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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송사

이청조(李淸照)의 일전매(一剪梅)

by 중은우시 2006. 11. 2.

홍우향잔옥점추 (紅藕香殘玉簟秋)

경해나상, 독상난주 (輕解羅裳, 獨上蘭舟)

운중수기금서래 (雲中誰寄錦書來)

안자회시, 월만서루 (雁字回時, 月滿西樓)

 

화자표령수자류 (花自飄零水自流)

일종상사, 양처한수 (一種相思, 兩處閑愁)

차정무계가소제 (此情無計可消除)

재하미두, 각상심두 (才下眉頭, 却上心頭)

 

붉은 연꽃은 향기가 사그러들고, 돗자리가 차가운 가을날

비단 치마를 살짝 풀어, 홀로 배에 오르네.

구름속에 누가 부친 편지가 오는가

기러기가 보내오는 서신이 돌아올 때는 달빛이 서쪽 누각에 가득 비치네.

 

꽃은 스스로 떨어져 날리고, 물은 무심히 흘러..

한 가지 사랑인데, 두 곳에 떨어져서 슬퍼하네

이 슬픔이 언제쯤이나 가실까?

금방 눈썹끝에 내려가 있다가, 금방 마음끝으로 다시 올라오네.

 

이 사는 중국최고의 여류문인이라는 이청조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남편인 조명성이 외지로 떠난 후에 그를 밤이고 낮이고, 집밖에서건 집안에서건 그리워하는 정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홍우향잔옥점추라든지, 화자표령수자류, 재하미두, 각상심두와 같은 문구는 천고의 절창으로 유명하다.

 

우(藕)는 연(蓮)이나 붉다는 것은 가을이 되어 이미 시든 것을 의미할 것이다. 향기도 풍성한 것이 아니라, 겨우 조금 남아 있을 정도일 것이다. 옥점은 대나무로 만든 돗자리이다. 가을이니, 여름이 나무그늘아래에서 시원하게 앉아있던 돗자리에는 지금은 아무도 앉아있지 않을 것이다. 이 구절은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되게 그렸다. 향기가 진한 여름의 연꽃이 청춘시기의 여인을 의미한다면, 가을이 되어 시들고 향도 부족한 것은 나이든 여인, 즉 청춘시절이 지나간 여인을 의미한다고 볼 것이다. 그리고, 여름에는 남편과 함께 앉아 있던 돗자리가 지금은 가을이 되어 아무도 앉아 있지 않는다. 단 일곱글자로서 이렇게 선명하게 대비시킬 수 있다는 것은 그녀의 재주이리라.

 

이 글을 보면 이청조는 이 때 집안 살림살이가 괜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단치마, 난주(蘭舟), 이런 것들은 모두 화려한 물질적인 조건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집안이 잘 살므로 낮에는 배를 타고 나가서 뱃놀이를 하고 저녁에는 누각에 올락서 남편의 편지를 읽은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운준수기금서래, 안자회시, 월만시루. 이 문구를 보면 남편과 편지도 자주 주고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남편에 대하여 전혀 의심하고 있거나 원망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구절은 그녀의 생활모습과 배경을 찬찬히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뒷구절로 가면서는 그녀의 마음이 하나하나 드러나게 된다.

 

꽃은 스스로 떨어져 날리고, 물은 제 마음대로 흐르고...꽃은 다정하나, 물은 무정하여 서로의 코드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와 남편간에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같고, 비록 멀리 서로 떨어져 있지만, 그리워하는 마음도 같다.

 

맨 마지막의 문구들은 그녀의 마음이 여덟글자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겨우 눌러놓으면 금방 다시 마음속에 떠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