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과 문학/문학일반

금병매와 안과발모(雁過拔毛)

by 중은우시 2009. 10. 15.

글: 오한운(吳閑雲)

 

"안과발모(雁過拔毛)"라는 말은 기러기가 눈앞으로 지나갈 때, 털 몇 개를 뽑아낸다는 말이다. 원래는 무공이 고강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나중에는 점차 작은 이익을 취한다는 뜻으로 변경되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떡고물이 있으면 바로 기회를 잡아서 떡고물을 취한다는 뜻이다.

 

소설 <<금병매>>에서 서문경이 차담(車淡)등 4명을 구금시킨 일이 있다. 그들의 부모는 다급해져서, 돈을 들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첫번째로 찾아간 사람은 하대인(夏大人)이었다. 하대인 즉, 하제형(夏提刑)은 이 사건은 서문경이 처리하는 것이고, 자신은 중간에 끼어있어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다른 사람을 찾아나선다. 두번째로 찾아간 사람은 오대구(吳大舅)였다. 오대구는 서문경의 큰마누라인 오월낭(吳月娘)의 친동생이다. 당연히 체면을 봐주어야 할 상황이지만, 서문경은 말을 듣지 않았다.

 

다시 누구를 찾아갈 것인가? 사람들은 상의한 끝에 동가(東街)에 비단가게를 열고 있던 응백작(應伯爵)을 찾아간다. 그는 서문경과 교분이 깊었다. 수십냥의 돈을 마련해서 주고는 서문경에게 부탁해달라고 했다.

 

그리하여, 차담의 부친, 즉 술집을 열고 있던 차노아(車老兒)는 한 사람당 10냥의 은자를 내게 하여, 모두 은자 40냥을 모았다. 이것을 가지고 응백작의 집에 가서 서문경에게 잘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응백작은 원래 한화계를 도와서 이 일을 꾸미는 것을 도운 자였다. 그러나, 돈을 보고는 마음이 동해서 도와주기로 한다. 그래서 그 돈을 받는다. 그리고 그 돈중 25냥은 본인이 챙기고 15냥을 가지고 활동을 한다. 이렇게 하여 "안과발모'하니 중간에서 반이상이 날아가버렸다.

 

응백작은 서문경의 서동(書童)을 찾아간다. 그에게, "그 자들의 가족이 모두 은자15냥을 모아와서, 나에게 무릎을 여러번 꿇으면서 사정을 한다. 나는 이미 한화계에게 말을 한 바 있는데, 어떻게 다시 말을 바꾸어 부탁을 하겠는가? 이 돈은 네가 가지고, 네가 가서 얘기해서 그들을 풀어주게 하면 좋지 않겠는가?"

 

이 서동이 누구인가? 그는 바로 서문경이 가장 총애하는 남총으로 동성애대상이다. 관계가 보통이 아니었는데, 외부인들이 알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응백작은 다른 사람을 찾지 않고 바로 그를 찾아간 것이다.

 

서동은 돈을 받고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응 둘째아버지의 얼굴을 봐서 도와주겠지만, 다시 은자 5냥을 더 마련해오라고 얘기해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그들을 위해서 말해보겠습니다. 어제 오대구가 친히 와서 말해도 안돼었는데, 내가 한다고 되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 푼도 갖지 않고 오히려 돈을 더붙여서 여섯째부인에게 나서달라고 부탁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우회적인 방법을 써야만 될 것입니다."

 

응백작은 다시 그들을 찾아서 은자5냥을 더 서동에게 가져다 주라고 한다. 서동은 모두 은자 스무냥을 받았다. 그런데, 그중 18냥 5전을 자신이 챙기고 1냥 5전을 가지고 여섯째부인 이병아(李甁兒)에게 찾아간다.

 

이렇게 하여 '안과발모'한 돈이 순식간에 대부분이 날아가 버렸다. 원애 45냥이 되어야 할 돈이, 겨우 1냥반만 남게 된다.

 

이병아는 막 서문경의 아들을 낳은 참이었다. 그러니, 그녀의 힘이 가장 세다고 할 수 있다. 큰 부인보다도 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서동은 다른 사람을 찾지 않고 그녀를 찾아간 것이다.당연히 돈으로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선물을 마련해간다.

