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사회/중국의 과학

중국고대 우주이론의 수수께끼

중은우시 2015. 6. 16. 10:45

글: 강효원(江曉原)


고대중국의 우주이론은 6가지가 있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그중 "흔천설(昕天說)", "궁천설(穹天說)", 안천설(安天說)"은 기실 기본적으로 이름만 있을 뿐이다. 설사 이약슬(李約瑟)이 극력 추천한 "선야설(宣夜說)"도 아주 초보적인 수리천문학계통으로 끌어낼 수 없었다. 즉, 일상적인 하늘의 모습에 대한 해석과 수학적인 묘사, 그리고 미래 하늘모습에 대한 추산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우주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뿐이다. 즉 "개천설(蓋天說)"과 "혼천설(渾天說)"이 그것이다.


<주비산경(周髀算經)>에 나오는 개천학설은 중국고대천문학중 유일하게 공리화된 기하체계이다. 비록 비교적 거칠고 유치하지만, 거기에는 우주모형의 명확한 기하구조가 있었다. 이 구조로 추리하면, 구체적인 수리가 나온다. 그래서 개천설은 중국고대에 처음으로 수리천문학체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성에는 명백하게 인도와 그리스의 기원을 엿볼 수 있다.


개천설과 비교하자면, 혼천설은 중국천문학사에서의 지위가 훨씬 높다. 사실상 그것은 중국고대에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 주류학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비산경>처럼 계통적으로 학설을 묘사한 저작이 없다. 혼천설의 강령적 문헌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그저 이백여자의 기록뿐이다. 즉, 당나라때 구담실달(瞿曇悉達)이 편찬한 <개원점경> 권일에서 인용한 <장형혼천주>이다.  


"혼천(渾天)은 달걀과 같다. 하늘의 형체는 탄환처럼 둥글다. 땅은 달걀중 노른자와 같이, 안에 홀로 있다. 하늘은 크고 땅은 작다. 하늘의 겉과 안에는 물이 있고, 물은 땅을 싸고 있는데, 마치 껌질의 속껌질과 같다. 하늘과 땅은 각각 기운을 받아서 서고, 물을 싣고 떠 있다. 하늘의 둘레 삼백육십오도에 사분도를 더한 것은 다시 나누면, 일백팔십이분지오는 땅위를 덮고 있고, 일백팔십이분지오는 땅아래를 두르고 있다. 그래서 이십팔수의 반은 드러나고 반은 숨어 있다. 양쯕 끝을 남북극이라고 부른다. 북극은 하늘의 가운데이다. 정북쪽에 땅위로 삽십육도 올라온다(北極乃天之中也, 在正北, 出地上三十六度). 북극위의 규경 칠십이도는 항상 보이고 숨지 않는다. 남극은 하늘의 가운데이다. 남으로 땅속으로 삼십육도를 들어간다. 남극의 아래 규경 칠십이도는 항상 숨어있고 드러나지 않는다.  양극은 서로 일백팔빕이도반강만큼 떨어져 있다. 하늘이 도는 것은 수레가 도는 것과 같이 주위를 회전하며 그 형태는 혼혼(渾渾)하다. 그래서 혼천이라고 부른다."


이 이백여자의 기재 중에서 숫자를 언급하고 비교하느라 많은 글자를 소비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 천학을 2,3천년간 지배해온 혼천설의 기본이론이란 말인가? 만일 <주비산경>의 개천론과 비교한다면, 너무 간략하고 누추하다. 너무 '짝퉁'같아 보인다. 다만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위의 문헌에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 있다. 오랫동은 학자들이 주목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 핵심부분은 바로 윗글에서 '땅 위로 삼십육도 떠올라 있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북천극(北天極)의 지평고도가 36도라는 말이다.


구면천문학의 상식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북천극의 지평고도는 상수(常數)가 아니다. 그것은 관측자가 위치한 지리위도에 따라 바뀐다. 그것은 수치상으로 현지의 지리위도와 마침 같다. 그러므로 한 우주모형에 있어서 북천극의 지평고도는 필요한 수치가 아니다. 다만 위의 문헌에서 작자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진지하게 북천극의 지평고도를 하나의 중요한 기본수치로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위의 이 문헌은 아마도 전부가 아닐 것이고 그저 남아 있는 일부분일 것이다. 내용상으로 보면, 그것은 혼천이론을 보여주는 의기(儀器)를 묘사하는 것같다. 중국고대에 이런 의기를 '혼의(渾儀)' 혹은 "혼상(渾象)"이라고 불렀다. 쉽게 가정할 수 있고, 상식에 맞는 해석은 위의 문헌에서 묘사한 이 의기에 북천극은 지평고도 36도에 둔다는 것이다. 우리가 천문학상식에 근거하여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혼천이론에 의하여 만들어진 천상관측의기 혹은 천상연시의기도 그것의 위도를 36도의 지역에서 사용할 때 그것의 북천극은 지평고도가 36도로 놓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혼천설은 위도가 36도인 곳에서 왔다.


