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계합(張繼合)
중국여성은 지금까지 두 극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빙점(氷點, 얼음이 어는 포인트)' 이하로 냉염(冷艶), 전아(典雅)하고 법도에 맞추어 살아가는 "온순하고 선량한 숙녀"이거나, 혹은 '비점(沸點, 물이 끓는 포인트)' 이상으로 소란스럽고 매서운 '귀호미인(鬼狐美人)'으로 귀신의 괴기스러움과 여우의 요사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빙탄불상용의 여자는 전통소설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다. 여성은 '빙점'과 '비점의 각자 장점을 바탕으로 남자들의 세계를 정복하였다.
두개의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예를 들어보면: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오는 '비점귀녀(沸點鬼女)'인 영녕(嬰寧); 그리고 <<홍루몽>>에 나오는 '빙점숙녀(氷點淑女)' 습인(襲人). 아름다움은 기본조건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들이 부지불식간에 남성사회의 필요에 맞았다는 것이다: 첫째는 사랑을 다투지 않고, 남의 마음을 잘 이해해준다, 둘째는 일을 엉망으로 어지럽히지 않고 진퇴의 시기를 잘 알고 있다. 비록 이런 것들이 현대사회에서는 성차별이라고 얘기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 두 가지를 갖춘 여성이라면 대부분 화습인처럼 상대적으로 행복하고, 풍족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영녕을 얘기해보자. 그녀는 아름다우면서도 단순한 귀신소녀이다. 포송령(蒲松齡)은 이 어린 아가씨에게 귀여운 품성은 모조리 부여해주었다. 그녀는 아름다우면서도 요사스럽지 않고, 지금의 많은 여자아이들처럼 신체가 자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를 졸라매고 엉덩이를 쳐들며, 얼굴에는 분가루를 바르고 귀에는 구멍을 뚫지 않았다...사실 젊다는 것은 최대의 자본이다. 맨얼굴로 세상에 나서도 청춘의 기운을 가리지 못한다. 그런데도 유행에 민감한 소녀들은 이러한 청순함을 아까워할 줄 모르고, 거꾸로 성인의 무리 속으로 끼어들려고 하는 것이다. 하이힐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눈알을 굴리며 다닌다. 그리고 삼류드라마에서 방송하는 '청루기(靑樓氣)'와 '풍진기(風塵氣)'를 드러낸다. 포송령의 영녕은 그 당시 모든 문사들의 이상적인 여인에 대한 이미지를 받아들였다; 장즈이보다 아름답고, 어린아이보다 멍청하다. 소위 '멍청하다'는 것은 바로 어린 여우의 천진함이다. 얼이 빠진 책벌레가 그녀에게 구혼을 하자, 이 아가씨는 조금도 부끄럽거나 쑥스러워하지 않고, 계속 배꼽을 잡고 웃거나 거리낌없이 행동했고, 큰 소리로 유모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가 나와 자고 싶다고 해요!" 여인의 천진함은 중요하다. 그녀는 영원히 남자들의 원수나 적수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그녀와 같이 생활하게 되면 남자는 죽어라 그녀와 살려고 할 것이다. 확실히 포송령의 머리 속에도 청루의식이 있었던 것같다. 그의 붓끝에서 태어난 여인들은 정이 많고 아름다운 놀이개감인 경우가 많다. 일단 '속세의 인연'이 끊어지면, 이들 호선(狐仙) 혹은 귀녀(鬼女)는 조용히 그녀들의 세계로 돌아가며, 이후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된다. 그는 절대로 이들 사랑에 눈먼 여자들을 햇볕아래에서 늙어가거나 추해지도록 버려두지 않았고, 담화처럼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꽃을 피운 후에 시들어 떨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남자들로 하여금 죽어라 그녀들을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나오는 것이다: "맛있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못먹는 것만 같지 못하다"
