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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사상

어떤 사람이 사내대장부인가?

by 중은우시 2008. 1. 30.

글: 독서삼미(讀書三味)

 

맹자가 한 말이 있는데, 아주 대표적이다: "부귀부능음, 빈천부능이, 위무부능굴, 차지위대장부(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爲大丈夫, 부귀해도 음란하지 않고, 빈천해도 바뀌지 않으며, 위무에도 굴하지 않아야 이를 일컬어 사내대장부라고 한다)" 맹자가 보기에,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고귀한 것은 다른 무리들과는 구별되는 뛰어난 의지, 수양 그리고 기개이다. 이런 품성을 갖추어야 비로소 사내대장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한의 진번(陳蕃)도 아주 유명한 말을 했었다: "대장부처세, 당소제천하, 안사일실호(大丈夫處世, 當掃除天下, 安事一室乎, 사내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서 마땅히 천하를 쓸어야지 어찌 방을 쓸고 있겠는가)". 진번이 보기에 배를 타고 바다를 횡단하고, 말을 타고 곤륜산을 넘어가는 사람만이, 높고 큰 뜻을 품고 호방한 사람만이 대장부라고 할 수 있었나보다. 아녀자들이 하는 자잘한 일들은 대장부가 가까이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리라.(* 진번은 어릴 때 방 한칸 짜리 집에서 살았는데, 집을 청소하지 않아 지저분했다고 한다. 친구가 왜 방을 청소하지 않느냐고 묻자 위와 같이 답변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친구는 방 한칸도 청소하지 못하면서, 천하는 어떻게 청소한단 말이냐고 조소했다고 한다)

 

진번과 동시대의 인물중에 조온(趙溫)은 이렇게 말했다: "대장부당위웅비, 언능자복(大丈夫當能雄飛, 焉能雌伏, 사내대장부라면 웅비하여야지 어찌 자복하겠는가)" 조온이 생각하는 사내대장부는 높은 관직을 지내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조온의 원래 직위는 군승(郡丞)이었는데, 아마도 자기의 관직이 너무 낮았다고 생각했었나보다. 이 말을 마치고는 사직했다. 나중에 사도(司徒), 상서(尙書)를 지냈으니 자기가 생각한 뜻은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동한에 양송(梁)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재주가 뛰어났지만 뜻을 얻지 못하였다. 그의 생각도 조온과 비슷했다. 일찌기 이렇게 탄식한 바 있다: "대장부거세, 생당봉후, 사당식묘, 불연, 한거가이양지, 시서족이자오(大丈夫居世, 生當封侯, 死當食廟, 不然, 閑居可以養志, 詩書足以自娛, 대장부가 세상에 살면서 살아서는 제후에 봉해지고 죽어서는 사당에 모셔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가로이 살면서 뜻을 기르고, 시를 쓰고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즐겨야 한다)" 그의 말은 앞부분은 조온과 같지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의 말에는 아무래도 뱃심이 좀 떨어지는 것같다. 스스로를 안위하는 맛이 있다. 큰 관리가 되지 못할 바에는 그저 시서나 읽고 심신을 수양하더라도 대장부이기는 하다.

 

삼국시대의 이밀(李謐)은 책읽기를 좋아했고, 책을 그 무엇보다 가까이 하였다. 그는 일찌기 이렇게 탄식한 바 있다: "장부옹서만권, 하가남면백성(丈夫擁書萬卷, 何暇南面百城, 사내대장부가 책 만권을 끌어안고 있으면 되지, 어찌 황제가 되어 백개 성을 내려다볼 겨를이 있겠는가)" 보라 얼마나 대단한가. 책을 읽을 수 있다면 황제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이밀의 마음 속에는 학문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사내대장부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고 글읽는 사람을 무시한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수나라의 내호아(來護兒)는 어릴 때 책을 읽었는데, <<시경(詩經)>>의 "격고기당, 용약용병(擊鼓其堂, 踊躍用兵)"이라는 문구를 읽고는 책을 집어던지고 탄식했다: "대장부당여차위국멸적, 이조공명, 안능구구사연호(大丈夫當如此爲國滅賊, 以助功名, 安能區區事硯乎, 사내대장부라면 이처럼 나라를 위하여 적을 무찔러서 공명을 얻어야지, 어찌 자잘하게 벼루나 갈고 있을 것인가)" 의심의 여지없이, 내호아의 마음 속에는 사내대장부라는 것은 "말 위에서 공명을 얻고, 시신은 말가죽에 쌓여 돌아오는" 사람이다. 

