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과 사회/중국의 과학

중국고대서적에서 천랑성(天狼星, 시리우스)의 색깔문제

by 중은우시 2009. 7. 23.

글: 강효원(江曉原)

 

1. 문제와 의의

 

천랑성(Sirius, 시리우스)는 온 하늘에서 가장 밝은 항성(恒星)이고, 눈부신 백색이다. 그것은 또한 눈으로 쌍성(雙星)을 볼 수 있다. 그중 B성(同伴星)은 가장 먼저 확인된 백색왜성(矮星)이다. 그러나, 이 저명한 항성은 고대에 그 색깔에 대한 일부 기재로 인하여 현행 항성진화이론을 곤혹스럽게 만든 적이 있다.

 

고대서방의 문헌을 보면, 천랑성은 자주 홍색(紅色)으로 묘사된다. 학자들은 고대 바빌론의 설형문자 점포판에서 고대그리스, 고라시대의 프톨레미우스(Ptolemy), 세네카(L. A. Seneca), 키케로(M. T. Cicero), 플라쿠스(Q. H. Flaccus)등등의 저명한 인물들의 저작에서도 모두 이런 묘사를 찾아볼 수 있다. 1985년 W. Schlosser과 W. Bergmann은 기존 이슈를 다시 꺼냈다. 그들은 일부 중세기초기의 원고중에서 Tours(현재 프랑스)의 주교 Gregory가 쓴 6세기의 작품에서 붉은 색의 별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것은 천랑성(시리우스)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므로 천랑성은 6세기말까지는 홍색을 띄고 있었다, 그 후에 백색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하여 천랑성의 색깔문제는 또 다시 논쟁과 관심대상이 되었다.

 

현행의 항성진화이론 및 현재의 천랑쌍성에 대한 이해에 따르면, 시리우스 A는 주계열성으로 1,2천년의 기간내에 색깔이 바뀔 수가 없다. 만일 천랑성이 정말로 6세기에 홍색을 나타냈다면, 이론적으로 유일한 가능성은 시리우스 B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 별은 백색왜성이다. 항성은 백색왜성으로 진화되기 전에 적색거성의 단계를 거친다. 이것은 마치 고대서방의 천랑성이 홍색을 나타냈다는 기록을 해석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때는 시리우스 B의 홍색이 커서 시리우스 A의 빛을 가렸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의 항성진화이론에 따르면, 적색거성이 백색왜성으로 진화하는데는 극단적인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한 1500년이상이다. 고대서방에서 천랑성을 홍색이라고 기록한 것은 어떻게 해도 원만하게 해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그저 아래와 같이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현행 항성진화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혹은 천랑성이 고대에 홍색이었다는 주장을 부인하거나.

 

고대 서방에서 천랑성의 색깔에 대한 묘사에 대한 진실성을 쉽게 깨트리기도 힘들다: 세네카, 키케로, 플라쿠스등은 철학가이거나 정치평론가이거나 시인이다. 그들은 천문학에 대한 조예가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 프톨레미우스는 대천문학자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여러 구체적인 점에 있어서는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그레고리가 기술한 붉은색 별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천랑성이 아니라, 아크투루스(Arcturus, 목동자리 알파별)라고 본다.

 

또 다른 한편으로, 고대중국의 천문학(점성학) 문헌은 아주 풍부하고, 시스템적이며 하늘의 현상을 아주 세세하게 기록했다는 점은 유명하다. 그러므로, 눈을 돌려 초기 중국의 고대서적에서 증거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사료의 권위성을 보증하기 위하여, 본문에서는 고찰대상은 엄격하게 고대전문문헌으로 한정했다. 철학 혹은 문예류의 논저는 언급하지 않았다.

 

2. 중국고대서적에서 항성의 색깔기록에 대한 일반적인 상황

 

고대에는 천체물리학이 없었다. 고대인들은 오늘날의 사람들의 눈으로 천체의 색깔을 주의하지 않았다. 고대 중국의 전문문헌에서 항성과 행성의 핵깔을 언급한 것은 거의 예외없이 이들 색깔의 점성학에서의 의미때문이었다. 먼저 반드시 지적할 점은, 절대다수의 경우, 이들 기재는 본문에서 토론하는 주제에 대하여 아무런 과학적인 의미가 없다. 그들은 통상적으로 동일한 양식으로 출현한다. 그러므로 두 가지 예만 아래와 같이 들어보더라도 무방할 것이다

 

"기동유대성왈랑(其東有大星曰狼). 랑각(狼角), 변색(變色), 다도적(多盜賊)"

"랑성(狼星),..망(芒), 각(角), 동요(動搖), 변색(變色), 병기(兵起); 광명성대(光明盛大), 병기귀(兵器貴)...기색황윤(其色黃潤), 유희(有喜); 색흑(色黑), 유우(有憂)"

 

