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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선진)

“조씨고아”이야기: 사기(史記)와 좌전(左傳)중 어느 책이 더 믿을만한가

by 중은우시 2010. 11. 10.

 

: 윤검상(尹劍翔)

 

조순(趙盾)이 죽고 그의 아들 조삭(趙朔)이 작위를 승계한다. 진경공(晋景公)3, 조삭은 진나라의 대장이 되어 병사를 이끌고 정()나라를 구원하러 갔다. 하상에서 초장왕과 일전을 겨루는데, 이 전투를 겪으면서, 조삭은 진성공(晋成公)의 누나인 조장희(趙庄姬)를 부인으로 얻게 된다.

 

여기까지는 같으나, 이 뒤의 이야기는 두 개의 버전으로 나뉜다. 하나는 <<사기(史記)>>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좌전(左傳)>>버전이다.

 

먼저 <<좌전>> 버전부터 살펴보자.

 

기원전587, 조삭도 죽는다. 그의 처인 조장희는 조순의 이복형제인 조영제()와 통간한다. 춘추시대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조씨집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이 일을 그냥 보아넘기지 않았다. 조영제의 두 친형제인 조괄(趙括)과 조동(趙同)은 조영제의 행위가 조씨집안의 체면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짓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그를 제()나라로 쫓아보낸다. 조영제는 떠날 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있으면 난서(欒書)가 집권을 하고 있어도 우리 조씨집안을 어떻게 하지 못하지만, 내가 떠나면, 골치아파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모두 잘하는게 있고 못하는게 있다. 내가 약간 호색하지만, 너희가 좀 참아주면 안되겠느냐? 조동, 조괄은 참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호색하더라도 조카며느리까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가장 화가난 사람은 조장희이다. 애인을 잃게된 조장희는 조영제를 쫓아낸 조동, 조괄에 대하여 계속하여 불만을 품게 되고,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모든 것에 대하여 조씨형제의 잘못으로 책임을 돌린다. 그리고는 조씨와 원한관계에 있는 난씨, 극씨()와 손을 잡고 조씨집안과 싸우게 된다. 여러 세력들이 진경공의 앞에서 돌아가며 조괄과 조동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고 모함한다. 진경공도 여러 번 듣자 이를 사실로 생각하여 결국 조괄과 조동을 죽이게 된다. 진나라의 공경대부들은 조순의 권력농단으로 조씨집안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대부분 중립을 지킨다.

 

사람을 죽이고나자 조장희는 정신이 들었다. 조동과 조괄은 죽였는데, 조씨집안에는 자신과 아들 조무(趙武)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미 난씨, 극씨의 세력은 아주 커져 있었다. 이것은 자신이 죽을 쑤어 남을 준 꼴이 아닌가? 이를 깨닫고 나자, 조장희는 조무를 제리고 진나라의 왕궁으로 들어가서, 난씨, 극씨로부터 위해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진경공은 조동형제를 죽인 후, 조씨의 토지를 기해(祁奚)가족에게 하사하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때 조씨가족중에서 조장희와 조무가 나타난 것이다. 진나라의 집정대부인 한궐은 이렇게 설득한다: 조씨가족의 조쇠, 조순, 조삭은 모두 국가를 위하여 큰 공을 세웠다. 그런데, 후손이 잃고, 토지도 잃는다면, 후세인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누가 국가를 위하여 공을 세우려고 할 것인가? 이 말 때문에 조씨가족은 목숨을 건지고, 토지도 나중에 조무가 봉지로 받는다. 조씨가족은 이로써 다시 부흥하게 된다.

 

이상은 <<좌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기>>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사기>>조씨고아이야기는 이후 수천년간 전해져 내려오면서 <<설가장>> <<양가장>> <<악비전>>등 소설에 쓰인다. 이들 소설은 모두 <<사기>>조씨고아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기>>에 실려있는 조씨고아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조삭이 직위를 승계받아 진경공을 보좌한다. 조삭은 아직 죽기 전인데, 문제가 나타난다. 바로 폭군 진영공(晋靈公)때문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모두 다르다. 아무리 악당이더라도 친구가 두세명은 있는 법이다. 폭군인 진영공에게도 친구가 있었다. 바로 대사구(大司寇)인 도안가(屠岸賈)이다. 도안가는 진영공의 총애를 받았고, 진나라에서 대사구의 직위에까지 오른다. 진영공이 죽은 후에 도안가는 자신의 지기인 진영공을 위하여 복수하고자 한다. 그러나, 조순이 살아있을 때는, 그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왜냐하면 조순은 아주 강경한 인물이고,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삭이 작위를 승계한 후, 도안가는 마침내 조씨일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 그는 먼저 무장들을 부추긴다: 조순은 시군(弑君)의 죄를 저질렀다. 지금 그의 자손들이 아직도 조정의 중신이다. 이것을 그냥 두어야 하는가? 조씨를 멸족시켜야하지 않겠는가? 진나라는 원래 귀족집안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했다. 도안가의 이런 말을 듣자,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장군들은 즉시 흥분하여 조씨를 주살하고자 한다.

