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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왕라오지 vs 자둬바오

왕라오지(王老吉)사건 : 양차(凉茶)를 마셔도 되는가?

by 중은우시 2009. 6. 5.

방주자(方舟子)

 

"왕라오지" 양차는 광동의 학산(鶴山) 사람인 왕택방(王澤邦, 아명은 王吉)이 1828년부터 제조판매하기 시작한 제품이라고 한다. 현재는 식물음료로 판매되고 있다. 병에 표기된 성분은 "물, 백사탕, 선초(仙草), 단화(蛋花), 포사엽(布渣葉), 국화(菊花), 금은화(金銀花), 하고초(夏枯草), 감초(甘草)"라고 되어 있다. 뒤의 7가지는 모두 중초약(中草藥)이다. "단화"는 달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협죽도과의 유독식물인 면치(緬梔, 치자나무)의 꽃을 말한다.

 

다른 광동의 양차와 마찬가지로, '왕라오지'는 '열을 내리고 화기를 제기하는(淸熱去火)" 작용을 한다. "열이 오르는 것이 겁나면 왕라오지를 마셔라"는 광고어는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작년도 사천 문천대지진때 "왕라오지"는 1억위안을 들여서 애국광고를 했고, 네티즌들의 인기를 얻어서, "왕라오지"를 마시는 것은 애국적인 의거로 미화된 바도 있다.

 

그러나, 이전에도 이미 '왕라오지'를 문제삼았던 사람이 있다. 2005년 직업적인 타가(打假. 가짜,위조,불량제품을 찾아내는 것)인인 유전림(劉殿林)은 왕라오지 양차에 "하고초'라는 한약성분을 포함하여, <<식품위생법>>이 명문으로 금지하는 약품을 임의로 첨가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왕라오지 양차의 판매상과 제조상을 제소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하고초에 유독성 부작용이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2007년, 중경시의 법률전문가인 황력빈(況力彬)은 왕라오지 양차를 마신 후에 어지럼증이 나타났는데, 이 양차에 하고초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하여 식품위생법위반을 이유로 다시 왕라오지 양차의 판매상과 제조상을 고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하고초가 양차의 재료인지 아닌지는 당해사건 심리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기각시켰다. 최근들어, 항주사람 섭정조(葉征潮)는 자신의 위궤양이 왕라오지를 마셨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서 왕라오지가 '하고초'를 첨가한 것에 대하여 제소했다.

 

왕라오지 및 많은 광동양차에서 하고초를 쓰는 이유는 바로 중의의 "취상비류(取象比類)", "천인감응(天人感應)"의 견강부회때문이다. 하고초는 하지(夏至)이후에 점점 말라간다고 한다. 중의이론에 따르면 그러므로, 이것은 생래적으로 '순양지기(純陽之氣)'를 타고 났다. 그래서 일단 음기를 만나면 말라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보궐음혈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떠한 임상시험도 하고초가 인체에 대하여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는 어떤 질병과 어떤 음료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입증하기 힘들다. 그러나, 왕라오지에 포함된 하고초성분은 유독성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주요한 증거는 동물실험을 통하여 얻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에 대하여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중초약은 이미 수백 수천년간 사용했고, 경험으로 이미 안전하다고 증겸되었는데, 그것이 동물실험보다 훨씬 설득력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주장은 비록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통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근거있는 말은 아니다. 한 약물이 수백 수천년간 사용되었다는 것만으로 그것이 무독하다는 것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만일, 한 약물의 독성이 아주 강하고 독해서, 먹은 이후에 금방 중대한 반응이나 치명적인 결과가 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경험상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만, 어떤 약물의 독성은 독성이 비교적 만성이고, 중독현상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몇년, 몇십년이 지나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독이거나, 암을 유발하거나, 기형아를 유발하거나, 간이나 신장에 손상을 주는 약물독성의 경우에는 경험으로 찾아내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므로, 동물을 독리학실험으로 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우리는 동물에게 대량의 약물을 먹여서, 이를 통하여 약물의 장기간 혹은 대량복용시 조성되는 결과를 추측하는 것이다. 동물의 신체, 기관을 해부하여 약물이 기관에 어떤 상해를 끼쳤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경험으로는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인체를 가지고 실험할 수도 없다.

 

실제로 중의서적에서 하고초에 독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 서로 모순되는 기록을 하고 있다. <<신농본초경>>에서는 하고초를 유독성이 있어, 오래 복용해서는 안되는 '하품(下品)' 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본초강목>>에서는 '무독'하다고 하였다. 과학적인 증거는 더욱 명확하다. 여러 동물실험에서 하고초는 불량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증했다. 하고초의 에틸알콜 추출액은 모르모트의 세포와 체액의 면역반응을 억제시킨다. 피하주사는 동물의 흉선, 비장의 현저한 위축을 가져왔고, 신상선(腎上線)이 증대되었다; 복강주사는 혈장피질에탄올수준을 확실히 끌어올렸고, 외주혈 임파세포의 수량은 명확히 감소되었따. 이들은 모두 하고초에 일종의 면역억제기능이 있고, 장기간 혹은 대량 복용한다면 신체의 면역기능이 억제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고초추출물을 먹는 것으로 모르모트의 ALT, AST 수치를 모두 분명히 끌어올렸다. 이는 하고초에 간장독성작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상에서, 유아가 창이자(蒼耳子), 하고초와 계내금(鷄內金)이 포함된 한약을 3개월간 복용하여 급성중증간염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떤 보도에서는 하고초가 알레르기를 불러온다는 것도 있었다. 증상은 피부가려움, 발진, 심지어 아레르기성 쇼크로 혼절하는 것까지 있다.

