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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선진)

초나라의 군법: 패전장수는 자결한다

by 중은우시 2012. 8. 15.

글: 오한운(吳閑雲)

 

춘추시대에 초진쟁패(楚晋爭覇)에서 진나라는 먼저 출기제승(出奇制勝)하여 일거에 강대한 초나라를 격패시켰다. 초나라장수 성득신(成得臣)은 잔병패장을 이끌고 황망하게 도망쳤다.

진문공(晋文公)은 높은 산언덕 위에 서서, 크게 소리친다: "그들을 놔주어라! 도망치게 놔두어라! 모두 화기를 상하지 말라."

그래서, 성득신은 도망칠 수 있었고, 연곡(連谷)이라고 부르는 곳까지 가서야 멈출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진문공은 왜 성득신을 놓아주었을까? 정말 그가 인의를 중시하기 때문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거기에는 3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당시 전차의 기동성은 도로의 제한을 받았다. 반드시 대열을 정비하여야 효과적이다. 장거리를 추격하기에는 전차가 적당하지 않고, 그다지 쓸모가 없다. 추격해야 따라잡지 못할 바에는 인심을 쓰는 것이 낫다.

둘째, 진국(晋國), 진국(秦國), 제국(齊國)은 연합하여 초나라를 물리치고, 초나라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초나라를 반격해서 공격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셋째, 진(晋)나라가 초나라를 격패했을 때,그가 요청한 두 국가인 진(秦)과 제의두 나라는 초나라의 영채를 점령하여 양식과 물자를 점령했다. 만일 진나라가 계속하여 초나라를 추격하면, 승리의 과실을 하나도 얻지 못하고, 진(秦)과 제의 두 나라만 배불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진문공은 공격을 포기하고, 모두 함께 획득한 전리품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이 전투의 결과는 바로, 진나라가 초나라의 북방으로 확장하는 기세를 억제했고, 초나라로 하여금 한참동안 북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진진(晋秦)의 두 나라도 남하할 수 없었다. 이제 천하는 남북대치의 국면을 형성한다.

 

성득신이 연곡까지 도망쳐서 잔여군사를 점검한다. 중군은 비록 손실이 있었지만, 그래도 6,7할의 주력이 남아있었다; 좌우의 2군의 잔병은 겨우 1,2할만 남았다.

성득신은 대성통곡하며 말한다: "원래 초나라를 위하여 만리에 위세를 떨치고자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진나라놈드의 궤계에 걸려서, 공을 탐하다가 전투에서 패배했다. 죄를 부인할 수 없으니, 내가 무슨 면목으로 세상에서 구차하게 더 살아갈 것인가?"

"초나라의 법에 따르면 군대가 패전하면 장수를 죽인다"는 전통이 있다. 이렇게 큰 패전을 치르게 되면, 장수는 떠넘길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하고 반드시 죽음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성득신은 두의신(斗宜申), 두발(斗勃)과 함께 자신들을 구금하고, 성득신의 15살된 아들 성대심(成大心)으로 하여금 잔군을 이끌고 초왕을 만너러 가서 죽음을 내려줄 것을 청하게 한다.

초성왕(楚成王)은 성대심을 보자 대노하여 포효한다: "너의 부친은 이전에 이렇게 말했다: 승리하지 못하면 군령을 받겠다'고 일이 이지경에 이르렀는데 네가 와서 또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성대심은 땅위에 꿇어앉아,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신의 부친은 이미 죄를 알고 있습니다. 그가 당시 자살하려는 것은 신이 말렸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렇게 큰 패전을 했는데, 당연히 대왕께서 그를 죽여야 비로소 국법을 바로 세우는 것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초성왕은 그를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나보고 죽이라고. 내가 그를 죽여서 뭐한단 말인가? 초나라의 국법은 병패자사(兵敗者死)이다. 그가 어째서 아직도 죽지 않고 있단 말인가? 네가 가서, 그들에게 바로 자결하라고 해라. 과인이 칼과 도끼를 쓰기 전에."

성대심은 초성왕이 아무런 연민이나 사면할 뜻이 없음을 보고 대성통곡하며 일어나서 떠났다.

연곡으로 돌아와서, 성득신이 물었을 때, 성대심은 그저 곡을 할 뿐 말을 잇지 못한다.

성득신은 탄식하며 말한다: "초왕이 나를 사면하였다고 하더라도,내가 무슨 면목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내가 어찌 다시 향친부로들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는 멀리 초왕이 있는 방향을 향하여 절을 한 후, 패검을 뽑아서 자결한다.

 

이때, 초나라에 한 현인이 있었으니 이름은 천가(薦賈)라 했다.(전해지는 바로는 그가 손숙오(孫叔敖)의 부친이라고 한다). 나이 겨우 15,6세였다. 그는 부친 천려신(薦呂臣)에게 묻는다:

"듣자하니, 영윤 성득신이 성복에서 전패했다는데 사실입니까?"

여신이 탄식하며 대답한다: "그렇다"

천가가 다시 묻는다: "대왕은 어떻게 처치할 예정입니까?"

여신이 말한다: "그는 대왕에게 죽음을 청했고, 대왕도 그의 말대로 할 것이다."