 

서동은 1냥5전을 가지고, 거리에 가서 금화주(金華酒)를 사고, 닭, 오리, 물고기, 고기를 사서 절반을 가지고 이병아의 방으로 보내서 한 탁자 맛있게 먹게 한 다음에 서문경에게 잘 말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병아가 말한다: "원래 이런 일이야 별 게 아니다. 내가 그에게 말만 하면 된다. 네가 이것들을 사 온 것은 무엇때문이냐, 혹시 그들에게 뭐라도 받아챙겼느냐?"

 

서동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솔직히 얘기하겠습니다. 저에게 은자5냥을 보내왔습니다. 소인이 부인에게 모시지 않으면, 누굴 모시겠습니까?" 그러자 이병아는: "나쁜 녀석! 가게를 열어서 돈을 벌고 있구나."

 

그후에 이병아는 시녀에게 은잔을 가져오게 해서 서동에게 술한잔을 따라 주었다. 그 서동은 머리를 땅에 닿게 절을 하며, 한 모금에 다 마셔버렸다. 이병아는 다시 여러 음식을 한 접시에 담아서 그가 먹도록 주었다.

 

그 서동은 이병아로부터 연속 두 잔을 받아마셔서, 얼굴이 벌개지자 더 이상 받아먹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앞의 가게로 가니, 절반이 남아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을 모두 불러모아서 맛있게 먹었다. 입막음용이었다.

 

서문경이 관청에서 퇴근하고 이병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탁자위에는 아직도 닭, 오리, 물고기, 고기가 남아 있었다. 이병아는 다시 시녀에게 작은 접세 4개를 준비하게 해서, 훈제고기를 썰어서, 방안에서 서문경과 함께 먹었다. 두 사람은 다리를 서로 얹고서 술을 마셨다.

 

이병아는 서문경에게 차담등을 모두 풀어주라고 말한다. 서문경은 이건 '공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누가 부탁했는지를 추궁한다. 이병아는 서동이라고 말하기는 민망해서 화대구(花大舅)가 부탁했다고 하였다.

 

이 "화대구"가 누구인가? 바로 화자유(花子由)이다. 이병아 전남편의 친형이고, 일찌기 그녀의 남편을 죽게 만들고, 그녀가 서문경에게 시집가는 것을 막으려 했던 자이다.

 

그런데, 이병아는 화대구가 부탁했다고 말한다. 서문경은 듣고는 이렇게 말한다: "전에 오대구가 와서 부탁했는데도 나는 들어주지 않았다. 오늘 화대구가 와서 말을 했다니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아서 내일 모두 풀어주겠다."

 

이렇게 하여 부탁한 사람은 돌고 돌아서, 마지막에는 실제 부탁하지도 않은 사람(그리고 서로 갈등이 있었던 사람)이 말한 것으로 되어 효과를 발휘한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돈'의 족적을 보자.

 

차노아등은 모두 45냥을 마련해서 부탁했다. 응백작을 거치면서 25냥이 날아갔고, 20냥이 남았다. 다시 서동을 거치면서 18냥5전이 날아가고, 1냥5전만 남았다. 이병아에 이르러서는 술과 음식 한 상이 되어 버린다. 서문경이 돌아왔을 때는 먹고 남은 요리가 있었다. 마지막에 서문경의 뱃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따지자면 1전도 되지 않을 것이다.

 

기러기가 날아간 다음에 서문경은 부지불식간에 털 하나를 뽑았다. 아래에는 다시 털 하나도 뽑지 않은 녀석에 대하여 말해보기로 하자.

 

그 서동이 나와서 여러 명을 불러서 즐겁게 술을 마셨다. 모두 재미있게 놀았는데, '평안아(平安兒)'를 부르는 것을 잊어먹었다.

 

평안아는 집안에서 두드러지지 않은 시동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를 부르지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기러기는 눈 앞에 지나갔는데, 평안아는 털 하나 뽑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입을 뾰족히 내밀면서 불만을 삭이지 못했다. 흥, 네가 돈을 먹고도 나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단 말이지. 그러면 나는 다섯째 부인(반금련)에게 말해서, 너희들 일이 망쳐지도록 만들겠다.

 

그 평안아는 정말 반금련에게 가서 이간질했다. 여섯째 부인이 가장 말빨이 쎄다고. 그녀가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라고. 아들을 낳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이냐. 그리고 서동과 서문경에 서재에서 '동성애'를 한다는 것도 까발렸다. 그 서동은 서문경과 비정상적인 관계이니, 반금련을 사람취급하겠느냐. 그러면서 반금련에게 그 자를 하루빨리 쫓아내야 된다고 말했다.

 

반금련을 그 말을 듣고 화를 누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여기서 다시 한번 독랄한 밀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