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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홍루몽

임대옥(林黛玉)이 병약했던 이유는?

by 중은우시 2008. 8. 2.

글: 소잠(蘇岑)

 

임대옥이 병약한 것은 아주 유명하다. 중국문학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병미인(病美人)이 바로 임대옥이다. 그녀는 병약함으로 인하여 아리땁고, 병약함으로 인하여 예쁘다. 비록 <<홍루몽>>의 작가는 임대옥에게 선천적인 부족함이 있어 태어나면서부터 병약했다고 하지만, 여하한 질병도 이유가 없는 것은 없다. 임대옥의 병은 후천적인 생활상황과도 상당한 관계가 있다. 임대옥이 가부(賈府, 가보옥의 가씨저택)에 들어올 때, 겨우 5,6살의 어린아이였으니, 바로 성장발육단계였다. 그러나, 가부의 생활습관은 확실히 이 어린 여자아이의 신체건강에 좋지 않았다.

 

임대옥이 가부에 들어온 후에 식사를 하는 장면을 한번 살펴보자:

 

"가주(賈珠)의 처인 이씨(李氏)가 밥을 들고오고, 희봉(熙鳳)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왕부인은 국을 가져왔다. 가모(賈母)는 정면의 자리에 홀로 앉았고, 양쪽에 네개의 빈 의자가 있었다. (왕)희봉은 급히 (임)대옥을 끌어서 왼쪽 첫번째 의자에 앉게 했다. 대옥은 극력 사양했다. 가모가 웃으며 말했다: "너의 외숙모나 너의 올케들은 여기서 식사하지 않는다. 너는 손님이니 원래 이렇게 앉는 것이다" 그러자 비로소 대옥이 자리에 앉았다. 가모는 왕부인에게도 앉으라고 했다. 영춘 자매 3명이 앉으라고 하자 비로소 왔다. 영춘이 오른쪽 첫번째, 탐춘이 왼쪽 두번째, 석춘이 오른쪽 세번째 자리에 앉았다. 곁에는 시녀들이 불진(拂塵, 먼지털이), 수우(漱盂, 입가시는 물그릇), 건파(巾帕,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이, 봉 두 사람은 곁에 서서 있었다. 바깥에도 시중드는 부인, 시녀들이 비록 많았지만, 기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한 가운데 식사를 마쳤고, 각 시녀들이 작은 찻받침에 차를 들고왔다. 옛날에 임여해(임대옥의 부친)은 딸에게 건강을 생각하여, 식사후에는 밥알을 모두 삼킨 후, 시간이 지난후에 다시 차를 마셔야 비장과 위장이 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이제 임대옥은 여기서는 여러가지가 자기 집안의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할 수 없이 따른다고 하여 별 일은 아니었다. 바꾸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차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이 수우를 가지고 오자 임대옥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찻물로 입을 헹구었다. 손을 씻고나자, 다시 차를 가지고 왔다. 이것이 바로 마시는 차였다."

 