 

당나라의 대시인인 백거이는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일찌기 이렇게 읊은 바가 있다: "중사경재대장부(重士輕財大丈夫, 선비를 중히 여기고 재물을 가벼이 여겨야 사내대장부이다)". 시인이 보기에, 대장부는 그 사람이 가진 위치, 직무의 고저나 권력의 대소와는 관련이 없다. 대장부가 되려면 하늘을 떠받치고 땅위에 우뚝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현인과 선비를 존중하고, 옳은 일을 위해서는 재물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명나라의 문인 왕유녕은 백거이와 생각이 비슷했었다. 그도 시각이 독특했다. 그는 "장부재세당용재, 기위재용(丈夫在世當用財, 豈爲財用, 사내대장부가 세상에 재물을 써야 마땅하지, 어찌 재물에 쓰임을 당할 것인가)". 즉, 대장부가 되려면 돈을 잘 벌 뿐아니라, 돈을 잘 써야 했다.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시원시원한 사람이어야 비로소 대장부가 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행동했다. 그는 재산을 엄청나게 끌어모았는데, 모두 손님들을 초대하고 먹고 마시고 노는데 썼다. 돈을 다 써버린 후에 달빛이 빛나는 밤에 시원스럽게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함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왕유녕이 지나치게 "물질"에 집착했던 것과는 달리 동진의 환온(桓溫)은 "정신"을 중시했다. 그는 일찌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대장부부능유방백세, 역당유취만년(大丈夫不能流芳百世, 亦當遺臭萬年, 사내대장부가 미명(美名)을 백대에 남기지 못할 바에는 악명(惡名)이라도 만년을 떨쳐야 하지 않겠는가). 환온의 잠재의식 속에는 소위 사내대장부라는 것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즉, 다른 사람보다 뭔가 훨씬 뛰어나야 했다. 이를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결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환온의 '대장부관'은 확실히 별종이다.

 

북제의 개국황제인 고환(高歡)은 더욱 독특하다. 그가 생각하는 사내대장부는 어떤 사람인가? 한번은 그가 대신 송유도(宋遊道)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음고환수중주자대장부, 경지위인, 합음차주(飮高歡手中酒者大丈夫, 卿之爲人, 合飮此酒, 고환의 손안에 있는 술을 마시는 자가 사내대장부이다. 그대의 사람됨으로 보아, 이 술을 함께 마시자)" 보라. 얼마나 재미있는 말인가. 그의 술잔 속의 술을 마시는 자여야 비로소 사내대장부라는 것이다. 혹은 사내대장부여야만 비로소 자기와 술을 같이 나눠마실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가 좋아하고, 그와 가까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사내대장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되어 버렸다.

 

보기에 사내대장부는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러나, 너무나 기준이 �아서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는 아닌 것같다. 명나라때의 진계유(陳繼儒)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방득속인심하, 방명위장부(放得俗人心下, 方名爲丈夫, 속인의 마음을 버려야만 비로소 사내대장부라 말할 수 있다)" 진계유가 보기에, 관리를 지내든 장사를 하든, 정정당당하게 자기의 이상을 위하여 분투하고 추구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마음을 버려야만, 비로소 광명정대한 사내대장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진계유의 말은 이치에 딱 맞는다. 핵심을 찌른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