위에 인용한 글에서 "랑성"은 바로 '천랑성"을 가리킨다. 고대인들은 그것이 쌍성인줄 몰랐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천랑성이 수시로 색이 변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황색이다가, 갑자기 흑색이다가(어떤 점성기록에 따르면 홍색도 언급된다), 심지어 '동요'가 발생하기도 한다. 현대 천문학 상식으로 말하자면 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고대 중국의 점성학 문헌중에는 많은 항성에 대하여 같은 유형의 기록이 있다(그저 그것이 나타내는 징조가 서로 다를 뿐이다). 만일 이러한 항성의 색깔이 변하고, 동요하였다면 그것은 대기의 빛이 고대인들에게 환각을 조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비록 아주 원만하게 해석하기는 힘들지만, 어찌되었던,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천랑성이 고대에 어떤 색깔이었는지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런 기재에 의존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고대 중국의 점성학체계에서는 또 다른 유형의 수량은 적지만 아주 믿을만한 기록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고대인들은 항성의 색깔이 점성학적인 의미를 지녔다고 믿는 외에, 행성에 대하여도 이렇게 보았다. 아래는 이러한 측면의 최초의 그리고 가장 전형적인 하나의 논술이다:

 

"오성색백환(五星色白), 위상(爲喪), 한(旱); 적환(赤), 칙중불평(則中不平), 위병(爲兵); 청환(靑), 위우(爲憂), 수(水); 흑환(黑), 위질(爲疾), 다사(多死); 황환(黃), 칙길(則吉). 적각(赤角), 범아성(犯我城); 황각(黃角), 지지쟁(地之爭); 백각(白角), 곡읍지성(哭泣之聲); 청각(靑角), 유병(有病), 우(憂); 흑각(黑角), 칙수(則水)"

 

행성이 수시로 색깔과 형상이 변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이것은 잠시 논하지말기로 하자. 다만 반드시 주의할 점은 고대인들은 이것을 진짜로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색깔을 정하는 표준이 필요하다. 사실상, 구체적인 방법은 약간의 저명한 항성을 서로 다른 색깔의 표준별로 삼았다. 이 방식에 대하여는 추가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이는 이 측면의 최초의 기술은 사마천의 붓끝에서 나왔다. 그는 금성(태백성)의 색깔을 논할 때, 오색의 표준별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백비랑(白比狼), 적비심(赤比心), 황비참좌견(黃比參左肩), 창비참우견(蒼比參右肩), 흑비규대성(黑比奎大星)"

 

상술한 다섯개의 항성은 차례대로; 천랑성, 심숙이(心宿二, Sco), 참숙사(參宿四, Ori), 참숙오(參宿五, Ori), 규숙구(奎宿九, And) 이다. 사마천이 기록한 다섯 개의 항성의 색깔이 믿을 만하다는 점은 아래의 사실로써도 증명이 된다: 다섯개의 별 중에서, 천랑성 그 자체는 고찰이 필요하므로 잠시 별론으로 하더라도, 나머지 4개의 별의 색깔에 대한 기재는 모두 믿을만하다. 심숙이는 스펙트럼이 M1형이다. 홍색이다; 참숙오는 B2형이다. 청색(즉 蒼)이다; 참숙사는 지금은 적색초거성이지만, 학자들이 이미 증명한 바 있다. 2천년전에는 황색을 나타냈다. 이는 항성진화이론에서도 완전히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규숙구는 M0형이다. 암홍색이다. 고대인들이 이것을 흑색으로 정의한 것도 이치에 맞는다. 먼저, 고대 중국의 오행설은 연원이 길다. 여러 방면으로 깊이있게 연구했다. 별을 다섯 색깔로 나눈 것은 바로 오행사상과 점성학이론이 결합했다는 중요한 표현이다. 오행과 관련되는 색깔은 고정되어 있다 반드시 청, 홍, 흑, 백, 황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 중에 반드시 흑색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 오색표준별은 관측시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 '흑'색이마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비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변통이 필요한 것이다.

 

본문에서 토론하고자 하는 문제에 있어서, 또 다른 다행이라면, 고대인들은 오행오색을 고정시켰다. 반드시 상술한 오색이외의 중간상태에 대하여는 가까운 것으로 하거나 변통적인 방법을 써서 오색으로 귀결시켜야 했다. 즉 그들이 별의 색깔을 논의할 때는 부정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랑성의 색깔문제에서 마침 홍, 백의 다툼이 있는데, 양자는 모두 상술한 오색에 들어 있다. 그러므로, 가까운 것으로 처리하거나 변통했을 가능성은 없다. 이것은 고대중국문헌을 이용하여 천랑성의 색깔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믿을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천랑성의 색깔에 대한 몇 가지 기록의 분석

 

위에서 논의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고대인들이 쓴 오색표준별에 관한 기록은 믿을 만하다. 이런 기재는 고대중국의 엄청나게 많은 점성학문헌에서 수가 아주 적다. 다만 우리는 거기에서 천랑성의 색깔을 확인해볼 수 있다. 아래 표는 초기문헌(7세기 이후는 고려하지 않음)에서 보이는 천랑성의 색깔에 대한 믿을만한 기록의 원문, 출처, 작자와 연대의 일람이다.

