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자쟁위술] 양장피단술(揚長避短術) - 집사광익패(集思廣益牌)

 

여불위는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얘기할 때, 유가, 묵가, 법가, 도가, 농가등 제자백가는 모두 들어맞고 좋은 점도 있지만, 맞지 않고 나쁜 점도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2천여년전에 이미 “사람이 많이 모여있다는 것이 군주의 큰 보물이다”라고 하여 집소성다(集少成多), 중지성성(衆志成城)의 치국방략을 내놓게 된다. 역대의 황위를 노리는 황자들은 여러 사람 특히 재주나 명망이 뛰어난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의 단점을 보완하려 하였다. 이는 YS가 말한 “남의 몸을 빌릴 수는 없지만 남의 머리는 빌릴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한혜제 유영(劉盈)이 태자로 있을 때, 그의 서모 척희(戚姬)는 부친 유방(劉邦)의 총애를 독차지 했다. 척희의 아들인 이복동생 유여의(劉如意)도 유방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유방은 척희에게 “불초자(不肖子, 유영을 가리킴)가 애자(愛子, 유여의를 가리킴)의 위에 있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 되니 유영의 생모인 여후(呂后)는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그녀는 장량(張良)에게 대책을 상의한다. 장량은 유방이 모시고자 하였으나 실패한 동원공, 기리계, 하황공, 녹리선생의 상산사호(商山四皓)를 태자가 모실 계책을 알려주고, 여후는 장량의 계책에 따라 상산사호를 모셔와서 태자 유영이 곁에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하루는 유방이 태자를 갈아치울 결심을 하고 연회를 열었는데, 유영의 뒤에 4명의 비범하게 생긴 백발노인이 서 있는 것을 본다. 누군지 물어본 후 네명의 이름을 듣고 유방은 깜짝 놀란다. “그대들은 어찌 내가 불렀을 때는 피하더니, 지금은 나의 아들과 같이 있는 것인가?” 상산사호는 이렇게 대답한다. “폐하는 선비를 모욕하고 경시하여 신등이 도저히 따를 수 없어 산 속에 은거했지만, 태자는 인자하고 효성스러우며 선비를 공경하여, 천하의 선비들이 모두 태자를 위하여는 목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신들도 와서 태자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유방은 그저 그들에게 태자를 잘 보살펴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유방은 “저 네 사람이 태자를 보좌하니, 이미 날개가 다 자란 셈이다. 이젠 건드릴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태자를 바꿀 생각을 포기하게 된다.

 

조조의 아들 조식이 형 조비와 위왕 세자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자신의 출중한 재능으로 부친의 인정을 받았다. 그는 한편으로 학문을 열심히 닦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세상에 이름을 날린 재자(才子)인 양수(楊修)와 정의(丁儀), 정이(丁廙) 형제를 자신의 주변에 끌어모은다. 정의는 조조가 그를 뛰어난 인재로 보고 딸인 청하장공주(淸河長公主)를 시집보내려 했던 인물이고,  양수는 더더구나 유명한 천재로 조조가 유일하게 그와 같이 놀 수 있다고 여긴 인물인데, “계륵(鷄肋)”의 고사를 남기고 결국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다. 조식은 이들과 하루종일 같이 지내면서 시를 읊고 술을 마실 뿐아니라, 조조가 아들들을 어떻게 시험할지에 대하여 궁리하고 대응방법을 생각했다. 그리하여, 한번은 조조가 조비와 조식에게 궁밖으로 나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명령하고, 궁문을 지키는 수비병에게는 절대로 아무도 내보내지 말라고 명령한다. 조비는 수비병이 내보낼 수 없다고 하자 그냥 돌아오지만, 조식은 수비병의 목을 베고 부친이 시킨 일을 처리하는데 양수가 미리 그렇게 할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 일로 조식은 조조에게 과단성이 있다고 칭찬을 듣는다. 그러나, 조식은 자신의 재주를 믿고 점점 교만해지면서 결국은 조조의 눈밖에 벗어난다.

 

옹정제 윤진은 다른 방법으로 황위를 차지한다. 그는 “천하제일한인(天下第一閑人)”을 자처했는데, 후계자의 자리를 위하여 활발하게 자기 편을 끌어들이던 황장자 윤지나 황팔자 윤사와 차별적인 노선을 걸었다. 원래, 강희제는 춘추오패중 하나인 제환공이 죽은 후 다섯 아들이 왕위를 놓고 다투고, 대신들도 각각 어느 한 편에 줄을 서서 싸우는 바람에 제환공의 시신이 2달동안 방치되어 시충(屍蟲)이 방밖에까지 나오는 비극을 초래한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희제는 황자들이 신하들과 결당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명령을 여러 번 내린다: “그 왕의 집안사람이 아니면 다른 왕의 집에 드나들어서는 안된다”, “황자들 중에서 황태자가 되려고 모의하는 자가 있으면 그는 나라의 적이고 법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만일 황자들 중에서 결당하는 자가 있으면 짐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황태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공개적으로 활동한 황장자 윤지와 황팔자 윤사는 강희제의 질책을 받고 후보에서 제외된다. 황사자 윤진은 겉으로는 조용히 지내는 것같았지만, 암중으로 황십삼자 윤상과 구문제독 롱커도(강희제의 유지를 받은 인물), 장군 연갱요등 핵심인물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결국 황제에 오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