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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홍루몽

가모(賈母)와 가정(賈政)의 전략다툼

by 중은우시 2009. 3. 18.

글: 심위풍(沈威風)

 

하나의 기업이 오랫동안 발전하려면 반드시 전략적인 사상이 있어야 한다. <<손자병법>>에서는 "모든 일에 미리 준비하면 이루어지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凡事, 預則立, 不預則廢)"고 하였다. 사전에 발생가는한 추세에 대하여 미리 판단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마음 속으로 그렇게 믿는지 아닌지간에, 서방기업경영이론의 교육을 받은 중국의 당대 기업가들은 이미 깊이 알고 있다. 기업에 전략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전략을 만드는 것, 미래의 추세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은 확실히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해야할 일이다. 예를 들면, 가모는 가씨집안의 최고어른이다. 비록 그녀는 관리권한을 가능한 한 아랫사람들에게 이양하고, 자신은 가장 중요한 사항만을 관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그녀의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그것은 바로 전체 가씨집안의 발전방향에 대한 전략수립이다.

 

사실상, 그녀는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가씨집안의 발전방향은 우리가 <<홍루몽>>을 읽을 때 전체 사정이 하나의 사건에 구체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가보옥(賈寶玉)의 교육문제이다. 가씨집안은 대대로 관직과 작위를 세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를 통하여 발전할 것인가? 확실히 노부인이 선택한 것은 관직과 작위를 세습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녀는 가정이 가보옥에게 글을 읽도록 핍박하는데 반대했다. 공부하는 것은 과거를 볼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고, 정상루트로 관직에 오를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은 가씨집안에 오직 한 사람이다. 바로 가정이다. 다만 가정은 전체 가씨집안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못했다. 다른 자제들은 모두 매일 꽃이나 즐기고 말이나 타며 놀고 있다. 가보옥과 같이 '봉건가장제도반대의 선봉"이었던 인물도 일찌기 임대옥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와 같은 집은 먹을 게 없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보옥이 이렇게 생각한 것을 보면, 노부인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먼저 그녀는 가보옥의 몸이 약하고 병이 많은 것이 모두 그에게 공부하도록 강요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그녀는 가보옥이 여자아이들과 어울려 놓도록 내버려둔다. 마지막으로, 가보옥이 명리를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데 대하여 그녀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이런 상황의 근원을 탐구해보면, 노부인의 위기의식이 충분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군자의 은덕은 5세를 내려가면 끝난다(君子之澤, 五世而斬). 그 뜻은 큰 사업을 벌여서 후손들에게 은혜와 복록을 물려주더라도, 몇대를 내려가면 바닥이 난다는 것이다. 가연, 가원의 대에서 가보옥에 이르면 이미 4대이다. 조상의 은혜와 복록은 가원춘이 귀비에 봉해질 때 꽃봉우리를 터뜨린다. 그러나 이미 다리가 백개인 벌래는 죽어도 꿈틀거린다는 형국인 것이다. 가보옥에 이르러서는 이런 조상의 은해가 얼마나 남아 있었을까?

 

영국의 경영학대가인 Charles Handy는 기업이 어떻게 계속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관하여, 저명한 "S형곡선"이론을 창안했다. 이 곡선은 생명의 역정을 설명한다. 최초에는 천천히 맛을 보다가 점점 걷는 것을 배우고, 나중에는 달려서 꼭대기에 이르며, 나중에는 다시 쇠퇴하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비법은 바로 첫번째 곡선이 끝나기 전에, 또 다른 곡선을 만드는 것이다. 두번째 S형곡선의 정확한 기점은 첫번째 곡선이 아직 꼭대기에 도달해 있을 때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 때 기업은 충분한 시간, 자원과 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첫번째 곡선이 하강하기 전에, 새로운 곡선을 적시에 최초의 모색단계를 넘기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두번째 곡선이 이때부터 다시 정상을 향해서 발전해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이상상황일 뿐이다. 조직이건 개인이건, 왕왕 큰 위해가 닥쳐서야 비로소 변혁을 시작하게 된다. 가장 좋은 시기에 개혁을 하질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임대옥의 부친인 임여해는 책에서 보면, "원래 이 임지해의 조상은 일찌기 제후에 오른 적이 있다. 지금 여해에 이르러서는 5대째이다. 작위세습은 3대까지 되지만, 당금의 황상은 은덕이 전대보다 많아서 추가로 은덕을 베풀어 여해의 부친까지 1대를 더 세습하게 하였다. 그러나, 여해는 과거급제출신이다."

 

