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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당)

이임보(李林甫)는 간신인가?

by 중은우시 2017. 1. 29.

글: 독서삼매(讀書三昧)

 

이임보는 간신인가? 황제시대에 황제는 개인기업의 오너와 같다. 황제 수하의 대신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재상이라 하더라도, 역시 황제를 위하여 일하는 머슴이다. 그래서, 황제의 눈에, 신하를 간(奸)과 불간(不奸)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충(忠)과 불충(不忠)으로 구분할 뿐이다. 네가 내가 시키는대로 일을 잘 하면 나는 너를 중용할 것이다. 만일 내가 시키는 일을 모조리 해내고, 일을 잘 처리한다면, 나는 너를 발탁하고, 상을 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필요가 없다.

 

확실히 이런 조건하에서, 이상적인 직위를 구하고 일을 편안하게 하려면 반드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황제라는 이 오너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인정을 받아야만 중용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경쟁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이임보는 이 이치를 잘 알았다. 비록 자신은 당왕실의 종실이지만 집안환경은 나날이 나빠져서, 자신에 이르러서는 겨우 천호직장(千戶直長, 궁정시위)의 관직을 받았을 뿐이다. 그리하여 더 좋은 직위를 차지하고, 위로 승진하려면, 오로지 한 가지 출로뿐이다. 어떻게 하든지 관계를 찾아야 한다.

 

당시, 원건요(源乾曜)라는 시중(侍中)이 있었다. 이임보의 외삼촌인 초국공(楚國公) 강교(姜皎)와 겨우겨우 친척관계가 된다. 그래서 이임보는 그와 관계를 맺으려 한다. 시중이 어느 정도 높은 관직인가? 당나라제도에 따르면, 정삼풍(正三品)이다. 직급이 아주 높다. 현재의 통속적인 말로 하자면, 쓸만한 직위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이 원건요가 친척의 정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 것이다. 도와주지 않을 뿐아니라, 이임보를 면박준다. 보기에 남에게 일을 부탁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부탁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을 것같다. 아마도 이런 경험이 많다보니 이임보는 그 중의 비결을 알아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 있어서 어떤 사람을 찾을 때는 살짝 우회하는 방법을 쓴다. 당시에 무혜비(武惠妃)는 당현종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인 수왕(壽王) 이모(李瑁)를 태자로 앉히려는 바램이 강했다. 그래서, 이임보는 고역사(高力士)에게 자신이 무혜비를 위해서 일하겠다고 말한다. 고역사는 이임보의 뜻을 무혜비에게 전한다. 무혜비는 아주 감동한다. 그래서 자주 당현종의 앞에서 이임보에 대한 좋은 말을 해준다. 그래서 오래 시간이 흐르다보니, 당현종은 이임보에 대하여 갈수록 가깝게 느ㅡ껴졌다. 그리고 결국은 그를 재상으로 발탁한다.

 

