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문학/문학일반

서문경(西門慶) 고향다툼: 누가 더 후안무치한가?

중은우시 2010. 5. 6. 14:32

글: 유앙(劉仰)

 

중국에는 지금 막 '누가 더 후안무치한가'를 다투는 시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명인고향(名人故里)' 다툼은 벌써 리스트가 길게 늘어섰다. 위로는 5천년전의 황제, 요임금으로부터, 아래로는 수백년전의 조설근, 심지어 소설인물인 서문경까지. 적지 않은 관리들과 학자들이 '명인고향'문제로 서로 얼굴을 붉힌다. 원래 이건 무료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아주 특별하다. 하나는 누군가 말했듯이, '명인고향'을 다투는 것은 중국전통문화의 어떤 특색을 보여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문경의 소위 '고향'을 놓고 3개의 지방정부가 서로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명인고향' 다툼이 무슨 선전수단인지는 몰라도, 몇마디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첫째, '명인고향'을 다투는 것이 중국전통문화의 특징이라고 하는 것은 좀 말이 되지 않는다. 명인고향, 명인고거, 명인유물등등은 원래 서방문화에서 온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는 '명인고향'의 난투극은 서방문화가 중국에 들어온 결과이다. 중국역사상 명인은 무수히 많다. 역사상 '명인고향'을 다툰 적이 적지 않다. 중국의 옛사람들은 한 사람을 기념하는데, '청사에 이름을 남긴다(靑史留名)'는 방식을 사용했다. 심지어 사람들의 '구비(口碑)'는 사용했지만, 구체적인 실물인 고향이나 고거를 사용한 것은 드물었다. 이와 반대로, 서방인들은 자주 고향이나 고거를 중요한 역사증거로 삼아서, 잘 보존시켰다. 서방인들의 이런 행위에 대하여, 우리는 한편으로는 그들이 역사를 존중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역사가 확실히 짧은 편이고, 어쩔 수 없이 역사적 의미가 있는 모든 실물을 보존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빈약한 역사의 내용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 특히 심한데, 미국은 인디안 이외에 역사가 너무나 짧고 너무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만일 금방 역사가 된 것들이라도 최대한 보존하지 않으면 미국은 실로 문화라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링컨이 잠을 잔 침대 하나라도 미국에서는 가치가 엄청난 문화재가 되는 것이다.

 

둘째, "명인고향' 다툼의 배후에는 관광발전이라는 원인이 숨어있다. 이익추구라는 개념이 중국고대에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서방문화처럼 절대적인 주류는 아니었다. 또한 관광을 '무오염산업'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현대서방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현재 중국에서 속속 일어나고 있는 '명인고향'의 다툼은 실제로 서방문화에 깊이 영향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드러내놓고 이익을 다투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아주 불쌍하다. 만일 조상이 물려준 것이라도 없다며, 현재 사람들은 굶어죽는단 말인가? 왜 오늘날의 노력으로 조상을 빛내려고 하지 않는가. 후대인들은 조상이 남겨준 것 말고는 먹을 것이 없단 말인가?

 

서문경의 고향을 놓고 다투는 것은 정말로 누가 더 후안무치한지를 다투는 것이다. 서문경은 그저 허구의 소설상 인물이다. 그런데 무슨 '고향'이 있겠는가? 게다가 서문경의 이야기에는 많은 인물이 있다. 무송, 무대랑. 그런데, 이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오직 돈있고 권세있으며, 남자들은 속이고 여자들은 능멸한 서문경만이 지금 서로 차지하려는 대상이 되었다. 서문경은 역사상 불명예스러운 인물이다. 현재 중국사회는 중국역사를 비판하고 욕하는 조류가 있다. 설마 이 조류의 목적이 서문경과 같은 음적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란 말인가? 서문경이 만일 오늘날에 산다면, 아마도 물만난 고기같았을지 모른다. 설마 이것이 중국역사를 비판하는 진짜 목적인가? 중국역사는 일찌감치 인간의 본성을 억업한 암흑시대라고 결론지어졌다. 이런 결론하에서, 서문경은 성자유, 성해방을 추구한 선구자란 말인가? '문명'적인 서방에 가서 박사를 받아서 돌아온 성전문가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내 몸을 가지고 어떻게 쓰든 그것은 나의 자유이다. 이런 이론하에, 서문경은 정말 중국역사상 억울하게 당한 사람인가? 설마 이것도 역사의 억울한 사건중 하나인가? 그래서 성전문가들의 고취하에 각지방정부가 서로 서문경을 자기 동네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인가?