임여해는 공부를 다행히 잘해서 과거에 탐화(探花) 즉, 1갑제3등으로 합격했다. 사실 이 3등은 대단한 것이다. 탐화랑은 이름으로 보더라도 그렇지만 전시때 등수를 매기면서, 일반적으로 재색을 겸비해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탐화는 일반적으로 나이도 어리고 영준하게 생긴 사람이 뽑힌다. 이런 신분지위와 용모가 아니었다면, 가씨집안의 천금인 가민을 부인으로 맞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임여해는 관리로서도 훌륭했다. 그래서 나중에 양주의 순염어사를 지내는데, 이 자리는 아주 콩고물이 많은 최고의 요직이다. 만일 그가 젊어서 죽지 않았다면 임씨집안은 그의 대에서 중흥을 이루어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소설에서 볼 때 아주 좋은 길의 하나로 보인다. 다만, 임여해가 이처럼 젊고 총명하며 용모가 준수하지 않았더라면, 일찌기 작위를 받아서 호화스럽게 살아왔던 임씨집안은 아마도 그저 귀족의 명단에서 사라지고, 평민의 무리속에 들어가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임여해의 방식은 첫번째 곡선이 끝난 후에, 다시 두번째 곡선을 시작한 것이 된다. 현대기업에 대하여 말하자면, '변신'이 이미 늦은 것이다. 왜냐하면, 임여해가 과거에 진사급제한 때는 이미 기업으로 말하자면 쇠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기업의 자원은 이미 전성기보다 많이 줄었고, 직원의 활력이나 적극성도 결핍되어 있다. 더더구나 이미 감원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즉, 이전의 전성기때 보유했던 자원을 재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때 다시 새로은 S곡선을 시작하려면 이전보다 배는 힘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임여해가 탐화를 차지했ㅇ르 때, 집안에서는 여전히 작위를 세습하고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의 관료사회에서의 입지는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전체 임씨집안도 쇠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그가 양주로 가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임대옥이 집안 형제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조모에게 의탁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각도에서 보자면, 가정은 장기적 안목이 있었다. 그는 가보옥이 글을 읽어, 과거에 합격해서 관리를 지내기를 원했다. 그 당시 대가족이 계속 번성하는 방식은 두자지이다. 문공무략(文功武略). 가씨집안의 조상은 전공을 세워서 집안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가보옥의 대에 이르러서는 비록 세습하는 작위는 아직도 무슨무슨 장군이지만, 진정 칼을 차고 병사를 이끌고 전공을 세우는 것은 가보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두번째 길은 즉 과거이다. 가정은 지혜있는 자라고 할 수 있다. 그 본인은 과거를 보고 싶어했다. "그러나 생각도 못하게 가대선(代善)이 죽었을 때 유서를 올리자, 황상이 선대의 신하를 긍휼이 여셔, 바로 장남에게 관작을 세습하게 하는 외에, 또 다른 아들이 있는지 물어서 즉시 만나보았다. 그리고 추가로 가정에게 주사의 관직을 내려고, 입부하여 공부하게 했다. 지금은 이미 원외랑으로 승진하였다." 이 일을 가정은 계속 한탄스럽게 생각한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아들에게 바라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부모는 종종 이런 기대를 가진다. 그러나 가정이 가보옥에게 공부를 독촉한 것은, 단순히 자신이 젊었을 때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것을 보상받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더욱 큰 것은, 그가 가보옥이 또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책임질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가정 스스로가 했던 것처럼.

 

중국의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비가 내리기 전에 창문과 문을 수리해야 한다(居安思危, 未雨綢繆)" 돈있는 부자가 삼대를 못간다. 성공한 기업이라고 그렇지 않겠는가? 맥킨지능 일찌기 208개의 기업의 18년간의 발전에 대하여 연구한 바 있다. 어떤 기업이 오랫동안 잘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결과는 그중 3개가 연속 18년동안 휘황한 실적을 냈는데, 53%의 기업은 2년이상 호황을 넘기지 못했다. 현대기업의 생명주기는 가씨집안보다 훨씬 짧아졌다. 오세이참도 좋고, 부자가 삼대를 못가는 것도 좋다. 어쨌든 몇십년은 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500대기업은 진정 100년의 풍우를 넘긴 경우가 드물다. 역사가 긴 기업들은 여러번 변신을 거쳤고, 역량도 강하다. 아마도 우리는 원래 그 기업이 예전에 무엇을 했었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150년전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미국에서 창업했다. 처음에는 그저 퀵서비스사업을 하던 작은 회사였다. 현재는 금융서비스와 여행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었다.

 

가족은 어떻게 발전하여야 하는가? 현재 곡선의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가? 어떻게 안정적인 번영을 유지할 것인가? 미래에 위기는 올 것인가 아닌가? 만일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가? 많은 경우, 우리는 예견할 수는 없지만, 가정할 수는 있다. 사실상, 만일 최종적으로 가정이 잘못되었다고 증명되더라고, 그다지 나쁠 것은 없다. 유감스럽게도, 가정은 이런 위기의식에 바탕을 둔 결정이지만, 가보옥의 교육문제에 대하여 가모의 반대에 부닥쳤다. "먼저 나를 죽이고 그 애를 죽여랴" 노부인의 말은 마치 산이 가로막는 것같다. 가정도 어쩔 수가 없다. 하물며 조설근은 비록 가정을 "거짓군자(假正經)"인척한다고 조소하지만, 문자나 행간을 보면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가정은 사실 아들을 아주 사랑하고, 이 총명하면서도 청수하고 용모가 뛰어난 몸이 약한 아이를 사랑했다. 그도 정말 가보옥을 죽을 정도로 때릴 리는 없다. 그래서 이 노선다툼에서 가정이 일패도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있는가? 있다. 진가경은 죽기전에 왕희봉에게 꿈속에서 해준 말이 있다. 그것은 완벽하게 합격점을 받는 지도자들이 고려해야할 전략문제를 표현해주고 있다. 큰 화가 아마도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당장 올 수도 있고, 어쩌면 전성기에 도달했을 때 올 수 도 있다. 최소한 먼저 준비하고, 후손들에게 편안히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해주는 것, 편안히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한겨울을 지내고, 다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그녀는 영부의 중손며느리이다. 미래의 족장부인이다. 이런 견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유심무가 오로지 그녀를 지고무상한 혈통이라고 우기는 것도 이해가 된다.

 

가모와 같은 지도자는 현재 세계의 질서가 영원하리라고 믿는 경우이다. 모든 것은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4대가족은 영원히 4대가족이다. 그녀는 연령과 견식때문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회의, 호기, 혁신"의 정신이 없었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은 지도자의 지위에 오르게 되면 나이와 역경을 거치면서 개혁파에서 보수파로 바뀌게 된다. 다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런 태도는 급변하는 시대에 필수적인 것이다. 급변하는 사태에 대응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