이임보가 이렇게 한 것은 투기행위일까? 대답은 보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인정할 수 있다. 수단은 목적을 위하여 봉사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방식과 방법을 잘 생각해야 한다. 항상 책략이 필요하다. 중국역사를 살펴보면, 후세에 현신(賢臣)으로 칭송되는 인물들은 이상과 포부를 지니고 있지만, 운명은 대부분 기구했고, 관료로서의 길도 파란만장했다. 왜 그랬을까? 그 자신의 원인을 따져보면, 바로 그들이 일을 할 때 방식과 방법을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략을 운용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正)은 "사(邪)"를 이기지 못했을 뿐아니라, 어떤 때는 거꾸로 "사"에게 당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만일 이상을 추구하는 길이라면 그들은 모두 이임보의 방식, 방법을 배웠어야 많은 일들을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점에서 이임보는 비록 학문수준이 높지도 않았지만(그는 스스로 학술이 없고 겨우 붓을 들 정도이다라고 한 바 있다), 그는 아주 잘 배웠고, 역사의 성공경험을 잘 익혀서 스스로에게 응용했다. 이임보가 19년동안 재상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것과 큰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당현종의 세 아들, 태자 이영, 악왕 이요, 광왕 이거가 있다. 그들의 모친이 총애를 잃었기 때문에 불평불만을 얘기했다. 이 일을 당현종이 들은 후에 대노하여 그들의 죄를 추궁하고자 한다. 당현종이 대신들의 의견을 구했을 때, 장구령은 반대의견을 낸다. 그래서 당현종이 불쾌해 한다. 다만 이임보는 아주 재미있는 말을 한다. 그래서 당현종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어떻게 말했는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집안 일을 어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십니까?" 당고종 이치가 황제로 있을 때, 무측천을 황후로 세우고자 했다. 대신들의 의견을 물었을 때, 상서좌복야 저수량이 결사 반대하자, 사공(司空) 이적(李績)이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폐하의 집안 일입니다. 외인에게 붇는 것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고종은 결심을 내리고 무측천을 황후로 앉힌다. 그리고 저수량은 담주도독으로 좌천시킨다. 역사는 이렇게 유사하게 반복된다. 이임보의 말을 들으면 이적의 대답과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기실 그의 태도는 이적의 방식과 같은 것이다. 아주 명확하다: 당현종을 지지하고, 불안정요소를 싹부터 잘라버리는 것이다. 당현종은 무엇으로 성공했는가? 그는 바로 정변때 그의 부친 당예종을 지지하여 황제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래서 정권의 안정에 관련되는 어떠한 언행도 그는 무척이나 민감했다. 이는 그의 큰 금기였다. 이임보의 말은 확실히 당현종의 입맛에 맞았다. 그리고, 누가 감히 이 의견이 대국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당현종이 우선객(牛仙客)을 발탁할 때, 장구령이 극력 반대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선객은 원래 하황의 일개 사전(使典)이며, 글자 한자도 모릅니다. 만일 큰 임무를 맡기는 것은 신의 생각에 적절하지 않다보 봅니다." 장구령의 반대의견은 확실히 이치에 맞는다. 그러나 그가 당현종에게 말한 이 이유는 너무 견강부회이고 전혀 핵심을 찌르지 못했다. 그래서 당현종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아니라, 그 자리에서 그에게 한 마디 한다. 그러나 이임보는 이렇게 말한다: "재주와 식견이 있다면, 글자와 학문을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자가 사람을 쓰는데, 안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보라. 이 말은 얼마나 확실한가. 자세히 이임보의 말과 행동을 음미해보면, 그는 확실히 심계가 깊었다. 그러나, 허리를 굽힐 생각이 아니면 낫을 먹을 생각을 말라. 정치를 하는데 흉금이 없고, 수완이 없으면 그것은 무술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것처럼 제대로 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오히려 얻어맞게 된다. 당현종이 이임보를 19년이나 재상으로 쓴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이임보가 재상으로 있는 19년동안, 그의 남다른 정치적 재능으로, 안록산과 같은 야심가도 꺼려서,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한다(안사의 난이 발생한 것은 그가 재상에서 쫓겨난 이후의 일이다). 특별히 언급할 점은 이임보가 죽은 후, 양국충(楊國忠)이 그를 모함한다. 어떻게 모함하였는가? 그것은 바로 '죄를 뒤집어 씌울려면 뭐라도 만들지 못하겠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음미할만한 점은 양국충의 이런 행위를 사람들은 멸시했고, '천하가 억울한 사건이라고 여겼다' 이임보는 억울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만일 이임보를 간신이라고 하더라도, "재능"이 있는 간신이다. 당현종이 그를 중용한 것은 바로 그 점을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알 수가 있다. 사람을 쓰는 것은 적절하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충분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에게 쓸모만 있다면 '간'도 '충'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이다. 당현종이 보기에, 이임보가 간신이냐 아니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그가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구령과 같은 사람은 이 점을 몰랐다. 그들이 인품이야 훌륭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