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당)

죽림장병(竹林藏兵): 신선재상 이필(李泌)은 어떻게 황제의 의심을 받는 두 장수를 구해주었는가?

중은우시 2018. 3. 8. 11:40

글: 정호청천(鼎湖聽泉)


신선재상(神仙宰相) 이필(李泌)은 황실집안일에 대한 최고의 조정자일 뿐아니라, 제왕과 장상(將相)의 갈라진 틈을 메워주는 최고의 '접착제'이기도 했다.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로 황제로부터 시기를 받고 있던 두 장수를 피살될 위기에서 구해주었으니, 공덕이 무량하다고 할 수 있다.


당덕종 정원3년, 하마터면 대당제국이 무너질 뻔한 이희열(李希烈)과 이회광(李懷光)등 번신의 난을 평정한 후, 뱀에게 한번 물리면 새끼만 봐도 무서워하는 것처럼 당덕종은 즉시 반란을 평정한 대신 이성(李晟)과 마수(馬燧)의 병권을 빼앗아 버린다. '배주석병권'과 같은 운치있는 장면으로 포장하지도 않았다. 황제는 군벌들에게 여러번 당하다보니, 이성, 마수도 공로를 내세워 그를 협박하는 제2의 이회광이 될까봐 겁을 낸 것이다. 비록 병권을 빼앗긴 후 두 사람은 높은 예우를 받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뻔하게 보였다. 황제는 그들을 계속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 둘도 자신들이 한신과 같은 "토사구팽'의 위험에 놓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성과 마수에 대해 아주 불리한 소문들이 많이 돌았다. 재상 장연상(張延償)마저도 직접 나서서 이성을 비난했고, 토번인들까지도 자기들이 침입한 것은 이성이 불러서 온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이성은 병권을 빼앗긴 후 장안에 머물렀는데, 경성에는 이런 소문이 돌았다. 그의 저택의 거대한 화원에 아주 무성한 대나무숲이 있는데, 그가 그 안에 군대를 숨겨두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비록 이성에게는 일찌감치 지휘할 군대가 없지만 그가 다른 사람들이 악의를 가지고 아무렇게나 추측해서 말하는 것을 듣고는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삼인성호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비록 그런 일이 전혀 없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추측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이성은 사람을 시켜 죽립의 대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린다.


비록 대나무는 베어버렸지만, 아직도 방은 많이 남아 있다. 방안에도 병사를 숨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의심해 들어가니 아무리 해도 의심을 완전히 해소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은 이성이 분명히 속으로 딴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아름다운 죽림을 베어버리겠느냐는 것이다. 어쨌든 유언비어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만일 황제가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고 믿어버린다면, 이성은 목숨이 위험한 것이다. 공고개주(功高蓋主)는 이렇게 위험하다. 그래서 이성은 편안하게 지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좋은 집에 살지만 우리에 갇힌 짐승같았다.


이성, 마수가 뜨거운 솥 위의 개미같은 신세가 되어 있을 때, 그들의 구원자 이필은 재상이 되어 조정에 들어온다. 세상일에 도통한 '신선재상' 이필은 당연히 이성, 마수의 처지가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국가의 안위를 위하여, 그리고 유혈정변을 싹부터 잘라버리기 위하여, 이필은 재상이 된 그 달에 즉시 이성과 마수를 데리고 입궁하여 황제를 배알한다. 이것은 반드시 그가 해내야할 역할이었다.


황제를 보자마자, 이필이 왜 왔는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황제가 먼저 선을 긋는다.


