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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분석/황자쟁위술

[황자쟁위술] 양차동풍술(亮借東風術) 금수핍차패(擒帥逼車牌)

by 중은우시 2015. 10. 11.

 

주차보수(丟車保帥)는 상지상의 전략이고 위기의 순간에 큰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상황하에서는 “장”만 평안무사하면, 잠시 포기한 “차”들도 사지에까지 몰리지는 않고 언제든지 재기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반대로, 이런 생사존망의 위기순간에 장수가 사병들의 앞에서 모범을 보인답시고 직접 나서서 백병전을 벌이게 되면, 스스로 망하는 지름길을 가는 것이다. 허저(許褚)가 마초(馬超)와 싸울 때처럼 장수가 갑옷도 입지 않고 전투에 나섰다가 죽어버리면, 남은 부하들은 우두머리를 잃은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

 

주차보수의 전략을 이해하면 거일반삼(擧一反三)으로 알 수 있는 전략이 바로 금수핍차(擒帥逼車)의 전략이다. 즉, 주차보수는 장을 지키기 위하여 차를 버리는 전략이고, 금수핍차는 장을 먼저 잡아버리면 차들은 자연스럽게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금수핍차와 같은 의미를 지닌 전략이 있는데, 사인선사마(射人先射馬), 금적선금왕(擒賊先擒王), 즉, 사람을 잡으려면 말을 먼저 쏘고, 적을 이기려면 왕을 먼저 잡으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직도황룡(直搗黃龍)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송나라의 악비(岳飛)가 내세운 전략으로 금나라의 수도인 황룡부를 바로 친다는 것이다.

당태종 이세민은 현무문사변을 일으키기 전에 정교한 계획을 세워둔다. 그리하여, 실제집행과정에서 아주 순조롭게 형인 태자 이건성을 직접 죽일 수 있었다. 위지경덕이 제왕 이원길까지 죽이면서 그들의 계획은 작전대로 진행되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긴다. 현무문사변을 일으키기 전날인 무덕9년 유월 삼일 밤 이세민이 당고조 이연에게 이건성과 이원길을 모함하는 말을 하였는데, 서모인 장첩여가 이를 엿듣고는 바로 이건성에게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건성, 이원길도 각자의 병력에게 경계태세를 갖추게 해두었다. 그리하여, 이건성, 이원길의 심복부하들은 현무문에서 사변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한편으로 병력을 현무문으로 보내어 이건성, 이원길을 구하도록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병력을 이끌고 이세민의 본거지인 진왕부(秦王府)로 향하게 하였다. 당시 진왕부에 남아 있던 병력은 모두 합쳐서 팔백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건성, 이원길의 부하는 모두 이천여명에 달하였다. 그리하여 진왕부의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위지경덕은 과감한 조치를 취는데, 바로 이건성, 이원길의 수급을 벤 다음 높이 걸어 이건성, 이원길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옛말에 나무가 쓰러지면 거기에 살던 원숭이들도 모조리 흩어진다(樹倒猢猻散)는 말이 있는데, 이건성, 이원길의 부하들도 이건성 이원길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뿔뿔이 흩어져 버리게 된다.

 

무릇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취사선택을 해야할 때가 있는데, 지피지기하면 백전백승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상승장군은 없고, 승패는 병가지상사이다. 잠시 후퇴하고 잠시 패배하였다고 하여 승리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잠시 승리하고 잠시 우세하다고 하여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시적으로 주도권을 잃고 열세에 빠져있다고 하더라도 장계취계(將計就計)로 혹은 먼저 일부를 포기하면서 상대방을 유인하여 끌어들이면, 주도권을 다시 장악한 후 승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지 승리의 길은 멀고도 험준할 수 있다. 어떤 때는 부득이 계속 우회해야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 <손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자가 이긴다. 이것이 군쟁(軍爭)의 법이다.” 우직지계는 돌아가는 것으로 질러가는 것보다 빨리 도착하여 불리했던 사항을 유리한 사항으로 바꾸는 계책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