 

어떤 사람은 양차를 마시면 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도 아무렇게나 마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가지 주장으로는 "위한(胃寒, 위가 차가운)"한 사람은 양차를 마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한은 중의의 용어인데, 아주 모호한 개념이다. 대체로 위산분비가 과소하여 소화불량에 걸린 경우를 말한다. 다만, 하고초의 불량반응은 주로 면역시스템과 간장에 발생한다. 소화계통과는 별 관련이 없다. 그래서 위한이든 아니면 위열(胃熱)이든 불량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약물이라면 모두 불량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떤 때에는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할 수 없이 불량반응을 참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전제는 불량반응이 특별히 심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물이 확실히 치료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한 약물이 신체에 어떤 이로운 점이 있는지도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는데, 이미 유독부작용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복용한다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문제는 바로 양차를 마시는 것이 몸에 어떤 좋은 점이 있느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열이 오르는 것이 겁나면 왕라오지를 마셔라"고 알고 있다. "열이 오른다(上火)"는 것은 중의에서 여러 증상에 대한 하나의 모호하고 개괄적인 표현이다. 요인이 너무나 많다. 현대의학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호칭이 없다. 구강 '상화'현상은 어떤 경우에는 비타민B2가 부족하여 생기는 순염(脣炎), 구각염(口角炎)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타민C가 부족해서 생기는 잇몸점막출혈일 수도 있다. 더욱 자주보는 것은 아마도 세균, 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한 염증(예를 들어, 구강염, 구강궤양, 급성치주염, 치은염등)일 것이다. 날씨가 덥고, 건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탈수현상도 사람들에게는 "상화"현상으로 느껴진다. 서로 다른 병이라면 서로 다르게 치료해야 한다. 비타민결핍으로 인한 경우에는 적절히 비타민을 보충해주면 되고, 세균감염으로 인한 경우라면 항균, 소염제를 써야 한다. 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한 경우라면 특효약이 없다. 그저 며칠이 지나면 자동으로 낫는다. 다만, 바이러스는 여전히 체내에 잠복하고 있어, 어떤 상황하에서(예를 들어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경우)는 다시 재발할 것이다. 그래서 '상화'는 뿌리뽑기가 힘들다. 탈수라면 당연히 수분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양차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상화'에 어떤 치료효과가 있을까? 증명할만한 증거는 없다. 양차를 마신 후에 열이 내려갔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신체의 자동회복일 수도 있고, 심리작용일 수도 있다. 아니면 양차가 신체에 부족한 수분이나 어떤 비타민을 보충해주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물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거나 과즙을 마시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어떤 사람들은 광동의 날씨는 습기가 많고, 기후가 더워서, 반드시 양차를 마셔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날씨가 습기차고, 기후가 더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그들은 양차를 마시지 않지만 그렇다고 광동사람들보다 몸이 나쁜 것도 아니다. 설마 광동사람의 몸은 반드시 양차를 마셔야 하는 특수구조로 되어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양차를 마시는 것은 신체에 백해무익한 생활습관이다. 나쁜 생활습관은 바꾸기 힘들다. 금지시킬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기업이 나쁜 생활습관을 보급하고 장려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대하여는 관리를 강화하여야 한다. 왕라오지에 유독부작용이 있는 한약성분이 들어 있다면, 보통음료나 건강음료로 판매하게 놔두어서는 안된다. 더더구나 원래 양차를 마시는 습관이 없던 북방지역에까지 보급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식품과 보건품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은 반드시 유독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독부작용이 있는 제품은 당연히 약품으로 관리해야 한다.

 

위생부는 하고초에 유독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반기업은 식품에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왕라오지에 대하여는 내버려두고 있다. 원인은 바로 왕라오지가 전통업체라는 것이다. 2005년, 위생부는 <<왕라오지양차의 관련문제에 대한 회답>>에서 <<보통식품에 하고초를 첨가하는 문제에 대한 회신요청>>을 동의한다고 했다. 그 내용은 "식품위생법이 발효되기 이전에, 전통적으로 약물을 첨가성분으로 추가하고 치료효과를 선전하지 아니하며 30년이상 연속하여 생산해온 역사가 있는 정형포장식품품종은 계속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라오지 양차는 이미 10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 음료에는 하고초를 첨가하여도 위법이 아닌 것이다.

 

위생부의 이 결정은 마치 상업이익을 보호하려는데서 출발한 것같다.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확실히, 한 약품이 불량반응을 일으킨다면, 그것이 전통업체라고 하여 독성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웅황(雄黃)은 전통적으로 술의 첨가성분이었다. 그 역사는 왕라오지 양차보다 훨씬 유구하다. 그러나 웅황주(雄黃酒)에는 강한 독성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전통업체가 웅황주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여 '구사(驅邪)', '해독(解毒)'하도록 단오절에 마시게 허용해야 하는가? 만일 전통업체라고 하여 예외를 인정한다면, 신규업체는 왜 쓸 수 없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