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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중국의 대외관계

서역 대하국(大夏國)의 국명분석

by 중은우시 2008. 10. 30.

글: 김우비(金宇飛)

 

들어가는 말

 

서역 대하국이라는 나라이름은 장건(張騫)이 사신으로 서역에 갔다 온 후에 처음으로 언급된 서역의 옛나라이름이다. <<사기. 대완열전>>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대하는 대완(大宛)의 서남 2천여리의 규수(水)의 남쪽에 있다. 그들의 풍속은 토착적이며, 성과 집(城屋)이 있고, 대완과 습속이 같다. 대장(大長)은 없고, 왕왕 성읍에 소장(小長)이 있다. 병사는 약하고, 전쟁을 겁낸다. 시장을 잘 연다. 대월지(大月氏)가 서쪽으로 이주하여 그들을 공격하여 이겼고, 대하를 신하로 삼았다. 대하는 사람이 많아서 백여만에 이른다. 수도는 남시성(藍市城)이라고 하는데, 시장에는 각종 물건을 사고 판다. 그 동남쪽에는 신독국(身毒國)이 있다."

 

서방의 역사와 비교할 때, 대하는 도대체 어느 나라를 가리키는 것일까? 현재는 개략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첫째, 대하는 바로 그리스인이 만든 박트리아(巴克特里亞)왕국이다. 예를 들면, 브리타니아백과사전이 이 설을 취하고 있다.

 

둘째, 대하는 토하라(Tokhara, 吐火羅)이다. 예를 들면, <<사해(辭海)>>가 이 설을 취하고 있다.

 

고대그리스 지리학자인 스트라보는 그의 <<지리학>> 제11권 8장 2절에서, 토하라등 4 민족이 약살수(시르강)을 건너 남하하여, 그리스인의 수중에서 박트리아를 빼앗았다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거의 장건이 서역에 사신으로 갔던 시간과 같은 기간이다. 그리하여 도대체 대하는 토하라인지, 아니면, 토하라에 의하여 전복된 박트리아인지를 판단하는데 난점을 더하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하를 박트리아라는 설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토하라를 원적은 중국이고 나중에 서역으로 이주한 대월지 혹은 대월지의 일부분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대하를 토하라라고 보는 설은 대부분 대하인은 원적이 중국이고 서쪽으로 이주하여 박트리아를 점령했다고 보고 있다.

 

대하와 대월지

 

정사에서 "대하"라는 이름이 처음 보이는 것은 <<사기>>이다. "대하"와 자주 함께 나타나는 이름은 "대월지"이다. 이후의 <<한서>>, <<후한서>>등은 대하와 대월지에 대하여 <<사기>>와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기재하고 있다. <<삼국지>>에는 대하와 대월지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진서>>의 "대완국"이라는 부분에 대월지를 언급하고 있지만, 대하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위서>>와 <<북사>>에는 토호라(吐呼羅)국이 보인다. 동시에 대월지국도 언급되어 있다. 다만 대하라는 이름은 모두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 <<북사>>에는 토하라(吐火羅)국도 나타난다. <<수서>>에도 토하라국이 있다. 그리고 "강국(康國)"이라는 부분에 월지의 이름도 보인다. <<구당서>>에는 대월지나 토하라국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계빈국(賓國)"에서 대월지가 언급되고, "파사(波斯)"에서 토하라가 언급된다. <<신당서>>에는 '토하라'조에 이렇게 적고 있다: "토하라(吐火羅). 혹은 토활라(吐豁羅)라고도 부르고, 도화라(睹貨邏)라고도 부른다. 원위(元魏,. 북위)에서 토호라(吐呼羅)라고 불렀던 나라이다" <<신당서>>의 내용에 따르면, <<위서>>, <<북사>>에 나오는 '토호라'가 바로 '토하라'이다. <<신당서>>에는 또한 이런 기록도 있다. "읍달국(挹怛國), 한 대월지의 종족이다. 대월지가 오손에게 빼앗긴 후, 서쪽으로 대완을 지나, 대하를 격파하여 신하로 삼고, 남씨성(藍氏城)을 도읍으로 했다. 대하는 바로 토하라이다" <<신당서>>에서 언급한 대하는 확실히 한나라때의 대하를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토하라라는 것이다.

 

고서적을 보면, 대하라는 이름은 <<사기>>, <<한서>>, <<후한서>>에 나타나고, 토하라라는 이름(혹은 동음이자)은 <<위서>>, <<북사>>, <<수서>>, <<구당서>>, <<신당서>> 에 나타난다. 대하과 토하라의 이름은 각각 두 개의 다른 시기에 나타난다. 즉, 한나라때 서역에는 대하, 대월지가 있었고 토하라는 없었다. 북조 및 이후의 서역에는 토하라, 대월지가 있었고, 대하는 없었다.

