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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유비)

유황숙(劉皇叔)의 신세내력

by 중은우시 2014. 8. 26.

글: 마백용(馬伯庸)

 

<삼국연의>의 첫부분 제1회에 유비가 등장하면서 자신은 한실종친이라고 내세운다: "중산정왕(中山靖王) 유승(劉勝)의 후손으로, 한경제(漢景帝) 각하의 현손(玄孫)으로 성은 유(劉)이고 이름은 비(備)이며, 자는 현덕(玄德)이다."

 

이 부분은 정사(正史)의 기재에 부합한다. <삼국지.유비전>에 분명히 쓰여 있다: "선주(先主) 의 성은 유, 휘(諱)는 비, 자는 현덕이다. 탁군 탁현 사람이다. 한경제의 아들 중산정왕 유승의 후손이다. 유승의 아들 유정(劉貞)은 원수6년 탁현 육성정후(陸城亭侯)에 봉해진다. 좌주금실후(坐酎金失侯, 제후가 황실제사에 내는 황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서 제후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하였다. 선주의 할아버지는 유웅(劉雄)이고, 부친은 유홍(劉弘)이며, 대대로 주군(州郡)에서 관리로 있었다. 유웅은 효렴으로 관직이 동군범령(東郡範令)에 이르렀다."

 

유비의 선조 유승은 한경제 유계(劉啓)의 아들이고, 한무제의 형제이다. 유승이라는 사람은 역사적으로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유일하게 자랑할만한 것은 일생동안 120여명의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다. 아들이 많아서 그의 혈맥은 널리 분포되어있다. 그래서 그의 후손이라고 하면 확률적으로 매우 안전하고 확인하기가 어렵다.

 

<삼국연의>에서 유비는 바로 이 한실종친이라는 신분을 내걸고, 중원의 곳곳을 다녔고, 그를 만나면 어느 정도 대접을 해주었다. 제20회에 이르러, 유비는 조조를 따라 허도로 가는데, 한헌제와 얘기를 나누게 된다. 그때 자신에 대하여 말하면서, "신은 중산정왕의 후손이고, 효경황제 각하의 현손이며, 유웅의 손자, 유홍의 아들입니다." 이는 직접 <삼국지>의 기재를 인용한 것이다.

 

다만, 나관중은 이어서 더 써내려갔는데, 이는 좀 부적절했다: "황제는 족보를 살펴보고는 현덕이 황제의 숙부뻘이라는 것을 알았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면서 그를 편전으로 불러들여 숙질의 예를 행한다. 황제는 속으로 생각한다: '조조가 권력을 농단하여, 국사를 짐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데, 이제 이런 영웅인 숙부를 만났으니 짐에게 도움이 되겠다.' 그리하여 현덕을 좌장군, 의성정후에 봉한다. 연회를 베풀어 환대한 후, 현덕은 감사인사를 하고 조정을 나선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유황숙이라고 불렀다."

 

이 '유황숙'은 문제가 크다.

 

나관중은 자세히 적어서 이 내용을 더욱 진실되게 보이게 하였다. 책에는 구체적으로 추가를 해놓았다. 한경제에서 유비에 이르기까지의 인물들의 이름을 보완해 놓은 것이다: "황제는 종족세보를 가져오게 해서 살펴보았다. 종정경(宗正卿)이 읽어주기를: '효경황제는 열네 명의 아들을 낳았고, 일곱째 아들이 바로 중산정왕 유승입니다. 유승은 육성정후 유정을 낳았고, 유정은 패후 유앙을 낳고, 유앙은 장후 유록을 낳고, 유록은 기수후 유련을 낳고, 유련은 흠양후 유영을 낳았으며, 유영은 안국후 유건을 낳고, 유건은 광릉후 유애를 낳았고, 유애는 교수후 유헌을 낳았다. 유헌은 조읍후 유서를 낳고, 유서는 기양후 유의를 낳았고, 유의는 원택후 유필을 낳았다. 유칠은 영천후 유달을 낳고, 유달은 풍령후 유불의를 낳았다. 유불의는 제천후 유혜를 낳았다. 유혜는 동군범령 유웅을 낳고 유웅은 유홍을 낳는다. 유홍은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유비는 바로 유홍의 아들이다."

 

만일 나관중이 이 내용을 추가해놓지 않았다면 독자는 그저 대충대충 넘어가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관중이 이렇게 진지하게 상세한 족보세계를 알려주었으니, 한번 계산해보기로 하자.

 

먼저 한헌제쪽의 세계전승은 한고조 유방을 제1대로 한다면, 제2대가 한혜제, 한문제이고, 제3대가 한경제, 제4대가 한무제...등등등이다. 이것은 서한의 제왕세계이다. 동한의 제왕세계에서는 한무제 유수가 한경제의 일족이다. 한경제는 제3대이고, 유발이 제4대, 유매가 제5대, 유외가 제6대, 유회가 제7대, 유흠이 제8대, 동한 광무제 유수가 제9대이다. 

 

유수로부터 계속 헤아려 나가면 한명제는 한고조의 10대손, 한장제는 11대손, 한양제는 12대손, 한안제는 13대손, 한순제, 한환제는 14대손, 한영제는 15대손이며 한헌제 유협은 바로 한고조로부터 계산했을 때 제16대이며, 한경제의 14대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나관중이 유비에게 만들어준 세계를 보도록 하자, 한경제를 제1대로 하면, 유승이 제2대, 그후 유정, 유앙, 유록, 유련, 유영, 유건, 유애, 유헌, 유서, 유의, 유필, 유달, 유불의, 유혜, 유웅, 유홍, 그 후에 유비이다. 유비는 한고조의 21대손이고, 한경제의 19대손이 된다.

 

한헌제는 한경제의 14대손이고, 유비는 한경제의 19대손인데, 서로 다섯 배분이 차이가 나는데 무슨 황숙인가. 현손도 못되고 내손(來孫)밖에 못되는 사람이다.

 

나관중은 원래 삼국지에서 너무 모호하게 얘기했다고 생각하여, 일부러 유비가 한실종친이라는 명분을 더욱 살려주고자 했다. 그러나 열정이 지나쳐서 쓰다가 기분을 너무 내다보니, 유비에게 몇 대의 배분을 더 늘여 버렸다. 

 

그러나 나관중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이전의 <전상삼국지평화>는 더 엉터리였다. 한헌제가 처음 유비를 만나는 장면을 이렇게 적었다: "한헌제가 선주를 보니 얼굴이 달덩이같고, 두 귀가 어깨까지 늘어졌으며, 모습이 한경제와 유사했다. 그래서 묻는다: '현덕의 조상은 어떤 사람인가?' 선주가 대답한다; '몬조의 16대손입니다. 중산정왕의 후손이고, 선군은 한영제이고, 십상시의 권력농단으로 백성의 집안으로 전락했습니다. 황제가 깜짝 놀란다. 정정부, 재상에 명하여 족보를 검사하게 한다. 국구 동성이 황제에 아뢰기를, '유비는 한나라 종실입니다'라고 한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현덕을 예주목, 좌장군, 한황숙에 봉한다."

 

이 내용에 따르면, 유비는 한영제의 아들이다. 확실히 본조16대손이라는 기술은 맞는다. 그러나 문제는 한헌제 유협도 한영제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무슨 숙질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