 

대장 한궐이 나타나서 말했다: 영공이 피살될 때, 조순은 바깥에 있었다. 군왕도 조씨는 무죄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이 죄없는 사람을 죽인다면, 그것이 바로 반란이다. 너희가 국가의 충진을 죽이면서 군주에 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군주를 눈에 두지 않는 것이다 도안가는 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조씨를 주살하고자 한다. 그러자, 한궐은 할 수 없이 이 일을 조삭에게 얘기하여, 그에게 도망치라고 한다. 조삭은 응하지 않는다. 만일 장군이 나의 후손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약속만 해준다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한궐은 절대로 이 일이 간여하지 않겠다고 승락하고,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는다.

 

조삭은 그의 부친 조순에 비하여 시대의 흐름을 잘 못 읽었다. 조순은 악명을 뒤집어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도망치면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조삭은 부친과 가치관이 달랐다.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자신의 명예를 중시했다. 그래서 그는 자리를 지키는 군자가 되고자 하다. 그러나, 그 자신도 이런 결정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지 못했다.

 

도안가는 진경공의 허락도 받지 않고, 군대를 이끌고 조삭이 기거하는 하궁으로 간다. 거기서 조삭과 몇몇 숙부(조동, 조괄, 조영제등)를 죽여서 그 일족을 멸문시킨다.

 

이번 대재난에서 3사람이 요행히 살아남는다. 한 사람은 조삭의 부인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신분이 진성공의 친누나였기 때문이다. 이번 재난에서 빠져나온 후 그녀는 진경공의 궁중으로 들어간다. 또 다른 두 사람은 조삭의 문객인 공손저구(公孫杵臼)와 조삭의 친구인 정영()이었다.

 

두 사람이 만난 후, 공손저구가 정영에게 물었다: 너는 왜 안죽었느냐?

 

정영은 아주 큰 비밀을 공손저구에게 털어놓는다: 조삭의 부인이 임신했다. 만일 남자아이를 낳는다면, 내가 그를 키울 것이다. 만일 여자아이라면 그때 죽어도 늦지 않다.

 

조삭의 부인은 진나라 궁중에 몇 달간 숨어있으면서, 마침내 분만을 하여, 사내아이를 낳는다.

 

이때는 진나라궁중도 진경공의 영지가 아니었다. 이곳의 소식은 금방 바깥으로 퍼져나갔다.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도안가는 금방 이 소식을 듣고는 궁중에 이 아이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확실히 이때의 진경공은 이미 아무런 권력도 없었다. 그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장군들이 중신의 일가를 몰살시켰으니, 그의 허락을 받지 않고서도 당연히 진나라궁중에 사람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도안가는 궁문을 지키고, 친히 들어가서 수색하려고 한다. 조삭의 처는 더 이상은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모험을 하고자 한다. 그녀는 남자아이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하늘에 기도한다: 하늘이 조씨를 멸족시키고자 한다면, 네가 울어라. 만일 하늘이 조씨를 멸족시키지 않겠다면 너는 울지 말라.

 

철저한 조사가 끝난 후, 도안가는 곁에는 조삭의 부인이 조용히 서 있었다. 도안가는 아이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조씨일족을 죽일 수는 있었지만, 감히 황실에 더 이상의 무례는 저지를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가 그 곳에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도안가는 아이를 몰래 빼돌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성밖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 조씨모자는 겨우 목숨을 건진다.

 

정영은 이 일을 알게 되자, 바로 공손저구를 찾아가서 상의한다. 이번에는 피할 수 있었지만, 다음 번은 어떻게 피할 것인가? 계속하여 이렇게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 공손저구는 돌연 정영에게 묻는다: 고아를 맡아서 어른으로 키우는 것과 죽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정영은 대답한다: 죽은 것은 쉽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렵다 공손저구는 그러자 이렇게 말한다: 그럼 좋다. 네가 어려운 것을 맡아라. 내가 쉬운 일을 맡겠다. 내가 먼저 죽겠다. 말을 마치고 공손저구는 계책을 정영에게 얘기한다. 정영은 감동한다. 그러나 울 시간은 없었다. 지금 시급한 일은 바로 그 계책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먼저 아이를 하나 구해서, 궁중으로 간다. 조삭의 처에게 조씨고아의 옷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 옷을 구해온 아이에게 입힌다. 모든 조치가 끝난 후, 정영은 돌연 조씨가족을 멸문시킨 장군들에게 밀고한다: 정영은 가난하다. 조씨고아를 키울 수가 없다. 누구든지 천금을 준다면, 나는 즉시 아이를 숨겨놓은 곳을 알려주겠다. 이들 장군들은 아주 기뻐했다. 가장 기뻐한 것은 물론 도안가이다. 도아가는 즉석에서 천냥을 정영에게 준다. 정영은 두 말도 하지 않고, 이들 장군들을 공손저구의 문앞으로 데려간다.