가씨집안은 명문대가이다. 하루 세끼에 법도가 복잡했다. 왕부인, 이환(李紈), 왕희봉과 같은 아들며느리, 손자며느리는 친히 몸을 움직여 시어머니, 시할머니를 모셨고, 그렇게 많은 시녀들은 그저 곁에 서있을 뿐이었다. 많은 독자들은 이것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고대소설에서 가정을 묘사할 때면, 대부분은 시어머니, 며느리, 아들, 손자가 한 탁자에 앉아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시끄럽게 떠든다. 어찌 가씨집안은 그렇지 않단 말인가? <<홍루몽>>에 명절이나 새해를 맞이하는 경우에도, 가모와 여러 며느리 손자며느리들은 함께 앉기는 하지만, 같은 탁자를 쓰지는 않는다(同席不同卓). 거의 모두 가모는 손자, 손녀를 데리고 식사한다. 며느리, 손자며느리는 그저 곁에 서서 시중드는 일만 할 뿐이다. 이것은 사실 만주족의 풍습이다. 만주족 며느리들은 시아버지, 시어머니와 같은 식탁에서 식사할 수 없다. 손자, 손녀는 가능하다. 며느리는 그저 식탁 옆에 손을 내려뜨리고 서서 노인과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입을 가실 때까지 시중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며느리는 다시 시아버지, 시어머니에게 담배을 올리고, 차를 올린다. 그 후에야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외에 아랫사람은 바깥에 외출했다 돌아오면 자기 방으로 먼저 가서는 안되고, 반드시 웃어른에게 말씀을 드리고, 허락을 받은 후에야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쉴 수 있다. 그리하여, <<홍루몽>>에는 가보옥이 매번 외출하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먼저 가는 곳이 가모(가보옥의 할머니)의 방이다. 그 후에는 왕부인(가보옥의 어머니)의 방이다. 이렇게 차례대로 문안인사를 한 후에야 비로소 자기가 사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87년판 티비드라마에서 식사후에 입을 헹구는 장면에서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임대옥이 처음에는 찻물이 입을 헹구는데 쓰는 것인줄 몰랐는데, 몰래 영춘, 탐춘이 입을 헹구는 것을 보고는 알아차려서, 그녀들을 따라서 입을 헹구었다는 것이다. 그 후에 비로소 마시는 차가 나와서 마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매번 이 장면을 보면, 극본을 쓴 사람이 임대옥을 멀쩡하게 망쳤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임대옥은 그저 두 집안의 생활습관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일시 적응하지 못했을 뿐이지, 어디에도 임대옥의 견식이 모자란다는 내용은 없다. 더구나 임대옥의 모친인 가민(賈敏)은 바로 이 가씨집안에서 시집간 것이니, 이 법도를 임대옥에게 얘기해주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이외에, 여기에서 자세히 읽어보면, 가씨집안의 생활습관은 임대옥의 건강문제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장면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가씨집안은 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식사후에 곧바로 차를 마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씨집안은 식사후에 두 가지 습관이 있는데, 첫번째는 찻물로 입을 가시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다. 입안에 남아있는 잡물을 제거할 수 있고, 구강과 치아건강에도 좋다. 의학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이 방법은 아주 권장되고 있다. 찻물은 구강보건에 명품치약보다도 훌륭한 작용을 한다.

 

두번째 습관은 식사후에 한잔의 차를 마시는 것이다. 이것은 좋은 습관이 아니다. 어릴 때, 노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식사후의 담배 한 개비는 살아있는 신선보다 낫다" 실제로 이것은 아주 잘못된 방법이다. 이런 습관은 사람을 하루빨리 저 세상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식사후에 즉시 차를 마시는 해독도 식사후에 담배를 피우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히 건강에 좋지 않다. 찻물은 위액을 중화시켜 식사를 소화시키고 흡수시키는데 불리하다. 특히, 임대옥처럼 자주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구나 자주 차를 마시는 것이 심장의 건강에 좋지 않고, 수면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의학적으로 어린 여자아이들에게는 차를 적게 마시게 하거나 진한 차를 마시지 못하게 한다. 특히 진한 차는 쉽게 빈혈을 불러올 수 있다. 청춘기의 소녀는 월경을 막 시작했을 때이므로 건강에 아주 좋지 않다. 명나라때 의학자인 이시진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이많거나 체력이 약한 자는 차를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아서 체력이 쇠퇴되었거나, 정혈이 부족한 사람은 차를 마시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다. 선천적으로 병약한 임대옥은 특히 차를 적게 마셔야 한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자면, 임씨집안의 생활습관이 가씨집안보다 건강했다. 만일 임대옥이 계속 자기 집에서 자랐다면, 아마도 병이 그렇게 심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빨리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전체 소설의 내용을 보면, 차는 가씨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음료이다. 위로는 노인부터 아래로는 어린아이까지, 식사후든 잠들기전이건 아무런 거리낌없이 마신다. 책에서 맹물을 마시는 경우는 나오질 않는다. 이는 확실히 중국의 천년문명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임대옥과 같이 병약체질이며, 수면장애가 있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끓인 맹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차를 마시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이롭다.

