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고아” 이야기의 역사진상

 

글: 곽찬금(郭燦金)

 

“조씨고아”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눈물을 자아내는 이야기이다. 조씨집안이 간신의 모함을 받아서 멸문을 당하고, 고아는 요행히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고, 8명의 의사(義士)들이 앞뒤로 희생하면서, 마침내 피의 복수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그 속의 감동적인 정의(情義),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충성(忠誠)으로 인하여 고금중외의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견지’와 ‘온난’을 느끼고, 영혼은 안위를 받았다. 그러나, 한번 또 한번 이야기가 전해지고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역사의 진면목은 점점 잊혀지게 된다. 이야기가 여러 번 반복되다보니 역사가 되고, 그 후에는 진실한 역사로 인식된다. 그러나, 역사가 정말 그렇게 정이 많고, 정이 넘쳤던가? 역사상의 ‘조씨고아’는 어떤 이유로 고아가 되었던가? 역사상 진실한 ‘조씨고아’는 과연 정의와 충성의 상징이라할 수 있을까?

 

‘조씨고아’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조씨고아’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진문공(晋文公)부터 시작해야 하다.

 

진문공의 이름은 중이(重耳)이다. 중이는 춘추시대 진헌공(晋獻公)의 아들이다. 중이는 역사상 아주 유명한데, 그의 일생이 기구하고도 전설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된 데에는 한 여인과 관련있다.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여희(驪姬)이다.

 

진헌공이 한번은 전쟁중에 승리자로서 두 여자를 얻는다. 바로 여씨자매이다. 진헌공은 그녀들을 후궁에 들이고, 더없이 총애한다. 여희가 사내아이를 낳자, 진헌공은 자신의 여희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기 위하여, 원래의 태자를 폐위시키고, 여희의 아들을 태자로 삼는다.

 

태자를 바꾸는 일은 국가의 대사이다. 진헌공도 그 일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었다.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는 원래의 태자와 중이를 포함하 여러 왕자들을 모두 외지로 내보내게 된다. 그렇게 하였지만, 여희는 그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고, 계속하여 그들을 해치려 하였다. 태자와 중이는 할 수 없이 다른 나라로 망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은 기나긴 망명생활의 시작이었다. 중이가 다시 진나라의 땅을 밟게 되는 것은 이로부터 19년이 지난 후가 된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중이가 망명에서 되돌아오면서 진나라의 군주로 옹립된다는 점이다.

 

조쇠(趙衰)는 왜 중요한가? 한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기로 한다.

 

중이가 제(齊)나라에 망명해 있을 때, 제환공(齊桓公)의 후한 대접을 받는다. 제환공은 황실의 여인을 그에게 시집보내주었을 뿐아니라, 80필의 준마까지도 보내준다. 중이는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 그리하여 그는 편안한 생활에 젖어버린다. 그는 투지를 잃고, 제나라에게 이렇게 평생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중이가 제나라에서 향락에 빠져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 하고, 그저 제나라에서 여인과 술에 빠져있고, 다시 진나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저 헛수고를 한 것이 되지 않는가?

 

중요한 순간에 조쇠가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 술을 잔뜩 먹여서 중이를 취하게 한 후에, 그를 가마에 태워서 제나라 국경을 넘어가 버린다. 중이가 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른 나라로 넘어가 있을 때였다. 만일 조쇠등이 굳건히 그를 따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조쇠등의 고심이 없었다면 중이가 나중에 진나라를 되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기>>의 평가에 따르면, “진문공이 나라로 되돌아오고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것이 조쇠의 계책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이가 진나라군주가 될 수 있었던 것에 공로가 가장 큰 사람이 조쇠이다. 그리하여 조쇠는 원읍대부(原邑大夫)로 봉해지고, 조정에서 군주를 대신하여 조정의 정무를 처리했다. 그의 신분은 졸지에 진나라의 공경이 된 것이다.

 

조쇠의 후계자는 그의 아들인 조순(趙盾)이다. 진문공 중이가 죽은 후, 조순은 계속하여 진나라의 국정을 대리하여 처리하고, 진문공의 아들인 진양공(晋襄公)을 보좌한다.

 

조순이 국정을 2년간 주재한 후 진양공이 사망한다. 진양공이 죽자, 조순은 난제에 부닥친다. 이 난제는 조순의 이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는 진양공의 태자와 직접 관련이 있다.