다음으로 습인을 얘기해보자. 만일 영녕이 형이상학적인 '정신적인 마스터베이션'이라면, 습인은 바로 생활중에 피와 살이 있는 귀여운 여인이다. 아름다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설근의 '금릉십이채'중에서 용모가 떨어지는 여자는 없다. 문제는 자질은 비슷한데도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번 부딛치면 부서지는 임대옥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팔면영롱의 설보채와 비교할 것도 없다. 그저 신분이 같은 시녀들 중에서 비교해보자. 가보옥의 곁에는 청문(晴雯)이 가장 예쁘지만, 그녀는 성격이 너무 날카롭다. 걸핏하면 주인과도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성깔을 부린다. 전형적인 '삼일을 싸우지 않으면 지붕에 올라가서 기와를 들춘다'는 형이다. 습인은 용모로는 중간이상이지만, 성격이 아주 좋고, 철이 들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집안의 큰주인마님, 작은주인마님, 아가씨, 시녀들중에서 누구에게도 밉보이면 안된다는 것을. 어쨌든 자기는 고용된 신세이고, 오늘은 비단옷을 입고 있지만, 내일 주인이 말한마디만 하면, 바로 모조리 벗겨져서 쫓겨난다는 것을. 습인은 자신의 분수를 잘 알았다. 임대옥처럼 원망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하지 않았고, 설보채처럼 매끄럽고 시정에 익숙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기꺼이 시녀의 역할을 다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였던 것이다.
왕부인이 마침내 습인에게 한자리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었다. 그녀에게 당부해서 말하기를: "나는 보옥을 너에게 맡기겠다" 당연히 이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저 첩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나중에 가보옥 도련님이 결혼을 하면 그녀는 영원히 첩으로 살아갈 것이다. 평생 불을 밝히는 전등이 되는 것이다. 습인은 이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모욕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녀는 오히려 이것이 자기에 대한 좋은 대접이라고 생각했다. 하층에서 기어올라온 습인에게는 청문처럼 '말한마디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칼을 뽑아들고 대든다'는 불같은 성격은 없었다. 그녀는 물과 같이 부드러움으로 만물을 지배했다. 천변만화하는 인생의 운명도 지배했다. 가씨집안이 망하여 사람들이 모두 흩어진 후에도, 그녀는 완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또 다른 영준한 젊은이에게 시집을 간다. 습인이 시미유염(柴米油鹽, 장작 쌀 기름 소금)의 고수라면, 청문은 금기서화(琴棋書畵)의 총아이다. 당연히 내가 가리키는 것은 정신적인 측면이다. 한쪽은 속(俗)에 치우쳤다면 다른 한 쪽은 아(雅)를 중시여긴다. 청문은 일찌감치 죽어버린다. 그러나, 습인은 모든 거짓, 추악함을 포용한다. 심지어 가보옥이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것도 인정하고, 스스로가 둘째첩, 셋째첩으로 전락해도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앞장서서 물러날 줄을 알았다. 남성사회에서 그녀는 아무런 배경도 없고 아무런 바탕도 없는 약자이다. 유일하게 손에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첫째, 젊고 아름답다는 것, 둘째, 말잘듣고 양보할 줄 안다는 것이다. 옛날 사람의 말에 "여자는 재주가 없는 것이 바로 덕이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는 원래 뒷말이 더 붙어 있어야 한다. "남자는 재주가 있어야 바로 덕이 있는 것이다". 사실 여자가 재주가 있다는 말은 반드시 화이트칼라가 되어서, 사장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생활에 대한, 가정에 대한, 남편에 대한 태도가 문제이다. 만일 이런 것들을 잘못 처리하게 되면, 항상 벽에 부닥치고, 소란스럽게 되는 것이다. 짧은 인생 몇십년동안 절반의 시간을 화만 내며 살아야 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
보기에, '빙점'과 '비점'은 여성의 우열고하를 가리는 분수령이 아니라, 관건은 정확하게 남성세계와의 처세의 도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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