혼천설은 고대중국에서 기원하는데,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아마도 기원시간은 대체로 서한초 내지 동한시기일 것이다. 늦어도 동한 장형의 시대이다. 서한초기에 이미 혼천설이 있었다고 하는 주요 근거는 양한교체기의 양웅이 쓴 <법언.중려>의 한 마디 말때문이다:


"혹문혼천(或問渾天), 왈(曰): 낙하굉영지(落下閎營之), 선우망인도지(鮮于妄人度之), 경중승상지(耿中丞象之)"


일부 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은 표먼적으로 낙하굉(한무제때 활동함)의 시대에 이미 혼의와 혼천설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왜냐하면 혼의는 바로 혼천설에 의하여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학자는 강력하게 당시에 이미 혼의가 있었다는 것을 부인한다. 그러나 여전히 낙하굉이 혼천설을 창시하였다고 믿는다. 지금까지도 공인된 결론은 없다. <법언>의 이 말에서, "영지(營之)"는 "이론을 만들었다" 혹은 "구조를 설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도지(度之)"는 '수치를 확정했다'로 해석할 수 있고, "상지(象之)"는 "의기를 만들어 그것을 보여주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지도를 펼쳐서 확인해보면, 혼천설이 창립된 지점을 추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의 역사문헌에서, 혼천설의 창립과 관계가 있을 것같은 장소는 3곳이다:


장안(長安), 낙하굉등 천학가들이 이 곳으로 불려와서 역법수정활동을 벌였다.

낙양(洛陽), 장형이 여기에서 두번이나 태사령을 지낸다.

파촉(巴蜀), 낙하굉의 고향


우리가 위의 세 곳의 지리위도를 검사하기 전에, 하나의 지엽적인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형혼의주>에서 언급한 '도(度)'는 모두 '중국고도(中國古度)'를 가리킨다. 중국고도는 서방의 360% 원주와의 사이에 다음과 같은 환산관계에 있다: 1중국고도 = 360/365.25 = 0.9856


그러므로, 북극이 "지상 36도로 올라온다"는 것은 현대의 말로 하자면, 북극의 지평고도는 35.48도이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장안, 낙양, 파촉의 지리위도를 보자. 본문의 문제를 고려하면 아주 정확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서안, 낙양, 파중 3개 도시의 지리위도를 대표로 하여 나타내기로 하자:


서안: 북위 34.17도

낙양: 북위 34.41도

파촉: 북위 31.51도


이것들은 <장형혼의주>ㅇ서 "북극으로 땅에서 삼십육도가 올라온다"는 것에서 요구하는 35.48도와 1도이상의 차이가 있다. 중국한나라때의 천문관측수준을 고려하면, 관측오차가 1도를 넘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물며 기본수치가 되는 수치라면 오차가 이렇게 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문제가 커진다. 혼천설은 도대체 어느 곳에서 만들어 졌단 말인가? 창립장소가 확정되지 못하면, 창립시기에도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지도를 이미 펼쳤다면 우리는 아예 북위36도 혹은 35.48도의 위도선을 살펴보도록 하자. 중국에서 서쪽으로 옮겨가보면 어느 특수한 장소가 나타나는가?


이런 낭만주의적인 색채가 풍부한 지도작업은 정말로 우리를 하나의 특수한 장소로 안내해준다.


그 곳은 바로 그리스 동부의 로도스섬(Rhodes)이다. 위도가 마침 북위36도이다. 이 섬은 일찌기 '세계7대불가사의'중 하나인 로도스의 거상의 소재지이다. 이 곳은 세계천문학사에서도 특수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즉 고대그리스의 천문학자인 히파르쿠스(Hipparchus)가 오랫동안 이 섬에서 일을 했고, 이곳에는 그의 천문대가 있다.


필자의 박사연구생인 마오단(毛丹)은 그리스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이 지도작업에 새로운 진전을 제공해 주었다. 로도스섬의 게미누스(Geminus)는 기원전후로 활약하고, <천문학도론> 18장을 썼다. 거기에서는 왕왕 로도스섬을 기준점으로 하였다. 그는 제5장에서 이렇게 썼다:

"천구의(天球儀)의 묘사에 관하여, 자오선은 아래와 같이 구분된다. 전체 자오선은 60등분으로 나눌 때, 북극권(북극천부근의 항현권)은 북극점6/60(36도)로 묘사할 수 있다"


즉, 당시 게미누스가 본 천구의의 '북극출지(北極出地)'는 바로 36도이다. 이것은 로도스섬의 지리위도와 들어맞는다.


왜 이때 35.48도는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이렇다. 만일 기원전후 혹은 약간 이후의 시기에, 누군가 어떤 중국인(예를 들어 세상에 전해내려오는 <장형혼의주>의 작자 혹은 기록자)이 로도스섬의 천구의를 묘사하거나 전해주려고 했다면 그 천구의 위의 북극출지는 36도일 것이다. 아주 전문적인 청중이나 기술자라면 모두 쉽게 그것과 중국고도36도를 동등한 가치라고 생각할 것이다.


위의 이 이야기는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하나의 방증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비산경>의 개천학설 중에서, 고대 그리스인 들이 알았던 지구한서오대지식을 알았다. 이런 지식은 완전히 중국본토의 것이 아니다. 한나라때 조상이 <주비산경>에 주석을 달 때 그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고 명확히 표시했다.


보기에 중국고대의 우주모형에서 일찌감치 고대그리스의 그림자가 언뜻언뜻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