 

또 어떤 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금병매>>가 음서라는 오명은 이미 씻겼다. 이미 세계문학의 명저가 되었다고, 이제야 알겠다. 원래 서문경은 이미 햄릿과 동격이구나. 그래서 서로 빼앗으려고 하는구나. 다만, 서문경이 로미오와 같은 수준이라고 치고, 반금련이 줄리엣과 같이 애정에 미친 사람이라고 치더라도,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을 놓고 싸운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홍루몽은 소설을 역사로 여기는 악습을 만들었다. 여기에 금병매도 전염된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누군가가 서방을 배워서, 서방을 넘어서려는 한 사례가 아닐까? 그렇다면, 서문경의 고향, 옛집을 지은 후에 그 안에는 무엇을 놓아둘 것인가? 안을 텅텅비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관광객들이 그저 서문경의 방안에서 침대하나만 보고 가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알려진 바로는 그 안에 많은 연환화를 걸어둘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서문경집안의 여자들의 화상도 걸어둘 것이라고 한다. 지방정부 지도자들이여, 관광객들이 이것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서문경이 천하제일음적이고 천하제일색랑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진짜를 가지고 관광객들에게 내놓아야 하지 않을가? 그저 이 땅에는 은이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라고 걸어놓을 필요가 있는가? 진짜 사람으로 하여금 서문경과 반금련의 낭만을 실연해보이지는 못할지라도, 성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오리지날 A급영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돈벌려고 하는게 아닌가? 뭣때문에 숨기고 감추고 하는가? 풀어놓으려면 완전히 풀어놓아라. 만일 그렇게만 하면 현금은 얼마든지 벌어들일 것이다. 지방정부지도자들이여, 그렇게 하면 지방에 큰 복을 만들어주는 것이니 공덕이 무량할 것이다.

 

북송에는 은사(隱士) 임화정(林和靖, 임포)이 있었다. 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그는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는 것을 좋아해서 사람들이 매처학자(梅妻鶴子. 매화를 처로 삼고 학을 아들로 삼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남송때, 자칭 임가산(林可山)이라는 사람이 그는 임화정의 후손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당시 사람들이 시를 지어 조소했다: "화정은 당시에 처를 두지 않았는데, 어떻게 칠대손이 나타날 수 있는가? 만일 학의 씨이거나 매화의 씨가 아니라면 분명히 오이껍질이 오얏껍질이라고 사칭한 것일게다."

 

필자는 생각해본다. 각지에서 서문경에 대하여 떠들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느 '서문'씨의 사람이 나타나서, 자칭 서문경의 직계후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족보까지 꺼내놓을지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의 혈액에서 서문경과 반금련의 DNA를 찾아내려할지도 모른다. 옛날에 임가산이라는 사람은 무식해서 용감했다(無知而無畏). 지금은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중국의 세 지방지도자가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가며, 음적 서문경을 자기 동네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이는 사람이 부끄러움을 몰라서 용감한 것이다(無恥而無畏). 산동의 양곡, 임청, 그리고 안휘 황산의 휘주구. 이 세 지방의 정부관리들은 실질행동으로 들어가서 '누가 더 후안무치한지'의 시합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내뱉는 말은 '내가 너보다 더 후안무치하다'는 고함이다. '아무도 나만큼 후안무치하지 않다' '누구도 나보다 더 후안무치하지 않다'. 바로 이것이 서문경고향다툼에서 숨은 내심의 말이다. 성전문가들과 일부 학자들의 권유하에, 수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수치가 존재하지 않는데, 후안무치한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후안무치하지만 즐겁다. 이것에 그들이 바라는 것이고, 그들이 주장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