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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멜라민분유사건

멜라민: 화학(化學)의 사용(邪用)

by 중은우시 2008. 10. 1.

글: 섭영렬(葉永烈)

 

산루 멜라민분유사건이 발발한 후, 원래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화학용어인 "멜라민"이 졸지에 언론의 인기검색어가 되었다. 내가 이전에 북경대학에서 6년간 화학을 공부한 인연으로, 많은 친구들은 나에게 "멜라민"이 도대체 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산루 멜라민분유사건은 이전에 2004년에 있었던 '대두(大頭)어린이' 사건을 떠올리게 하였다. 100여명의 영아가 현지의 저질분유를 먹은 후, 사지는 짧고, 신체는 허약하며, 머리만 커지게 되어 '대두 어린이'가 되었다. 가짜제조기술로 말하자면 부양(阜陽)의 저질분유는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했다. 전분, 사카로스(蔗糖, 사탕수수당)등으로 우유가루를 대체한 다음, 우유향을 첨가하여 소비자를 속였다. 전분, 사카로스는 분유보다 훨씬 가격이 쌌으므로 불법상인들이 이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한 것이다.

 

이들 저질분유를 검사해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단백질함량만 측정하면 바로 본모습이 드러난다. 국가위생기준에 따르면, 영아의 1급 분유의 단백질함량은 18%이상이어야 하고, 2급, 3급은 12% 내지 18%이다. 그러나, 저질분유의 단백질함량은 대부분이 겨우 2% 내지 3%에 불과했다.

 

이번에 폭발한 산루 멜라민분유사건을 일으킨 자는 화학을 아는 자이다.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단백질함량은 질소함량을 지표로 하여 측정한다. 단백질은 질소,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전분, 사카로스같은 탄수화물은 그저 탄소, 수소, 산소만 포함되어 있고, 질소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분유에 전분, 사카로스가 섞여 들어가더라도 질소함량은 아주 낮다. 저질분유의 질소함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사건혐의자들은 '잔머리를 굴려서' 멜라민을 생각해 낸 것이다.

 

멜라민을 얘기하면 나는 바로 "멜라민의 아버지"인 저명한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Liebig, 1803-1875)가 생각난다. 그는 1834년 처음으로 화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멜라민을 합성했다. 멜라민은 무색무미의 단사능정체(monoclinic prisms)로, 플라스틱이나 페인트를 만드는 화공원료이다. 멜라민은 아무런 영양가치가 없다. 미국식품안전관리국은 오하이오주와 콜로라도의 두 주에서 생산된 낱알사료에서 멜라민이 함유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불법상인이 화학에 정통하고, 멜라민에는 질소함량이 66.6%라는 것을 알고는 사료에 멜라민을 투입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질소함량을 크게 끌어올리고, 이를 통하여 사료에 넣는 소맥단백분을 감소시켜, 원가를 인하시킬 수 있었다. 당시 이 두 회사는 교활하게 멜라민을 첨가한 것은 "낱알사료의 점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였다. 미국식품안전관리국은 멜라민을 첨가한 것은 소, 양의 건강에 유해하다고 인정하고 두 회사에 유해식품을 리콜하도록 명령했다.

 

멜라민으로 질소함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묘용(妙用)"은 불법업체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고, "단백정(蛋白精)"이라는 속칭(俗稱)까지 얻게 되었다. 중국의 검사검역국은 수입한 애완동물식품, 열대어사료에서 멜라민을 발견했고, 법에 따라 반품조치했다. 다만, 국외의 불법상인들은 아직도 감히 천하의 금기를 어기고 멜라민을 영아의 분유에까지 넣지는 못하고 있다.

 

멜라민의 질소함량은 우유의 151배이고, 분유의 23배이다. 유제품에 멜라민을 첨가하면 분유사용량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어 폭리를 취할 수 있다. 거대한 상업이익앞에서 중국의 불법상인은 위험을 무릅쓰게 된 것이다. 증거조사결과에 따르면, 멜라민을 영아분유에 처음 넣기 시작한 것은 2005년 4월부터라고 한다. 멜라민을 투입한 자는 우유수거소의 경영자였다. 분유는 생우유를 원료로 만드는 것이다. 1톤의 분유에는 4톤의 생우유가 필요하다. 낙농가는 생우유를 우유수거소에 팔고, 우유수거소는 다시 생우유를 모아서 톤으로 분유가공공장에 판매한다. 생우유에 멜라민을 투입하려면, 사료에 멜라민을 투입하는 것보다 1단계의 기술난관을 더 거쳐야 한다. 왜냐하면 멜라민은 물에 잘 녹지 않으므로, 생우유에 투입하면, 백색찌꺼기가 남아서 꼬리를 잡힐 수 있다. 불법우유수거소는 화학지식을 이용하여 이 '기술난관'을 뚫었다. 멜라민은 약알칼리성을 띄고 있는데 ,적당한 레몬산을 배합하여,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다시 솥에 가열시키면, 멜라민이 전부 용해된다. 그 다음에 생우유에 주입하면서, 수돗물이나 다른 염가의 보충제를 집어넣고 분유가공공장으로 보낸다.

 

화학은 원래 인류에게 행복을 주는 과학이다.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옷감, 멀리에서도 맡을 수 있는 향수,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품, 양식의 생산량을 늘여주는 화학비료, 벌레와 세균을 죽이는 농약, 산을 무너뜨리고 터널을 뚫는 폭약, 화려무비한 불꽃....화학은 인류에 진보를 가져다 주고, 현대문명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화학이 사악하게 이용(邪用)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화공원료인 멜라민이 분유에 섞여 들어가고, 염료인 Sudan Red로 홈심(紅心) 오리알을 만들고, 공업알콜로 가짜 술을 만들며, Sodium formaldehyde sulfoxylate는 표백제로 사용되어 독국수면발을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 법률의 제재를 받아야 할 자는 이익만 추구하는 불법간상(奸商)들 뿐이 아니다. 관련 화학의 패륜아들도 절대 그냥 놔두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