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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당)

이적(李績)과 두회공(杜懷恭): 그 장인에 그 사위

by 중은우시 2018. 3. 15.

글: 모운서(慕雲舒)


당고종 건봉원년 십이월, 명장 이적(李績, 원래 이름은 李世績이나 당태종 이세민의 이름의 '세'를 피휘하여 이적으로 바꿈)은 명을 받아 고구려정벌에 나선다. 요동도행군대총관겸안무대사(遼東道行軍大總管兼安撫大使)가 되어, 당라나장수들은 모두 그의 명을 듣게 되었다.


출발하기 전에 이적은 자신의 사위인 두회공에게 통지하여 자기와 동행하자고 한다. 일반적인 논리대로라면, 이것은 두회공에게 기회이다. 자신의 장인이 총사령관이고 자신이 군대를 따라가니, 자연히 전공을 얻을 수 있다. 운이 좋아서 승리를 거둔다면 앞으로의 관운이 트이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두회곡은 직접 장인의 발탁을 거절한 것이다.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우습게도 돈이 없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행낭을 채비할 수도 없고, 돈이 없어서 양식을 살 수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가난해서 아무 것도 못한다는 말이다. 이건 두회공이 일부러 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적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말한다. 걱정하지 말라 돈이 없으면 내가 주겠다.


이치대로라면, 두회공이 이번에는 응락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두회공의 까탈스러움이 다시 한번 나온다. 그래도 못가겠다고 한다. 이유는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이 없으면 군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위가 이렇게 말되 안되는 핑계를 대는데도 이적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다시 말도 주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야 한다. 두회공은 당연이 군말없이 이적을 따라 나서야 한다. 그러나 두회공은 그러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예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기양산 속으로 숨어버리고,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나를 찾을 수 없겠지.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게 여긴다. 두회공은 왜 이렇게 장인의 발탁을 거절하는 것일까? 게다가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써가면서.


나중에, 두회공이 친구들에게 이 일을 얘기하면서 원인을 애기했다: "공(이적)이 나를 가지고 법을 세우려는 것이었다." 즉, 이적은 자신의 사위를 발탁해서 공을 세우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저 그를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만일 두회공의 행위에 부적절한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혹은 이적이 기율을 세울 필요가 있을 때면, 두회공은 제일 먼저 처벌을 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적은 이런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나 이적은 대공무사(大公無私)한 사람이다. 나의 사위조차도 잘못을 저지르면 처벌받는다. 너희들은 명을 잘 따르라. 누가 감히 내 명령을 듣지 않겠느냐.


두회공은 자신의 장인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이적이 자신을 부른다는 말을 듣자, 기뻐한 것이 아니라, 목 뒤가 서늘하게 느껴진 것이다. 언제든지 목뒤로 칼을 맞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그건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그래서 두회공은 가지 않은 것이다.


이적은 어떠했는가? 사위가 도망쳤다는 말을 듣자, 자신의 원래 목적을 감추기 위하여, 곡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 두회공은 방탕무기하여 구속받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정말 어쩔 수가 없구나.


장인이나 사위나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