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한운(吳閑雲)
진헌공(晋獻公)이 죽자, 그의 고굉지신인 순식과 이극이라는 두 원로급의 대신은 누구를 다음 군주로 할 것인지의 문제에서 이견이 나타난다.
순식은 진헌공의 넷째아들 해제(奚齊)를 내세워 즉위시킨다.
이극은 이에 반발하여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오지 않는다.
순식은 아주 경계했다. 위험한 시기인 것을 잘 알아서, 만의 하나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는 해제가 얼굴을 드러내는 모든 기회를 차단하여, 위험을 피하려 한다. 그래서 아무도 해제가 도대체 어느 곳에 거주하는지를 몰랐다.
이극은 참을성있게 기다린다.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제가 어떻게 숨어 있더라도, 진헌공의 장례식날에는 얼굴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1개월후.
장례식에 참석한 인원이 궁에서 나왔다. 순식은 경계를 강화해서, 인원으로 네모로 방진을 만든다. 해제를 가장 한가운데에서 걸어가도록 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물소가죽으로 만든 방패로 해제를 꼭꼭 에워싸서 튼튼히 막았다.
이와 동시에, 이극이 매수한 자객은 장례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으로 변장하여, 사람들 무리에 섞여 들어갔다.
장례인원이 교외의 묘지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곡을 하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바로 이때, 자객은 혼란을 틈타 해제의 곁으로 다가간다. 비수를 꺼내서 물소가죽방패를 뚫고 그 자리에서 해제를 찔러죽인다.
졸지에 혼란이 발생한다. 갑사들이 몰려들어 자객은 그 자리에서 무수히 찔려서 숨을 거둔다.
<좌전>은 사실대로이 음모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겨울 시월, 이극은 해제를 차(次)에서 죽였다" 여기서 '차'는 '상차(喪次)' 즉 장례를 치르는 곳이다. 책에서는 "그 군주의 아들을 죽였다"(殺其君之子)라고 쓴다.
이극은 일생동안 진헌공이 명이라면 그대로 따랐던 인물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는 주군의 아들을 죽인다.
해제는 그의 부친 진헌공의 장례식 현장에서 죽는다. 새로운 군주가 즉위한지 1달도 되지 않았고, 아직 정식으로 등극하지도 않았었는데, 불귀의 객이 되고 만 것이다. 그는 진폐공(晋廢公)이라 불리며, 향년 14세이다.
순식은 마침 진헌공의 유체에 대하여 곡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지막 장례의식을 치르고 있었는데, 매장을 끝내지도 못했었다. <좌전>에는 "미장야(未葬也)"라고 적고 있다. 돌연한 변고소식을 듣고 대경실색하여 급히 달려가보니 해제는 이미 피를 샘처럼 흘리며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순식은 해제의 시신을 끌어안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갑자기 통곡을 한다. 이번에는 진짜로 통곡을 한 것이다. "나는 주공의 유명을 받들어 아들을 보호했는데, 태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모두 저의 죄입니다. 내가 살아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볼 면목이 있단 말입니까"
말을 마치고 그는 머리를 석주로 부딛쳐 갔다. 그렇게 죽을 작정이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그를 붙잡아 말린다. 주공의 장례도 아직 다 치르지 못했는데, 죽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순식이 말한다: "나는 주공에게 맹세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해제가 이미 죽었다. 내가 무슨 면목으로 세상에 숨을 쉬고 살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한번 꺼낸 말은 절대로 식언할 수 없다. 나는 오늘 주공과 지하에서 만나겠다."
곁에 있는 사람이 그에게 권하여 말한다: "비록 해제는 이미 죽었지만, 탁자(卓子)는 아직 살아있지 않습니까. 탁자도 주공의 친혈육입니다. 당신이 탁자를 보좌하여 즉위시키면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탁자는 여희의 친여동생 소희의 아들이다. 진헌공의 다섯째 아들이고, 해제의 동생이다. 당시의 나이는 10살도 되지 않았다.(사마천의 글에 따르면 1살이다).
순식은 그 말을 듣고, 옳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는 죽지 않는다. 백관들과 상의한 후, 즉시 아무 것도 모르는 탁자를 새로운 군주로 앉힌다. 순식은 계속 조정을 장악했다. 이극은 모르는 척한다.
순식은 양오(梁五), 동관오(東關五)와 비밀리에 모의한다. 해제의 죽음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이극 일당이 저지른 것이다. 그들이 암살을 하면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지 않은가. 며칠 후, 해제의 장례식 때, 이극이 분명히 올 것이니 우리가 장례식때 그를 죽여버리자고 결정한다.
그러나, 누가 죽기를 각오하고 그를 죽일 것인가?
