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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사상

기문둔갑(奇門遁甲): 중국 고대의 성인유희

by 중은우시 2008. 10. 10.

글: 강심도(江心島)

 

중국고대에 아주 재미있는 '성인유희'가 있었다. 그 이름은 '기문둔갑'이다. 이를 성인유희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너무나 현묘하고 너무나 복잡하여 어린아이의 두뇌로는 놀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상으로 그래도 이를 가지고 논 소년천재들은 있었다. 예를 들면, <<등왕각서>>를 쓴 왕발같은 경우이다. 갖고 놀기는 잘 놀았지만, 스물다섯에 요절하고 만다.

 

비록 많은 성인들도 놀이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고대인들이 이것을 따라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기문둔갑>>의 기본공능은 사람들의 의문에 해답을 주는 것이고, 게다가 '물어보면 반드시 해답을 주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변한 후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은 심리적인 퇴화이다. 그것은 바로 어떤 일에 부닥쳐서 선택을 해야 할 때면 심리적인 첫번째 반응은 바로 '망설이는 것'이다. 두번째 반응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고, 세번째 반응은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다.

 

사람이 일단 망설이게 되면, 인류보다 단계가 높은 생물에게 물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성인(聖人), 신선(神仙), 요마(妖魔), 귀신(鬼神)이 그것이다.

 

다만, 이런 고급생물은 진화속도가 너무 빨라서인지, 인류와 의사소통하는데 항상 장애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일을 결정하지 못하여 부처를 찾고 신선을 찾았다고 치자. 그러나, 부처는 그저 연화꽃 위에 앉아서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신선을 운좋게 만났다고 치고, 그가 기분이 아주 좋을 때라고 하더라도, 그가 입을 열어서 당신에게 말해주는 것은 한마디 밖에 없을 것이다: "천기(天機)는 함부로 누설할 수 없다"

 

고대인들은 "신선에게 묻거나 귀신에게 묻는 것이 사람에게 묻기보다 어렵다"는 이치를 깨달은 후에, 소수의 두뇌가 발달한 사람들이 신기한 문답도구를 만들어내고, 이름을 붙이니 그것이 바로 <<기문둔갑>>이다.

 

<<기문둔갑>>은 처음에는 그저 군사작전에 응용되었다. 군대를 거느린 총사령관이 결정을 못하고 망설일 때, 모사(謀士)들이 이 것은 꺼내서 한바탕 갖고 논 후에, 내일 어떻게 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전해오는 바에 의하면, 제갈량(諸葛亮)이 오장원(五丈原)에서 바로 이것을 갖고 놀았는데, 그리하여 그는 생전에 이미 "죽은 제갈이 산 중달을 쫓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죽을 때 담담할 수 있었고, 조금도 촉한의 대군을 위해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군사적으로 응용해보아야 결과는 항상 '죽어서 제대로 시신도 수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자, 이 선진적인 기술을 금방 군사적으로 응용하기를 포기하고 민간으로 적용범위를 확장시키기 시작한다. 일단 군사용에서 민간용으로 전환되자, 응용범위는 신속히 확대되었다. 그리고, '심령스승'의 높이로 끌어올려졌다. 다만 인류가 골치아프게 생각하게 된 것은 그것을 가지고 연산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임신하고나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고 싶으면, 바로 <<기문둔갑>>을 꺼내서 추산해보면 된다. 누군가가 승진하고 돈을 벌고 싶다면, 역시 <<기문둔갑>>을 꺼내서 추산해보면 된다. 몸에 불치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경험많은 한의사도 모를 때, 바로 <<기문둔갑>>을 들춰서 추산해보면 된다. 결국, 네가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기문둔갑>>으로 추산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태을(太乙)>>도 있고, <<육임(六壬)>>도 있다. 모두 아주 현묘하다. 잘 자기고 노는 고인에 의하면 과거로 거슬러 1만년, 앞으로 미래는 5백년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중에는 이미 <<기문둔갑>>을 갖고 노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만 어떤 일에 부닥쳐서, '의사결정을 망설일 때", 그리고 해결방법이 전혀 없을 때,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바람을 피워도 좋을지?"에 대하여 자신이 없을 때면 동전을 가지고 대체할 수도 있다. 간단하게 응용하여 동전의 앞면이면 대담하게 바람을 피워도 좋고, 동전의 뒷면이면 바람을 피워서는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기문둔갑>>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추산하는데 시간도 많이 들지 않는다.

 

<<기문둔갑>>은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그리고, 무슨 "식반(式盤)"이나 무슨 "연산(演算)"이니 하는 것이 있지만 사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바로 중국 version의 "논리추리"일 뿐이다. 다만, 근거가 되는 '원인'이 다른 것이다. '..하므로'의 관계에 있어서, 먼저 설정해놓고 다시 많이 붙여서 추산하고 추산하면, 결과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고대의 소설을 보면, 제목에 무조건 <<연의(演義)>>라고 되어 있는데, "연의"라는 단어도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무슨 동기이든 일단 "연의"를 열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느낌상으로 아주 현묘하다고 느낄 것이다. 사람은 뼛속까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동물이다. 그리하여 자기가 모르는 사물을 보면 바로 숙연해지고 존경하며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여기에 다시 '동방논리'를 더하여 증명기술에 있어서, 한의사와 마찬가지로 아주 강경하기 그지없어서, 절대 의심을 용납치 않는다. 네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허용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일반인들이 심리적으로 이를 거부하기가 어렵다.

 

<<기문둔갑>>은 사람들의 의문에 해답을 주는 동시에 매 단계의 연산에 모두 근거를 지니고 있다. 다만 근거라는 것이 바로 "음양, 오행, 사방, 천지, 동정, 간지, 팔괘, 성수"의 여덟가지 신기한 원리 및 변화법칙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문둔갑>>을 보았다면, 피를 토했을 것이다. 그는 분명 필생의 힘을 들여서, 논리의 '삼단논법'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간단하게 손만 한번 휘저어서 그냥 논리의 '팔단논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