"먼저 선생이 재상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그러나 나라에는 나라의 법이 있고, 집안에는 집안의 법이 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일을 성사시킬 수 없다. 나는 먼저 당신과 약법삼장을 하겠다. 당신은 지위가 높고 권력이 크니, 당신은 공적인 지위(公器)를 이용하여 사적인 원한(私仇)를 풀어서는 안되고, 권력은 남용하여 관직을 주어서 은혜를 갚으려 해서도 안된다. 모든 일은 짐이 당신을 위하여 처리하겠다." 의심이 많은 당덕종이 이필에게 이렇게 말한 것을 보면, 군신간에 전혀 화목하지 않고, 황제도 신하를 겁내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신은 평소에 도를 받들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원수를 지지 않았습니다. 이보국, 원재가 여러번 저를 불의하다고 모함했을 때도, 저는 강호로 은퇴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들과는 다투지 않았고, 원수가 될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물며 그들은 이미 모두 죽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은혜가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 아니면 모두 관직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니, 신이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폐하께서는 걱정하실 일이 전혀 없습니다. 마음을 놓으셔도 됩니다. 약법삼장을 말씀하셨으니, 폐하께서 저에게 재상의 직을 내려주셨으니, 저도 폐하와 약조를 해야겠습니다. 이것은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필은 대담했다. 황제에게 이렇게 직언할 수 있다니.


과연 재주가 높은 사람은 담량도 큰 법이다. 하물며 그는 경력이 대단하다 .4황제를 섬기지 않았는가.


"그것 참 새롭다. 말해보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폐하는 영명하시니 그럼 제가 다 털어놓고 거리낌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은 폐하의 크나큰 은혜를 입어 감히 직언을 올립니다. 이것은 대당의 앞날의 운명과 관련되니, 신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 법이 없고, 말을 하면 끝까지 하지 않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기군지죄(欺君之罪), 즉 임금을 속인 큰 죄가 될 것입니다. 기실, 제가 폐하에게 해달라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손을 한번 드는 정도의 일입니다. 그것은 바로 폐하께서 소문만 듣고 공신을 해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이성과 마수는 대당을 위하여 큰 공을 세운 맹장들입니다. 나무가 크면 바람도 많다는 말이 있습니다. 듣기로 누군가 고의로 계속 그들을 비방하고 무고하는 요망한 말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천하가 어지러워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비록 폐하께서 분명히 믿지 않으시겠지만, 그러나 거짓말도 천번을 하면 진짜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이들이 보는 앞에서 드러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유는 그들 둘이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은 모두에게 좋습니다. 그리고 모두 화목하게 잘 지내면, 국가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군신간에 서로 의심해서 큰 사건이 발생한 사례는 많습니다. 이회광이 바로 좋은 예입니다. 폐하께서는 이회광이 바로 유언비어때문에 결국 반란을 일으킨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현재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만일 폐하께서 참언을 믿고 이성과 마수 두 명의 반란평정공신을 죽여버리신다면, 숙위금군과 사방진장은 모두 분노하고 안타까워할 것입니다. 심지어 모두가 위험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렇게 인심이 동요하면, 지난번 주자(朱泚)와 같은 병변이 일어나서 국가가 동란에 빠질까 우려됩니다. 이는 가까운 사람은 아파하고 원한있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어리석은 조치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성과 마수는 현재 지위나 재산이나 모두 만인지상입니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데, 폐하께서 진심으로 대해주시고, 더 신임하고 의심하지 않으면 그들은 목숨이 위험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고, 국가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다시 장수가 되어 친히 정벌에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천하가 태평해지면 다시 조정에 들어와 군주를 모실 것입니다. 군신지간에 서로 화목하게 지내면서 즐거움만 넘칠 것입니다. 그러면 천하는 오랫동안 평안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에게 즐겁고 평안한 것보다 더 좋은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때의 이필은 마치 춘추전국시대의 종횡가같았다.


그의 말은 고구양언(苦口良言)으로 충신의 직언이다. 당덕종은 그의 말에 크게 감동받아,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린다.


"짐은 처음에 당신의 말을 듣고, 당신이 나에게 무슨 조건을 내걸거나 심지어 나를 겁박하려는 줄 알았소. 원래 이런 구두약정을 하자는 것이었군요. 과연 4황제를 모신 스승답다. 그리고 당신만이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황제도 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당신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기실 이것은 나라를 안정시키는 대계이다. 우리 대당제국에 아주 중요하다. 나는 당연히 당신의 직언을 듣겠다. 그들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엄밀히 보호해 주겠다. 누구도 너희들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 이성, 마수는 황제의 그 말을 듣고 역시 눈물을 흘리며 당덕종에게 절을 하며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