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왕립군(王立群)
<<사기.감무열전>>을 보면 승상 감무(甘茂)가 진무왕(秦武王)에게 이렇게 말한다: 옛날에 위문후(魏文侯)가 악양(樂羊)에게 중산국을 토벌하도록 명령했다. 이 전투는 3년이나 계속하고서야 승리했다. 악양은 군대를 이끌고 돌아왔고, 글을 올려서 공로에 대한 상을 신청했다. 위문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큰 바구니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3년동안 악양을 비방하는 글이 가득 차 있었다. 악양은 이를 보고는 바로 위문후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는 신의 공이 아니라, 주군이 힘쓰신 것때문입니다."
감무가 이 고사를 인용한 것은 자신이 곧 한(韓)나라의 중요도시 의양(宜陽)을 치러가는데 사전준비작업을 한 것이었다. 감무가 이 역사를 인용한 것은 결국 역사를 자신을 위하여 쓴 것이다. 감무는 진무왕의 명을 받아 의양을 공격하려 하고, 의양은 한나라의 중요군사거점이므로, 방어가 아주 튼튼했다. 감무는 이번 전투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반드시 오랫동안 지구전을 벌여야 할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장기간 외지에서 병력을 이끌고 전투를 벌이게 되면, 진무왕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이는 전투를 계속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출병하기 전에 그는 일부러 위문후때 낙양이 중산국을 공격하여 함락시킨 이야기를 가지고, 진무왕에게 자신을 굳게 믿어주고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감무는 진무왕에게 또 한가지 이야기를 한다: 옛날에 증삼(曾參)이 비(費)에 거주하고 있었다. 노나라에는 증삼이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이 또 하나 살고 있었다. 하루는 이 증삼이라는 자가 사람을 죽였다. 누군가 증삼의 모친에게 달려가서 당신집의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다. 증삼의 모친은 태연자약하게 그 자리에서 베를 짜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조금 있다가, 또 한 사람이 달려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다. 증삼의 모친은 그래도 전혀 흐크러짐이 없이 그 자리에 앉아서 베를 짰다. 조금 더 지나서 세번째 사람이 달려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다. 증삼의 모친은 그 말을 듣자 베틀을 집어던지고 담장을 뛰어넘어 도망쳤다. 증삼과 같은 현인에, 증삼모친과 같이 증삼을 이해하는 사람도, 3명이 연이어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얘기하자, 그의 모친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었다. 이를 보면 다른 사람을 계속하여 굳게 믿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감무가 이 역사이야기를 꺼낸 것은 진무왕에게 자신을 시종일관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절대로 자신이 전방에서 전투할 때, 진무왕이 후방에서 소인의 참언을 믿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특히 증삼의 모친과 같이 사람들이 계속하여 나쁜 말을 한다고 하여, 진무왕이 믿지 말라는 것이다.
평가: 사람들이 역사를 읽는 것은 결국 모두 자신을 위하여 쓰기 위함이다. 옛사람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감무는 진무왕의 지지가 자신이 의양을 공격하여 승리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상세하게 악양이 중산국을 정벌한 이야기를 하고, 증참의 모친이 세 사람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아들을 의심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비록 감무가 이처럼 사전분비작업을 했지만, 그가 진짜 병력을 이끌고 의양을 공격할 때, 5개월이 지나도록 의양을 함락시키지 못하자, 과연 진무왕의 앞에서 감무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무왕은 감무에게 철군하라고 명하고, 감무는 출병하기 전에 진무왕과 체결하였던 맹약을 내놓는다. 그제서야 진무왕은 태도를 바꾸어 감무를 전력 지지한다. 결국 감무는 한나라의 중요도시 의양을 점령하고, 진나라가 중원을 노릴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백가강단에서 얘기한 바 있다. 한번은 필자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우연히 중년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나를 보고는 즉시 물어보았다: 왕교수, 나는 당신이 말한 한 장군이 한 나라를 토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승리해서, 돌아와서 상을 신청했는데, 군주가 한 바구니의 비방서를 그에게 보여주고, 그는 즉시 공로가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다시 이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습니까. 특히 이야기 속의 주인공의 이름이 무엇이지요. 나는 우리 회사의 중간간부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그리하여, 나는 그에게 다시 한번 상세히 얘기해준 적이 있다.
모두 비행기를 급히 타야했다. 그리하여 몇마디를 나누고는 각자 비행기에 올랐다. 내 생각에 그 남자는 분명히 회사 사장이다. 그는 낙양이 중산국을 정벌한 이야기에서 자기회사의 중간간부들이 공로가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기를 원한 것이다. 사장의 지지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나는 이 사장을 아주 존경한다. 그는 한 역사이야기를 자신을 위하여 이용할 줄 알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자신을 위하여 쓰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우리가 역사를 이해하려는 목적의 하나는 바로 역사에서 배우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아무리 경력이 풍부하더라도, 모두 자신의 한계가 있고, 세계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다. 경력, 경제, 시간, 정력, 언어등도 모두 한 사람의 경력을 한계짓는 것들이다. 특히 생명이 유한한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것을 겪을 수 없게 만든다. 그저 경험해본 것만이 우리들로 하여금 깊이 이해하게 한다. 우리는 이 번잡한 세계의 많은 사람, 많은 일들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에게 충분하고 풍부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의 많은 일들을 우리가 경험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이 세계를 이해할 것인가?
역사에 의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많은 사람들이 겪은 일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많은 사람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이들 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할만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악양이 중산국을 정벌한 것은 악양에게 있어서 자신이 고생을 많이 했고, 공로가 있다. 그러나 위문후가 보기에는 모든 공로는 자신이 지지해준 결과이다. 낙양이 상을 달라고 한 것도 이치에 맞는다. 어쨌든 중산국은 악양이 고생고생해서 얻은 것이니까. 위문후의 말도 이치에 맞는다. 어쨌든 위문후의 의사결정과 지지가 낙양이 중산국을 얻는데 불가결한 중요요소였다. 사실, 낙양과 위문후는 모두 자신의 공로밖에 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공로는 쉽게 보지만, 다른 사람의 노력은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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