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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삼국)

삼국시대의 '최강두뇌'

by 중은우시 2014. 5. 30.

글: 성건(成健)

 

요즘 TV프로그램 <최강두뇌>를 보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달인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 필자는 최근 들어 <삼국연의>를 다시 읽어보았는데, 이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 거기에서 발군의 인물들을 추려서 만일 최강두뇌의 팀을 만든다면, 그 진용은 진고작금(震古灼今)일 것이다.

 

<삼국연의>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은 제갈량일 것이다. 책에서 직접적으로 제갈량의 두뇌능력이 어떤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초선차전'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의 정교한 계산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와룡봉추중 한 명만 얻어도 천하를 얻는다.

 

봉추 방통도 역시 비범한 인물이다. 처음에 유비에게 투신했을 때는 그저 하찮은 현령 자리를 받았다. 그는 하루종일 술만 마시고 정무를 돌보지 않았다. 유비가 장비를 파견하여 문책하려 할 때, 방통은 취한 눈으로 흐리멍텅하게 뜨고 반나절도 들이지 않아서 백여일동안 밀린 공무를 다 처리했다. "손으로는 판결문을 쓰면서, 입으로는 말을 하고, 귀로는 진술을 듣는다. 시비곡직이 분명하고 조그만치의 잘못도 없었다."

 

동오의 통수(統帥) 주유에 대하여 사서에서는 일찌기, "주랑고곡(周郞顧曲)"의 기록이 있다. 강동의 명사들은 연회에 술을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며 흥을 돋구는 것을 좋아했다. 연회에서 술잔이 많이 돌아가고, 술기운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연주자가 조그만치의 실수를 하면 음악에 정통한 주유는 바로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려 실수한 사람을 쳐다보았다고 한다. 주랑은 영준하고 시원스러워, 술에 취하면 더욱 의기풍발(意氣風發)하여 음악을 연주하는 여자들은 그의 눈길을 한번 더 받기 위하여, 왕왕 고의로 악보와 다르게 연주하곤 했다고 한다. 삼국연의에는 이런 장면이 쓰여 있지 않으나, 주랑의 원격탁식(遠見卓識), 신기묘산을 볼 때 그의 두뇌를 어찌 일반사람들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채옹(蔡邕)은 비문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읽을 수 있었고, 조식(曹植)은 일곱 걸음안에 시를 지을 수 있었다...그리고 공융(孔融), 양수(楊修), 진복(秦宓)과 같은 자들도 모두 가슴에 만권의 책을 품고 말재주가 뛰어나다. 책에서 하나하나 언급할 수 없어서, 상세히 기술하지 않은 것이다.

 

최강두뇌의 가장 현저한 특징은 기억력이다. <삼국연의>에 4 사람이 그 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감택(闞澤), 동오의 모신(謀臣)이다. 감택은 어려서 집안이 가난하여 공부할 돈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집에서 일을 해주고 그 집의 책을 빌려서 보았다. 한번 보면 잊지를 않았다. 감택은 말재주가 기민하다. 적벽대전때, 만일 그가 고육계를 간파하여 비밀리에 거짓항복서신을 보내어 조조의 의심을 해소시켜주지 않았더라면, 황개는 아마도 헛되이 고생을 할 뻔했다.

 

왕찬(王粲), 일찌기 유표의 막료이고 나중에 조조에게 귀부한다. 왕찬은 "박문강기(博聞强記, 인개불급(人皆不及)"이라 했다. 박학다식한 것과 기억력이 뛰어난 점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다는 말이다. 그는 다른 사람과 함께 가면서 길가의 석비에 쓰여진 명문을 한번 보고서 다 외어 버렸다. 누군가 바둑을 두면서 실수로 바둑판이 흐트러져 버렸다. 곁에서 보고 있던 왕찬은 즉시 원래대로 놓아준다. 바둑돌 하나도 잘못 놓인 곳이 없었다. 이미 2,3백수가 진행되었음에도.

 

장송(張松), 먼저 유장의 수하였다가 나중에 유비를 몰래 도와서 서천을 취하게 해준다. 장송은 용모가 별볼일 없었고, 키도 작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했다. 장송은 유장의 사자로 허도(許都)로 가서 유세할 때, 조조의 문하에있는 주부 양수가 그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으로 조조의 아직 공개하지 않은 병법저작 <맹덕신서>를 그에게 보여주며 조조의 웅재대략을 보여준다. 장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훑어본다. 모두 13편이었는데, 그는 크게 웃으며 말한다: "이 책은 우리 촉에서는 삼척동자들도 외우고 있는 것인데, 어찌 '신서'라 한단 말인가? 이 것은 전국시대 무명씨가 쓴 것인데, 조승상이 훔쳐서 자신의 것으로 하다니, 기껏해야 그대나 속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암송하는데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양수는 크게 놀란 나머지 깊이 탄복한다. 그래서 극력 조조에게 장송을 추천한다. 조조는 그가 한번 보면 잊지 않는다는 것을 믿지 못했고, 그저 고인과 그는 모두 영웅이어서 견해가 같다고 생각해서, 사람을 시켜 <맹덕신서>를 찢고 불태우게 한다.

 

예형(禰衡)은 처음에 은거하고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공융은 예형을 아주 존경해 마지 않아, 표를 올려 그를 조정에 불러 관직을 주도록 청한다. 표에서 예형을 이렇게 칭찬한다: "눈으로 한번 본 것은 입으로 다 암송할 수 있고, 귀로 잠시 들은 것은 마음에서 잊지를 않는다" 공융은 서한시대의 이재가인 상홍양, 승상인 장안세를 들어 그와 비교했다. 상홍양은 계산에 능하고, 이재에 밝았다. 13살때 한무제의 곁에서 시중이 되었으며, 나중에 재물을 모아서 부국하는데 큰 능력을 발휘한다. 장안세도 한무제의 중신으로, 기억력이 아주 뛰어나 여러번 발탁된다. 한무제는 일찌기 3상자의 책을 잃어버린 바 있는데, 그 안의 내용을 장안세는 모조리 기억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치세의 능신이며 재능이 뛰어나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러나 공융이 보기에 그들을 가지고 예형과 비교해도 모자란 점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삼국연의>는 소설이고, 일부 허구와 과장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노신은 이 책이 "제갈량의 지혜가 많음을 거의 요사함에 가깝게 묘사했다(多智而近妖)" 그러나,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삼국연의>에서 쓰인 내용은 기본적으로 정사와 부합한다. 삼국정립, 군웅분쟁의 시대에 영재가 배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지능은 아마도 인류의 두뇌능력이 일찌기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