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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중국의 관료

성서기의 수준, 총리의 경지

by 중은우시 2008. 11. 17.

글: 난정(蘭亭)

 

광동성위 서기 왕양(王洋)은 최근들어 광동 기업의 대량도산에 관하여 언급하면서, 현재 도산한 곳중에는 저명한 대기업은 없고, 도산한 기업은 모두 낙후된 생산력으로 도태된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정부가 적절히 실업노동자를 재배치할 것이지만, 낙후돤 생산력에 대한 지원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왕서기의 말을 들으니, 목구멍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같아서, 뱉어내지 않으면 도저히 시원하지가 않을 것같다.

 

왕서기가 생각하는 저명한 대기업은 어떤 기업인지 도대체 알지 못하겠다. 왕서기가 보기에, 광동성내에 진정으로 저명한 대기업이라면 혹시 화웨이(華爲), 중싱(中興), 폭스콘(富士康), 비야디(比亞迪), 광저우혼다(廣州本田)등 극소수 기업들 뿐이란 말인가? 다만 이런 대기업으 광동에 몇개가 되지 않지 않는가. 만일 이 몇 개도 되지 않는 기업에 의지하여 광동이 오늘의 경제기적을 이루었던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도대체 어떤 생산력을 왕서기는 선진적인 생산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설마 왕서기는 정말 광동에는 그저 하나의 대공장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모두 공장이지만, 모두 다른 회사를 위하여 가공을 하고, 모두 농민공을 고용하고 있는데, 무슨 선진과 낙후의 구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화웨이, 중싱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특허를 가지고 있고, 일부 자체지적재산권이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러나, 화웨이, 중싱과 같은 기업이 중국에 몇개나 있단 말인가? 더더구나 주강삼각주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금년 6월에 도산한 용강항대혜업유한공사(龍崗港臺鞋業有限公司)는 1만여명의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전문적으로 나이키, 리복등 세계유명브랜드를 생산해온 홍콩에 상장한 기업이었다.

 

나이키, 리복등 브랜드는 공자의 생산능력, 설비의 선징성, 인권대우등에 대하여 아주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친다. 만일 선진적인 생산력이 없고, 양호한 인권기록이 없다면, 공장은 그들의 주문을 받아올 수가 없다. 그리고 항대혜업과 같은 규모와 생산력을 지닌 공장은 주강삼각주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당연히 왕서기에게 있어서, 항대혜업, 복안방직, 백령달집단, 합준완구등이 무슨 저명한 대기업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주강삼각주에는 아마도 무슨 저명한 대기업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왕서기가 한 정부는 절대 낙후한 생산력을 지원해주지 않겠다는 말은 마치 시베리아에서 남하하는 한류와 같이 사람들에게 한기를 느끼게 한다. 왕서기는 마치 이렇게 말한 것같다. 주강삼각주의 공장은 모두 문을 닫아도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자체 지적재삭권이 없는 낙후된 생산력이며, 그들은 저명한 대기업도 아니기 때문이며, 그들은 정부가 손을 뻗어 도와줄만한 자격이 업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전에 광동에 조사연구하러 왔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말은 왕서기와는 전혀 달랐다. 그리하여 한겨울에 약간의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실망중에 한줄기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총리는 낙후된 생산력을 구해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낙후된 생산력에도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실러의 말을 인용하여: 겨울이 왔으면, 봄날이 그다지 멀지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같은 비상시국에, 서로 다른 몇 마디 말은 국가총리의 경지와 성서기의 수준의 고하를 보여준다.

 

다만 원총리는 또 이렇게 말했다: 배가 작으면 유턴하기도 쉽다. 중소기업이 발전경영모델을 바꾸어서 자주혁신을 가속화하라고. 이것은 우회적으로 전환을 요구한 것인데, 듣는 사람들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든다.

 

가공기업에게 전환을 하라면 도대체 어떻게 바꾸란 말인가?

 

전통적인 가공기업은 다른 사람들이 뭘 만들라고 하면, 그저 원하는대로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돈을 받고 물건을 건네주고 이렇게 하면 자금이 회수되는 것이다.

 

전환이라는 것은 자체지적재산권을 가지라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다른 사람이 시장에서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살펴봐서 스스로 연구개발하고 제조해내야 하고, 다시 자금을 투입해서 다른 사람의 시장으로 가야 한다.

 

국내의 중소형 가공기업이 어떻게 이런 시장조사를 할 능력을 지닐 수 있겠는가? 이런 시장조사를 할 능력은 지녔다고 치더라도, 누가 이렇게 강력한 시장조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 더구나 더욱 거대한 경제운영과 리스크부담능력을 지녀야 한다. 왜냐하면 제조해낸 물건을 아무도 사주지 않거나, 아무도 팔아주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 제품이 정말 시장의 수요에 맞는 것인지도 자신할 수 없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가공기업은 이런 경제리스크를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관련인재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국내대학의 라인에서는 매년 대량으로 적지 않은 대학졸업생을 배출해내고 있지만, 생산라인의 사고가 굳어 있어서, 그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하고, 개성과 특징이 결핍되어 있어, 쓸만한 인재는 많지가 않다.

 

국내에 적지 않은 유명한 의류브랜드를 보유한 호문진(虎門鎭)의 경우에, 이곳은 국내 의류업계의 엘리트들이 집중되어 있다. 다만, 호문의 저명브랜드는 여전히 상업스파이를 구미각지에 보내어 그 곳의 대형드랜드의 신품이 올라오면, 바로 한 세트를 사서 부친다. 호문의 본사는 부쳐온 제품을 보자마자 바로 약간 고친 후에 생산에 들어가고, 매장에 내놓을 준비를 한다. 기술적인 요구조건이 아주 낮은 의류산업에서조차도, 연구개발능력이 이 정도 수준인데, 더더구나 하이테크기술의 업종은 말할 것도 없다.

 

현실은 원총리가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배가 작아도 유턴하는게 쉽지 않다. 바꾸겠다고 한다고 하여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금, 실력, 인재가 필요하고, 일정한 시간이 흘러야 한다. 만일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행정수단으로 전환을 강요한다면, 이것은 아마도 수십년간 농사만 지어온 농민에게 컴퓨터프로그램개발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웃기는 일이다.

 

내수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전세계의 시장을 모두 대륙으로 가져올 수는 없다.

 

비록 성위서기와 비교하면, 총리의 경지는 한단계 높다고 보이지만, 그래도 총리도 사람이어서인지, 사람의 경지는 모두 한계가 있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