 

진양공의 태자는 ‘이고(夷皋)이다. 원래 부친이 죽으면 아들이 물려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당시 이고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조순은 이고는 너무 어려서 스스로 생활조차 하기 힘든데 어떻게 일국의 군주가 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조순은 태자로 하여금 승계하게 하지 않고, 진양공의 동생이자, 태자의 숙부로 당시 진나라에 인질로 가 있던 공자옹(公子雍)을 군주로 옹립하고자 한다. 조순은 계획이 세워지자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사신을 진나라에 보내어 공자옹을 영접한다.

 

이를 보면, 당시 조순은 이미 진나라의 정계에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고, 그가 하고싶은대로 할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순에게도 결점과 약점이 있었다. 그는 부친이 중이를 따른 공로 때문에 그 지위를 얻은 것이다. 어느 정도 조순은 ‘2대관료집안’으로 ‘권력’은 있지만, ‘고귀’한 집안은 아니다. 조순의 지위가 높고 권력이 컸찌만, 진나라의 통치자와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었따. 종법사회에서, 조순은 귀족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들 조씨집안은 진나라 정계에서 충분한 인맥관계를 가지고 있지 못했고, 인맥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태자 이고의 모친은 이 점을 명확히 파악했다. 그리하여 조순을 찾아가서 따진다. 겉으로 그녀가 사용한 무기는 눈물이지만, 실제로 그녀가 사용한 무기는 배후의 종실이었다. 태자가 이미 태자로 책봉되어 있는만큼, 그의 뒤에도 이해관계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조순은 아마도 이런 현상을 바꾸고자, 태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핑계삼아 다른 사람을 임금으로 올리고자 한 것을 것이다. 일단 이 일이 성공하면, 조순은 임금을 모신 공이 있으니, 진나라의 정치생태를 바꿀 수 있을 뿐아니라, 이후 그의 지위와 권력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태자의 배후에 있는 세력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태자의 모친은 더더구나 집요했다. 그녀는 매일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조순의 길을 막고 눈물로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조순을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고 호소하여 조순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조순에게 한 가지만 집요하게 따졌다: “말씀해주세요. 금방 돌아가신 진양공에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왜 그의 태자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임금으로 삼으려 하십니까.” 조순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조순이 이 일로 고민하면서,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태자의 배후세력, 태자모친의 배후세력은 조순 자신보다 몇 배는 강했따. 만일 다른 사람을 내세워 태자를 대체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불측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조순은 어쩔 수 없이 종전의 계획을 바꾸어, 임금의 자리를 태자가 물려받도록 한다. 후임으로 임금에 오른 인물이 나중의 진령공(晋靈公)이다.

 

이를 보면 당시 조순의 권력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하고싶은대로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태자는 즉위했는데, 조순이 진나라로 공자옹을 영접하러 보낸 사람은 아직도 도중에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조순은 다시 한 무리를 사람의 보내어, 공자옹을 영접하러 보낸 사람을 중도에 돌아오게 하였다. 조순은 반드시 뒷처리를 깔끔하게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조순은 일처리에 주도면밀한 계획이 없었던 편이었다. 이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평안하게 앉아있기는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기세를 올리고 있을 때 이미 위기는 도래하고 있었다. 태자모친의 마음 속에, 태자를 모시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리고 태자 즉 나중의 진령공의 마음 속에, 조순은 불측한 생각을 하는 간사한 소인이고, 자신들의 적이었다.

 

이런 상황하에서, 점점 성장하는 진령공이 조순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하였을까? 역사의 기록은 음미할 만하다.

 

어른이 된 후 진령공은 자포자기하고, 교만하고 방종하였으며, 수시로 변했다. 그리하여 그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예를 들어, 그는 평상시에 황궁의 가장 높은 건물에 기어올라가는 것을 좋아했고, 거기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화살을 쏘았다. 행인들은 화살에 맞지 않기 위하여 사방으로 도망쳤다. 진령공은 행인들이 놀라서 어쩔 줄모르고 당황하고, 곳곳으로 황급히 도망치는 것을 보면서 아주 즐거워했다. 진령공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했는데, 입맛이 까다로웠다. 한번은 곰발바닥요리를 먹는데, 요리사가 제대로 요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요리사를 죽여버린다. 그리고 요리사를 여덟조각내어 광주리에 담아서 궁녀들로 하여금 머리에 이고 궁밖으로 내가게 하였다.