천가가 말한다: "성득신은 강퍅자용하고, 교만하고 횡행하여, 혼자서 임무를 완성할 수는 없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전쟁을 잘합니다. 만일 지모가 있는 사람이 보좌한다면 자연히 공을 세울 것입니다. 오늘 비록 패배했지만, 다음에 다시 싸워서 진나라를 이길 사람은 분명히 그입니다. 부친은 왜 대왕께 권하지 않습니까. 그의 목숨은 남겨두라고."

여신이 말한다: "대왕이 이미 화를 냈으니, 더 말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천가가 말한다: "부친은 혹시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제가 듣기로, 옛날에 대왕이 공자일 때, 어떤 관상가가 말하기를 대왕, 자옥(子玉, 성득신), 자서(子西, 두의신)의 세 사람은 모두 흉사할 상이라고 하였다. 대왕은 그 관상가의 말이 들어맞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즉위하는 날,자옥, 자서에게 면사금패(免死金牌)를 하나씩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대왕이 아마도 잊어버린 것같으니, 부친께서 지금이라도 이를 일깨워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여신은 초왕을 만나서 아뢴다: "자옥의 죄는 비록 죽어 마땅하나, 대왕이 옛날에 그에게 면사금패를 하나 준 바 있으니, 사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초왕이 놀라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말한다: "아. 과인이 이미 잊고 있었구나. 그런 일이 있었다. 네가 오늘 말하지 않았더라면, 과인이 정말 잊어버렸겠구나."

그리고 사람을 연곡으로 보내어 초왕의 명령을 전한다: "패장은 모조리 죽음을 면하게 한다."

그러나 사면령이 연곡에 도착했을 때, 성득신은 이미 죽은지 반나절이 되었다.

좌장군 자서(두의신)은 대들보에 목을 매었는데, 그가 뚱뚱한 바람에 몸이 너무 무거워, 목을 매었지만 밧줄이끊어졌다. 마침 그 때 사면령이 도착하여 생명을 건졌다. 우장군 두발은 먼저 성득신의 시신을 수습한 후에 자결하려고 해서, 그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

그저 성득신만 죽었다. 이것도 운명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너무 강경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너무 강경하면 대부분은 죽을 관상이다.

 

그렇다면, 승패는 병가의 상사이다. 패전을 한다고 반드시 자결해야할 것인가.

자살이라는 현상은 일반적인 경우, 대부분 신체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박해를 받을 때, 정신적으로 철저히 붕괴하여 절망할 때 이루어진다. 이런 이유이건 저런 이유이건, 대부분은 개별적 행위이다. 그러나 일종의 제도로서, 이는 초나라에 독특한 것이다.

춘추시기에 중원의 각국은 이런 변태적인 법률이 없었다. 이것이 <주례>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중원각국의 군주는 먼저 장수를 죽이지 않았고, 노예를 죽이는 것조차 아까워했다. 왜냐하면 노예는 주인의 돈버는 도구, 일하는 도구, 고정자산이기 때문이다. 더 오래 쓰고 싶어서 마음대로 죽일 리가 없다.

그러나, 초나라는 중원과 달랐다.

초나라는 가장 먼저 제국모델을 시험한 국가이다. 더 이상 분봉독립한 영주를 두지 않았고, 고도로 집권되었다. 이렇게 하여, 국가는 비록 작았지만, 확장효율은 아주 컸다. 그래서 팽창을 가장 빠르게 한 나라였고, 금바 당시 최강의 강대국이 된다.

춘추시기, 각국의 귀족은 군왕와 아주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었다. 군신간은 모두 친척이다. 그래서 그들은 '효'만 강조해도 충분했다. 그러나 초나라는 팽창이 빠르다보니, 멸망시킨 나라가 늘어나면서 편입시킨 이족인 신하들이 갈수록 많아졌다. 효만 강조하는 것은 확실히 부족하다.

왕실혈통이 아닌 신하들에게 무엇을 강조해야할 것인가. 그것은 '충'이다.

그래서, '충'의 관념이 '효'의 관념에서 분리해나왔다. 이것은 초나라에서 가장 먼저 완성되었다.

무엇이 충인가? 군주를 위하여 감히 죽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충이다. 자살은 바로 충을 다한 것이다. 임금이 죽으라면 신하는 죽는다. 신하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죽지 않으면 불충이다.

초나라의 군왕은 신하들에게 이런 규칙을 만든다: 전쟁에서 패하면 너는 자살해라.

이렇게 하는데 무슨 좋은 점이 있을까? 첫째는 군왕의 절대적인 권위를 수립하는데 유리했다. 너는 당연히 죽어야 한다. 그러나 군왕이 은혜를 베풀면 죽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군왕의 한마디에 생사가 결정된다. 둘째는 이런 윤리가 형성된 후, 상류계층의 대내통치에 유리했다. 신하는 자신이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전쟁은 성공해야하고 실패해서는 안된다. 군왕의 대외확장에 아주 유리했다.

우리는 성득신이라는 세 글자를 보았지만, 사서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옥'이라고 부른다. 그를 왜 성득신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왜냐하면 바로 초성왕이 내린 시호이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성왕의 신하라는 것을 표시한 것이다. 살아서도 그의 사람이고, 죽어서도 그의 귀신이다.

당연히, 인류가 암흑 속에서 모색해 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전형적인 군국주의의 작풍은 일찌감치 역사의 기나긴 강물 속에서 무정하게 버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