 

공손저구는 정영을 보자 바로 욕을 해댄다. 정영. 이 소인배야. 당초에 하궁의 난에서 네가 죽지 않고, 입만 열면 나와 함께 조씨고아를 잘 기르자고 하더니, 이제 나를 팔아먹느냐 네가 고아를 기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팔아먹을 생각을 하느냐. 말을 마치자, 공손저구는 아이를 들고 대성통곡한다: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아이를 용서해주십시오. 나 공손저구만 죽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 두 사람의 연극이 너무나 진지하여 아무도 거기에 속임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공손저구의 마지막 말은 아마도 그 아이에 대한 참회일 것이다. 비록 죽는 것이 조씨고아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무고한 아이이니까. 그러나 장군들은 공손저구에게 희망을 남겨주지 않았다. 공손저구와 이 가련한 아이를 모조리 죽여버린다. 여러 장수들은 조씨고아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여, 기뻐한다. 조씨고아는 이렇게 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정영은 아이를 산 속에 숨겼다. 이 아이가 나중의 조무이다.

 

진경공15, 진경공이 돌연 병에 걸린다. 그때 한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화제를 조씨집안으로 옮아갔다. 두 사람은 조씨가족이 진나라에 공헌한 일들을 얘끼한다. 조숙이 진나라로 왔을 때부터, 조쇠가 문공을 따라 다니던 일, 다시 조순이 나라를 보좌한 일까지 얘기하다가 진경공은 애수에 젖어 말한다: 조씨에 후손은 있는가? 한궐은 조삭이 아주 믿는 친구였으므로, 가장 위험한 순간에 조삭에게 정보를 알려준 적도 있으므로, 조삭의 부인은 한궐을 아주 믿었다. 그리하여 조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한궐에게 말해주었었다.

 

진경공이 이를 묻자, 한궐은 조씨의 지위를 회복시켜줄 때가 되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모든 사실을 진경공에게 털어놓는다. 진경공은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조씨고아를 회복시켜주고자 한다. 그러나, 문제는 진경공이 일을 주재할 힘이 없다는 것이다. 옛날에 조씨를 죽일 때도 그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지금 다시 조씨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쉽겠는가? 그러자 한궐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조씨를 멸족시키는데 참여했던 장군들은 진경공이 병들었다는 것을 알고는 문병을 온다. 그러나, 궁에 도착하자, 한궐의 사람들에게 붙잡힌다. 진경공이 이때 일어나서 이들 장군들에게 사실을 공표한다.

 

장군들은 경악했다. 원래 조씨고아가 죽지 않았던 것이다. 장군들은 목숨이 걸린 일이므로 진경공이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조씨를 멸족시키는데 도와주었지만, 자신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도안가에게 이용을 당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장군들을 즉시 방향을 바꾸어서 말한다: 그때 하궁에서 도살한 것은 우리가 군주의 명을 진짜인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도안가가 한 일입니다. 이제 군왕께서 조씨를 회복시켜주고자 하신다니, 당연히 군왕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때 정영과 조무가 여러 장수들 앞에 나타난다. 정영은 그 자리에서 이 사람이 조씨후손인 조무라고 얘기하고, 조무는 즉시 이들 장군들의 우두머리가 된다. 조무는 군대를 이끌고 도안가를 치러 간다. 도안가는 이로써 멸족을 당한다. 그후 조무는 그의 가족이 원래 가지고 있던 봉지를 다시 되찾아온다.

 

조무가 성인이 된 후, 정영은 공직을 사직하고, 여러 대부들에게 사직인사를 한다. 그리고 조무에게 말한다: 그때 너희 집에 겁난이 닥쳤을 때, 나는 죽지 않았다. 바로 너를 성인으로 키워야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목적을 달성했고, 조씨집안도 회복되었으니, 나는 조삭과 공손저구를 만나러갈 수 있는 면목이 생겼다. 조무는 울면서 정영에게 말한다: 당신은 어떻게 나를 버려두고 떠나려 하십니까. 정영이 말한다: 공손저구는 삶의 희망을 나에게 걸었다. 그 자신이 죽음을 선택했다. 그것은 내가 너를 성인으로 길러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네가 성인이 되었으니 나는 예전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말을 마치자 정영은 자살한다. <<사기>>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조무는 3년간 상복을 입고 제사를 지내며, 봄가을로 사당에 모셨으며, 대대로 끊이지 않았다

 

사마천은 공평했다. 그는 조무가 구구를 사당에 모셨는지 적지 않았다. 내 생각에 공손저구, 한궐, 정영을 모두 모셨을 것같다. 그의 모친도 이미 죽었다면 당연히 모셔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공로로 조씨가족은 이어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어느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이 어려운 임무는 완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좌전>>버전이 <<사기>>버전보다는 더욱 믿을만하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그래도 <<사기>>버전이 좋다. 왜냐하면 그것은 극적이며,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로 약속이다.

 

많은 사람들은 약속을 일생동안 지키며 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약속을 개똥으로 생각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당초의 약속을 지켰다(도안가를 포함해서). 조삭의 처는 비록 여자이지만, 자신의 남편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여자의 약속도 천금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