 

진령공의 이러한 황음무도한 행위는 한가지 태도를 나타낸다: 너 조순이 조정의 정사를 책임지지 않느냐? 나는 너에게 협조해주지 않겠다. 예전에 너는 나를 폐위하려는 생각까지 먹었지 않느냐. 국정을 주재하던 조순으로서는 그저 진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영공은 조순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고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의 관계는 세불양립의 상황이 된다.

 

이렇게 하여 <<조씨고아>>에서 얘기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진령공이 자객을 보내어 조순을 죽이러온 자객은 중도에 포기하고, 조순은 겨우 목숨을 건진다. 한가지 계책이 성공하지 못하자, 다시 다른 계책을 세운다. 진령공은 연회를 열어 매복한 사병으로 하여금 조순을 제거하려 한다. 그러나, 중간에 조순에게 이를 알려준 사람이 있어 조순은 다시 한번 목숨을 건진다.

 

이것들은 나중에 진령공의 죄로 된다. 그러나, 우리가 각도를 바꾸어 생각해본다면, 이런 일들이 발각된 것은 불가사의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자객을 보내어 죽이려는 사람은 왕왕 약자이다. 예를 들어, 연나라의 태자단이 형가로 하여금 진시황을 죽이게 하려했다. 그런데, 임금의 자리에 있는 진령공이 왜 이런 수단을 사용하려 했을까?

 

그렇다면, 진령공이 연속으로 2번이나 죽이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는데, 조순이 어떻게 해야할까? 삼십육계,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하여 조순은 황급히 도망간다.

 

조순이 도망치자마자 문제가 터진다. 조순의 동부이모형제로 조천(趙穿)이 있는데, 그가 조정에서 공공연히 진령공을 죽여버린 것이다. 이때, 조순은 아직 진나라국경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조순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말머리를 돌려서 되돌아온다. 그는 수도로 돌아와서 난국을 수습하며, 조천을 주나라의 수도로 보내어 진문공 중이의 아들이자, 진양공의 동생이자, 진령공의 숙부인 흑둔(黑臀)을 모셔와서 즉위시키니 그가 바로 진성공(晋成公)이다.

 

사서에는 진령공이 피살되는 것과 관련하여 조순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명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진령공의 죽음이 조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얼마후에, 진나라의 조야에서는 이에 관한 온갖 소문이 다 돌게 된다. 진나라사람들은 조순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정경(正卿)의 신분으로 도망친다고 하면서 진나라의 국경도 아직 벗어나지 않았고. 더더구나 돌아와서 다시 국정을 주재하면서, 국군이 피살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역적을 처벌하지도 않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리하여, 진나라의 사관들은 사서에 이렇게 적었다: “조순이 자신의 임금을 시해했다.” 그 뜻은 조순이 군주를 시해한 죄를 지었다는 것이다. 이 사관의 이름은 동호(董狐)이다. 동호는 이 사건에서 원칙을 견지하여 청사에 이름을 남긴다. 공자는 이를 크게 칭찬했다. 나중에 문천상도 <<정기가>>에서 이렇게 적었다: “제나라에는 태사의 간(簡)이 있고, 진나라에는 동호의 붓이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세상사람들이나 역사는 조순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역사상 진실한 조순은 <<조씨고아>>에 나오는 조순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진성공은 7년간 재위후에 사망한다. 조순의 도움하에, 진성공 흑둔의 아들 자거(子据)가 즉위하니 그가 진경공(晋景公)이다. 진경공의 재위중에 조순이 사망한다. 그의 아들 조삭(趙朔)이 부친 조순의 작위를 승계한다. 조삭의 부인은 바로 진성공의 누나였다. 이때 조씨집안은 이미 진나라 정계에서 가장 큰 세력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러나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있듯이, 조씨세력은 내리막길을 걷는다. 진경공은 즉위후에 조씨집안에 손을 쓴다.

 

이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진경공은 손을 쓰기 전에 미리 면밀한 준비를 갖춘다.

