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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한)

주창(周昌): 사대부(士大夫)와 노재(奴才)

by 중은우시 2013. 8. 15.

글: 후홍빈(侯虹斌) 

 

한나라초기의 어사대부 주창은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다. 말을 하다가 급하면, "기(期)....기(期)...."라고 하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서진때의 등애(鄧艾)도 마찬가지로 말을 더듬었다. 말을 하다가 자주, "애(艾)....애(艾)...하고 했다. 두 명신을 합하면 바로 성어인 "기기애애(期期艾艾, 말을 더듬다)"가 된다.

 

주창과 그의 형인 주가(周苛)는 모두 유방을 따랐다. 나중에 형양(滎陽)을 지키던 주가는 끝까지 굴복하지 않다가 항우에게 팽살(烹殺)당한다. 주창은 형의 직위를 이어받아 어사대부가 된다. 당연히 주창 본인도 능력이 있었다. 유방을 따르면서 여러번 항우의 군대를 격파하고, 나중에 분양후(汾陽侯)에 봉해진다.

 

주창은 강직하였다. 그리고 할말은 했다. 소하, 조참부터 모두 그를 겁냈다. 한번은, 주창이 유방이 쉬고 있는데 궁에 들어가서 일을 아뢰었다. 그러다가 유방과 척희(戚姬)가 끌어안고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주창은 급히 떠난다. 유방은 그의 뒤를 쫓아와서, 주창을 붙잡아 쓰러뜨리고 그의 목에 올라타고서는 묻는다: "내가 어떤 황제인가?" 주창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한다: "폐하는 걸주(桀紂)와 같은 폭군일 뿐입니다." 유방이 웃고는 그를 놓아준다. 다만 이 일로 인하여 주창을 경외하게 된다.

 

생동감이 넘치는 일막을 떠올리면 필자는 심경담전(心驚膽戰)하게 된다. 이것은 아마도 필자의 유방에 대한 인식에 관련되는 것일 것이다. 만일 중국의 역대제왕의 점수를 매긴다면, 유방은 아마도 "A+"일 것이다. 그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고, 경외하는 것이고, 절제하는 것이고, 스스로를 잘 아는 것이다. 군왕으로서, 이것은 실로 고귀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황제도 부하에게 그와 애인이 사랑을 나누는 것을 들키자, 급히 이를 감추려 하지 않고, 쫓아가서 부하의 목위에 올라탄 다음, 부하에게 그가 좋은 황제인지 말해보라고 한다.

 

유방의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 주창은 이런 상황하에서도 유방을 걸,주와 같은 폭군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이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은 황제 유방이 이 때 이미 눈아래 아무 것도 두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인정세고(人情世故)를 초월하여, 유아독존하고 있을 때라는 것이다. 황제의 음행은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이어서 이상할 정도이다. 이것은 그 자신이 이미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아니면, 그 스스로 자신을 이미 신이라고여긴다는 것이다. 마침, 유방은 그런 착각에서 너무 멀리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주창에게 욕을 얻어먹은 후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웃으면서 원만히 이 사태를 마무리 짓는다. 이것은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렸다는 말이다. 나중에 유방과 환자(宦者)가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번쾌가 뒤어들어온 적이 있었다. 유방은 그냥 웃으면서 넘겼다.

 

그러나, 만일 이런 일이 그래도 개명한 편인 유방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은 군권은 도대체 얼마나 미친 듯이 날뛸 것인가?

 

나중에 유방은 태자를 폐하고 척희가 낳은 아들 유여의(劉如意)를 세우고자 한다. 대신들이 모두 반대한다. 주창은 가장 심하게 반대했다. 유방이 주창에게 묻는다. 주창은 화가난 나머지 말을 가장 심하게 더듬었다. "신은 말솜씨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기....기....이렇게 하는 것이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비록 태자를 폐위시키고자 하지만, 다만 나는 기....기....절대로 당신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유방은 어쩔 수 없이 웃고 말았다. 문을 나선 후, 여후는 주창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인사를 했다: "만일 당신이 없었다면 태자는 폐위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태자는 폐위되지 않았다. 유방이 죽으면 조왕 유여의는 목숨도 보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유방은 이를 밤낮으로 우려했다. 주창의 부하인 부새어사(符璽御史) 조요(趙堯)는 유방의 뜻을 알았다. 그래서 유방에게 말한다: "조왕을 보전하려면 조왕에게 존귀하고 강경한 상국(相國)을 붙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후, 태자, 군신들이 평소에 모두 두려워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한고조 유방이 묻는다. "누가 가능하겠는가?" 조요가 말한다: "어사대부 주창이면 가능합니다." 그래서 유방은 주창을 부른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에게 귀찮은 일을 부탁해야 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를 위해서 조나라의 상국을 맡아주어야 겠다." 주창은 대성통곡한다. "저는 계속 당신을 따랐습니다. 폐하께서는 어찌 차마 저를 제후왕에게 넘겨버리시려고 합니까?" 유방이 말한다: "이것이 너의 직위를 강급시키는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다만 나는 조왕이 아주 우려된다. 당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해낼 수가 없다. 어렵겠지만 맡아달라." 주창은 조왕상(趙王相)으로 강등되고, 조요는 어사대부로 승진한다.

 

조요에 대하여 평가할만한 여유는 없다. 그저 이 주창은 신하로서 가장 고뇌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주인을 바꾼다. 그리고 이 두 주인은 대립된다. 유방은 그에게 자신의 뺨을 때리라고 말한 것과 같다.

 

주창은 이런 곤경에서도 열심히 해냈다. 유방이 죽고, 여후가 사신을 보내어 조왕에게 입경하게 한다. 주창은 당연히 여후가 어떻게 하려는지 알았다. 조왕은 병이 들어서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여후는 세번이나 사신을 보내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여후는 화가 난다. 사람을 보내어 먼저 주창을 부른다. 그리고 그를 크게 욕한다: "너는 내가 척희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모르느냐? 네가 감히 조왕을 못오게 하고 있느냐?" 주창이 떠나자 다시 사신을 보내어 조왕을 부른다. 조왕은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아, 할 수 없이 명대로 오게 된다. 장안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후에게 독살당한다. 주창은 말한다. 자신도 병이 들어서 조정에 나아갈 수 없다고 그리고는 다시는 여후를 만나지 않는다. 3년후 그는 죽었다.

 

주창은 항상 나에게 습인(襲人)이 생각나게 한다: 가모(賈母)를 모실 때는 마음 속에 오로지 가모만 있다; 가보옥을 모실 때는 마음 속에 오로지 가보옥만 있다; 기관(琪官)에게 시집가고나서는 마음 속에 오로지 기관만 있다. 이것을 주창도 해낸 것같다. 그러나 습인의 충성은 노비의 충성이다. 즉, 닭에게 시집가면 닭이 되고, 개에게 시집가면 개가 된다는 충성이다; 그러나 주창의 충성은 사대부의 충성이다. 대국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시키려는 충성이다.

 

억지로 말한다면, 사대부도 광의의 노비이다. 그러나 양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노비는 자신의 의지가 없다. 사대부는 주인 외에 더욱 큰 주인이 있다. 그것은 공의(公義)이다. 오늘날 스스로 청고하다고 자부하는 지식인들은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자신이 노재인지 사대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