 

         원문                                               출처                               작자                                 시기

1.  백비랑(白比狼)                            <<사기. 천관서>>                    사마천                           BC100

2.  백비랑(白比狼)                             <<한서.천문지>>                    반고,반소,마속               AD100

3.  백비랑성,직녀성(白比狼星,織女星)  <<형주점>>                           유표                             AD200

4.  백비랑성(白比狼星)                       <<진서.천문지중>>                이순풍                           AD646

 

첫번째는 상황이 비교적 간단하다. 사마천은 스스로 "태초원년(BC104년)...태사공이 말하기를, 선인의 말이 있었으니, 소자가 어찌 양보하겠는가. 그래서 그 글을 차례로 쓴다" 이것은 그가 <<사기>>를 편찬한 해이다. 이를 보면, <<천관서>>를 쓴 해는 개략 B.C 100년이다. 정확한 연대를 추적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할 뿐아니라, 이 글의 내용과도 관련이 없다.

 

두번째는 <<한서>>는 반고(32-94)가 썼다. 그러나 그중 <<천문지>>등 일부는 그의 생전에 완성되지 못하여, 나중에 그의 누이동생인 반소 및 마속이 이어서 완성했다. 반소의 생졸년(49-120), 한화제의 재위기간(89-105)등을 보면 이 일은 A.D.100년정도라고 볼 수 있다.

 

세번째의 <<형주점>>은 원서는 이미 실전되었다. 다만, <<개원점경>>, <<을사점>>등의 책에서 대량의 인용이 있다. 이 책은 유표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이순풍은 <<을사점>>에서 그가 어려서부터 소리내어 읽었다는 점성학의 참고서적이 모두 25종인데, 그중 18번째가 바로 유표의 <<형주점>>이다. 유표(142-208)는 형주자사때부터 장기간 형주지역을 통치했고, 할거상태를 형성한다. <<형주점>>은 그 본인이 쓴 것인지 아니면 그가 점성학자들을 불러모아서 편집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시기는 개략 A.D. 200년이다.

 

네번째 상황도 아주 간명하다. <<진서>>는 A.D.646년에 완성된다. 그중 <<천문지>>는 이순풍이 썼다.

 

비록 고대의 중국저작은 전인들의 글을 따라쓰는 전통이 있으므로, 위의 표에서 4개의 기록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을 가지고, 고대의 점성학자들이 이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독립된 견해를 완전히 포기했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형주점>>은 천랑성과 직녀성을 함께 백색표준성으로 언급했다. 이것은 주목할 만하다. 천랑성과 직녀성(aLyr)은 확실히 동일한 유형의 백색별이다. 예를 들어, 현대의 MK스펙트럼분류에서 천랑성은 A1y형이고, 직녀성은 A0y형이다. 차이가 아주 적다. 이것은 다시 한번 위의 표에서의 천랑성 색깔에 대한 기록의 신뢰성을 보여준다.

 

4. 결론

 

이상의 분석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고대 중국의 점성학문헌에서 대량의 허황된 항성의 변색, 동요와 같은 류의 기록을 가지고는 항성의 실제색깔을 알아낼 수가 없다. 그러나, 믿을만한 기록에서는 천랑성이 항상 백색이었다. 홍색이라는 주장이 없을 뿐아니라, 천년이상 천랑성은 백색표준별이었다. 이것은 본문에서 고찰한 초기문헌에서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현재의 항성진화이론은 천랑성의 색깔문제로 인하여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천랑성의 색깔무넺는 서방천문학자를 최소한 1세기반동안 괴롭혔을 뿐아니라, 20세기의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청나라말기의 왕도와 A Wilyle가 공동번역한 <<서국천학원류>>(1890)에서 천랑성의 색깔을 언급했는데, "고대인들은 항성 천랑성의 색깔을 홍색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백색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쉽게도 학자들은 지금까지도 <<서국천학원류>>가 무슨 책을 번역했는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에 이 문제의 의의는 당연하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었다.

 

일부 현대 서방학자는 서양의 고대서적에서 천랑성이 홍색이라는 설을 깊이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현행 항성진화이론과 모순도 바라지 않는다. 그리하여, "고대에는 우주구름이 천랑성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하여 별빛이 홍색을 나타냈다"라는 류의 가설을 내놓았다. 이제는 중국의 고대문헌에서 천랑성은 시종 백색이라는 확실한 기록이 있으므로, 이런 가설은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사마천의 연대는 프톨레미우스보다 200년이나 빠르다. 사마천은 천랑성을 백색표준별로 삼았으므로, 이 별이 그 후에 색깔을 바꾸었을 가능성은 절대로 없다. 그러므로 프톨레미우스가 천랑성은 홍색이라고 한 것은 믿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