 

첫째, 그는 행동의 선봉장으로 도안가(屠岸賈)를 정한다. 그는 도안가를 사구(司寇)로 발탁하는데, 사구는 고위직이고 주요직책은 형옥, 규찰등의 사무를 관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도안가를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도안가가 진령공의 측근이고, 진령공의 신뢰를 받았는데, 진령공이 조순형제에게 피살당했으니, 도안가는 조씨가족에게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 그는 도안가로 하여금 정치적 여론을 조성하게 한다. 도안가는 형옥, 규찰등의 사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진령공피살사건을 재조사할 수 있었다. 도안가는 진령공피살사건을 돌파구로 하여, 이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당시 진령공을 살해한 원흉을 잡아서 처벌하겠다고 공언한다. 이렇게 되자 조천은 화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조천은 조순의 형제이다. 이일은 이미 사망한 조순에게도 연루될 수 있었다. 일단 조순이 연루되며, 조순의 아들인 조삭도 위험에 빠지게 된다. 도안가는 공개적으로 “조순이 비록 사정을 몰랐더라도 여전히 역적의 수괴이다. 신하로서 국군을 살해하였는데도 그의 자손이 여전히 조정의 관직을 자기고 있다니 이는 도덕과 법률에 부합하지 안흔다.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떠들고 다녔다.

 

이것은 조씨집안이 오랫동안 국정을 농단해온데 대한 반발이었다. 또한 진경공이 권력을 대신이 장악하고 휘두르던 국면을 바꾸고자 하는 것과 맞아떨어졌다. 확실히 이번에 진령공피살사건을 들먹인 것은 그 창끝이 조삭을 향한 것이었다. 근본목적은 진나라의 정치국면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쇠, 조순, 조삭의 3대에 걸친 노력으로 조씨가족은 이미 진나라정계에서 상당히 강대하고 안정적인 세력으로 발전해 있었다. 행동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하여, 도안가는 습격의 전술을 채택한다. 그는 장병을 이끌고 하궁에서 조씨를 급습하여, 조삭, 조동, 조괄, 조영제를 죽여버리고, 가들의 가족을 멸족시킨다.,

 

이번 대숙청에서, 진경공은 육친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과격하지는 않았다. 조씨집안을 멸문시킬 때, 진경공은 자신의 고모에게는 살 길을 열어준다. 당시 임신중이던 고모를 자신의 궁안에 숨겨준다. 이 가련한 여인은 이렇게 하여 목숨을 건진다.

 

조삭의 처는 나중에 사내아이를 낳는다. 이 사내아이가 바로 나중에 대명이 자자한 ‘조씨고아’이다. 그의 이름은 조무(趙武)이다.

 

이상의 이야기는 조씨고아가 고아가 된 경위이다. 조씨고아의 전전(前傳, Prequel)인 셈이다.

 

이 가혹한 운명의 고아는 어떤 인생을 맞이하게 될까?

 

4대에 걸친 축적과 발전을 거쳐, 조양자(趙襄子)의 시대가 되어서는 조씨집안이 다시 진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치세력중 하나로 성장한다. 조씨는 지씨, 범씨, 중행씨, 한씨 ,위씨와 더불어 진나라의 육경(六卿)중 하나로 불리게 되며, 이 육경간에 서로 투쟁이 벌어진다. 최종 결과는 한씨, 조씨, 위씨의 세 가문이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그 땅을 셋으로 나누어, 한나라, 조나라, 위나라를 설립한다.

 

조씨가족은 마침내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그 땅을 다른 집안과 함께 나눠가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조씨고아>>에서 얘기하는 “충군”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삼가분진(三家分晋)”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보통은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본다. 진나라는 세 나라로 나뉘면서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나라를 건립한 조씨는 역사에 대한 미화작업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그들 자신이 기록한 역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억울하다는 것이고, 그들이 정의와 도덕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조씨고아의 이야기는 진나라 정계의 너죽고 나살기 식의 투쟁에 충,간의 요소를 집어넣어 자신을 충의의 쪽에 선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어찌 그렇겠는가? 역사는 그저 피바람일 뿐이다. 잔인할 뿐이다. 동서양을 감동시킨 조씨고아이야기는 그저 문학적 이야기일 뿐이다. 무대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역사상 실제로 존재했던 것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