치는지는 맛보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