동관오는 말한다. 내가 무사를 길렀는데 최고수이다. 이름은 도안이(屠岸夷)이다. 그는 절기를 지니고 있으며 힘이 다른 사람보다 강하다. 삼천균의 무거운 물건도 등에 질 수 있다. 그의 무술은 시인발제(寺人勃 鞮)에 못지 않다. 만일 후한 녹을 내리면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동관오는 도안이를 찾아나서고 조건을 협상한다. 도안이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도안이는 변신에 능한 인물이다. 그는 돌아온 후에 이리저리 생각해보고, 이해득실을 따져본 후에 이극의 세력이 그래도 크다고 생각하여, 그는 한밤중에 이극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인을 배신한다.
수일후, 해제를 매장하는 날, 양오, 동관오는 묘지부근에 여러 겹의 매복을 설치하고 이극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이극은 오지 않는다. 그는 그들이 모두 성을 나간 것을 알고는, 집안의 사병을 이끌고, 정변을 일으킨다. 궁중이 빈 틈을 타서 왕궁을 점령한다. 순식이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황급히 해제를 묻고는 급히 궁으로 돌아간다.
이오(二五)장군이 병마를 모아서 달려와 이극과 대치한다. 이때 도안이는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있던 동관오의 목을 베어버린다. 졸지에 군내가 어지러워진다.
도안이는 크게 소리친다: "공자 중이(重耳)와 이오(夷吾)의 병마가 이미 성밖에 도착했다. 나는 이극대부의 명을 받들어, 과거의 태자 신생(申生)의 원한을 풀고, 간신을 제거하고, 반당을 교살하려 했다. 중이를 새로운 군주로 맞이하자. 원하는 사람은 모두 나를 따르라."
병사들중 그를 따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양오는 동관오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순식, 탁자와 함께 도망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이극에게 추격당하여 따라잡힌다. 이극은 검을 뽑아 양오를 두동강이낸다. 순식은 얼굴색이 변하여 왼손으로 탁자를 안고, 오른 손으로 소매를 들어 갑추었다.
탁자는 가슴 속에서 울고 있었다.
순식은 이극에게 말한다: "아이는 죄가 없다. 나를 죽여라. 선군의 혈육은 목숨을 남겨주기 바란다."
이극이 크게 소리친다; "신생은 어디에 있는가? 설마 신생은 선군의 혈육이 아니란 말이냐. 도안이. 아직도 손을 쓰지 않고 뭐하느냐?"
도안이는 순식의 수중에서 탁자를 빼앗아 온다. 그리고 돌계단으로 집어던진다. 탁자는 졸지에 혈육이 모호한 시신이 된다. 오호애재라.
순식은 대노하여, 패검을 뽑아, 도안이를 죽이고자 한다.
이극이 소리쳤다. "백옥에 때가 묻으면 갈면 된다. 사람의 언행에 오점을 남기면 영원히 씻어낼 수가 없다. 너는 지난번에 죽었어야 했다. 그런데 죽지 않았다. 너는 이미 한번 식언을 했다. 오늘 다시 죽더라도 공연히 죽는 것은 아니다."
순식이 말한다: "내가 선군에게 약속한 말은 절대로 식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살로 생을 끝마친다.
이극은 검을 들고 앞장서고, 사람들이 뒤를 따른다. 모두 그의 지휘하에 궁중으로 들어가, 여희를 수색한다. 여희는 언제인지 모르지만 이미 물에 몸을 던져 자결했다. 그들은 그녀의 시신을 건져내어 육시한다.
진헌공이 구월에 죽었고, 이극이 해제를 죽인 것은 시월이다. 탁자를 죽인 것은 십일월이다. 이극은 난으로 난을 막았고, 연속으로 2명의 무고한 어린 군주를 죽였다. 그리하여 춘추역사상 가장 참혹한 궁중참변이 된다.
여희도 죽고, 순식도 죽었다. 해제, 탁자도 죽었다. 양오, 동관오도 죽었다. 이 일파는 깨끗이 제거된 것이다.
승리자는 정의를 대표한다. 이극은 억울하게 죽은 태자의 명예를 회복시킨 대영웅이다. 역사는 이렇게 잔혹한 것이다.
이번 정변을 통하여 2달동안 연속 3명의 국군이죽는다. 진나라의 실권은 이극의 수중에 떨어진다.
'중국과 역사사건 > 역사사건 (선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나라의 군법: 패전장수는 자결한다 (0) | 2012.08.15 |
---|---|
<춘추>: 공자는 진문공의 추행을 어떻게 덮어주었는가? (0) | 2012.05.28 |
상(商)나라 부호묘(婦好墓)의 주인은 누구인가? (0) | 2012.02.06 |
주무왕(周武王)의 봉신방(封神榜) (0) | 2012.01.30 |
주(周) 왕조는 돌궐혈통인가? (0) | 2011.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