 

이외에 가씨집안은 밤새워 노는 것을 좋아했다.  밤새도록 오락활동을 벌이는 일이 자주 있다. 그러나, 임대옥의 신체상황은 확실히 이같은 무리를 견뎌내기 힘들다. <<홍루몽>> 제19회에는 원소절밤에 밤새도록 논 임대옥이 이런 말은 한다: "나는 전날 하룻밤을 놀고, 오늘도 아직 쉬지를 못해서, 온 몸이 시리고 아프다" 이를 보면, 하룻밤동안 몸을 괴롭히고,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이다.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체력이 약하고 병이 많은 임대옥은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낮밤이 바뀐 생활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여기에 매일 차를 마시는 것은 수면에 영향이 있다. 책에서 임대옥은 하룻밤에 기껏해야 한두 경차(更次)를 잘 뿐이라고 한다. 이것을 지금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2시간 내지 4시간이다. 발육기에 있는 소녀에게 있어서 이처럼 문학창작에 힘을 쓰는 것도 실제로 건강의 최대 적수이다. 잠을 잘 못자면, 자연히 잘 먹지도 못하니, 이 집안에서의 생활이 편안할 리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먹은 것을 얘기하자. 건강의 두 가지 핵심은 음식과 수면이다. 가씨집안의 음식은 아주 비과학저이다. 이는 설보채가 이미 작자를 대신하여 임대오에게 말한 바 있다: "옛 사람은 곡식을 먹어야 산다고 하였는데, 너는 매일 먹는 것이 정신, 기혈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니, 좋은 일이 아니다" 가씨집안의 식단은 달고 기름기 있는 것이 위주이다. 이것은 가씨집안의 아래위 사람들이 대부분 남경출신이라는 것과도 관련이 될 것이다. 남방사람들은 달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가씨집안은 특히 심했다.

 

그리고 가씨집안은 새종류를 잘 먹었다. 매일 육식으로 닭, 오리, 거위등을 위주로 했다. 식사때마다 오계탕(熬鷄湯), 둔압육(鴨肉)등이 나왔다. 이런 류의 음식을 오랫동안 먹게 되면, 사람의 체질이 바뀌고 힘이 없게 느껴지며, 정신이 맑지 못하게 된다. 임대옥은 가씨집안에서 비단옷에 좋은음식을 먹는 생활을 했지만, 이것이 가장 건강에 좋은 생활이라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오곡잡량을 먹고, 매일 와두를 씹으며, 소금에 절인 채소를 꽉꽉 씹어먹었던 유모모(劉)는 75세인데도 걸음걸이가 날아가는 것처럼 빠르다. 가씨집안의 아가씨들은 나이가 어린데도 걸핏하면 허리가 욱신거리고, 다리가 아프다. 몇 걸음만 걸으면 기침을 콜록콜록 해댄다. 이것은 음식이 너무 정교한 것과 관련이 있다. 거지처럼 먹는 것이 황제처럼 먹는 것보다 더 오래 사는 비결이다. 이를 보면, 가씨집안은 비록 부귀하였지만, 편안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다. 가씨집안에서 닭, 오리, 물고기는 좋은 것이 아니었다. 유모모가 가져온 작은박, 야채가 오히려 희귀한 것이었다. 기름기있는 것만 먹다보면 담백한 것이 입에 당긴다. 그러나, 부귀한 사람들은 왕왕 건강양생의 도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면, 가씨집안의 이런 불량한 생활습관이 임대옥의 질병이 오래가고 악화되게 만든 주요한 요인일 것이다. 자기를 아끼는 것은 생활에서 하나하나를 모두 보살피라는 것이 아니다. 튼튼하게 살고 싶으면, 너무 세세하게 따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