 

북조와 이후의 역사서적에서 토하라와 대월지가 나란히 나타나는 것을 보면, 토하라를 대월지와 대응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토하라를 대월지의 일부분이라고 보는 것은 견강부회이다. 이와 반대로, 대하와 토하라의 이름은 시기를 나누어 나타나고, 이것은 대하가 바로 토하라라는 설에 비교적 유리한 정보이자 방증이다.

 

대하와 토하라

 

대하가 토하라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대하"는 바로 "토하라(Tochara)"를 정확한 음역(音譯)해서 쓴 것이라는 것이다. 혹은 서방기록에 나타나는 "Tokhara"에 대음(對音)이라고 본다. 다만 어떻게 하여 '정확한 음역' 혹은 '대음'인지에 대하여 학자들은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었다. 아래에서는 언어역사학의 각도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보기로 한다.

 

서진말기, 중원에는 소위 "오호난화'사건이 발생한다. <<진서. 지리지>>의 기록에 의하면 서진말기의 오호난화이후, 중원지역의 한족은 전란을 피하여 속속 남하하여 장강이남지역으로 갔다. 범문란은 <<중국통사간편>>에서 이에 대하여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한족은 대량으로 망명했고, 낙후민족이 대량으로 유입되었다. 서진말기부터 시작하여, 수문제가 주나라를 멸망시킬 때까지 지속되었다." 십육국시대에 수십만의 흉노, 갈, 선비모용부등의 민족이 중원으로 들어왔고, 한족과 융화되었다. 북조시기에 선비족은 황하유역에 위나라를 세웠다. 이 시기에 북방민족은 대규모로 남하하였다. 수백년의 각민족이동으로 결과는 "수당시기에 황하유역에 거주하는 한족은 실제로 십육국이래로 북방과 서방의 많은 낙후민족이 한족과 융합하여 형성된 새로운 한족이었다"

 

언어학자들은 오호난화사건이후, 중국북방방언의 어음(語音)에 비교적 큰 변화가 발생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보통화의 어음계통은 고대한어의 어음계통과 비교하여, 많이 간략화되었다. 남방의 각방언은 서로 다른 정도로 고음의 성분을 많이 보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吳)방언은 성모측면에서 고탁성모와 청탁모의 구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의 오어(吳語)는 중고북음의 계승자이다" 언어역사학적으로 보면, 진나라이전의 북방지역의 언어는 중고북음이다. 진말이후에는 현대북방방언(보통화)로 변모한다."

 

"현재의 오어가 중고북음의 계승자"라면, 현재의 오어로 "대하"라는 두 글자를 읽어보면, "대하"의 독음은 "토하라"와 아주 가깝다. 그리고 "도화라(睹貨邏)"와는 거의 일치한다. 이는 완전히 북조이후에 북방방언으로 읽은 "도화라"으 음이 바로 진나라이전에 중고북음으로 읽은 "대하"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당나라 현장의 <<대당서역기>>에는 "토화라"의 정음을 "도화라"라고 하였는데, 이로써 볼 때 이것은 당나라 현장이 귀로 들은 것을 아주 정확하고 충실하게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에 북조에서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북방방언이 계속 변화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분석에 따르면, 대하는 토하라와 같은 음을 서로 다른 한자로 쓴 것이다. 대하는 즉 토하라이다. 이것은 <<신당서>>에서 말하는 것과 같다

 

결론

 

서로 다른 시기의 역사서적을 비교분석하여, 사적에서 나오는 대하와 토하라가 동일시기에 존재한 적이 없고, 토하라와 대월지는 동시에 출현하는 것을 알아냈다. 소위 "토하라"가 대월지에 대응되고, 대하가 박트리아에 대응된다는 주장은 너무나 엉성하다.

 

언어역사학의 연구분석에 따르면, 현대오음(중고북음)으로 읽은 "대하"는 그 음이 북방방언(보통화)로 읽은 도화라(토하라)"와 음이 같다. 그러므로, 대하가 토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각도에서 보자면, 박트리아, 대하이든 토하라 대월지이든 그들은 모두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아무강 유역에 있던 지명이다. 다만 국가 혹은 민족으로서 박트리아, 토하라, 대월지는 완전시 다른 개념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국가 혹은 민족이었다. 중국사적에 기재된 서역 대하국은 후기 사적에 기재된 토하라이다. 즉 서방사료에 나오는 Tokhara이지 절대 박트리아왕국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