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 노철봉(蘆哲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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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옥(賈寶玉, 홍루몽의 남주인공)의 사랑은 단지 두명의 여인에 향해 있다. 하나는 임대옥(林黛玉)이고 하나는 화습인(花襲人)이다. 정신적으로는 보옥과 대옥은 하늘이 맺어준 한 쌍이고, 수천년동안 보기 힘든 사랑의 바보들이다. 즉,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한 쌍의 원수요, 한 쌍의 반란자요, 한 쌍의 시인이요, 한 쌍의 지기이다. 생활에 있어서는 보옥은 그러나 습인의 보살핌을 벗어날 수 없다. 보옥은 습인에 대하여 일종의 어머니에 대한 것과 같은 사랑을 느낀다. 심지어 처남을 습인에게 준다. 보옥에게 있어서, 대옥과 습인을 합치면 하나의 완벽한 사랑이 되는 것이다. 즉, 그의 영혼과 육체, 형이상과 형이하, 붉은 장미와 흰 장미, 성결한 처와 온유한 첩....
이로 인하여, 대옥이 "나 죽을 거야"라고 말하자, 보옥은 바로 "네가 죽으면, 나는 중이 될 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습인이 "...죽으면 그만이지"라고 말하자, 보옥은 "네가 죽으면, 나는 중이 되러 갈거야"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임대옥은 손가락 두 개를 펴서 내밀면서 입을 삐죽이며 웃으면서 말했다. "두번째 중이 된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네가 몇번이나 중이 되겠다고 하는지 두고 볼 거야"라고 한다. 그러나, 이후에 중이 되겠다는 말은 보옥의 입에서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설보채(薛寶釵)에 대해서도, 청문(晴雯)에 대해서도...
정적으로서, 보채와 청문은 단지 대옥과 습인의 마음 속에서의 정적이었다. 보옥과는 원래 무관했다. 보옥의 마음 속에는 보채와 청문을 자기의 처와 첩으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보채에 대하여, 보옥은 단지 옆에서 그녀의 새하얀 팔뚝을 보고는 흠모하는 마음을 품기는 하지만 마음 속으로 "이 팔이 만일 임누이의 몸에 있었다면, 혹시 한번 만져볼 수 있었을텐데, 하필 그녀의 몸에 있는지.."라고 했다. 이것을 보면, 보옥의 마음 속에서 보채는 단지 친척일 뿐이다. 비록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경애(敬愛)하는 사랑이거나, 경이원지(敬而遠之)의 사랑이지, 좋아하는 사랑은 아니었던 것이다. 청문도 습인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부터 아침 저녁으로 같이 지낸 미녀시녀이다. 그러나 보옥은 그녀에게 과분한 욕심을 품지는 않았다. 청문이 와서 옷을 갈아입힐 때, 조심하지 않아서 부채를 떨어뜨렸고, 부채살이 부러지자, 보옥이 이렇게 말한다. "멍청이. 멍청이. 나중에 어떡하려고. 내일이라도 네 스스로 네 집의 안주인이 되어 나가서 일을 할 때도, 이렇게 앞뒤를 가리지 않을 거냐?" 이 말을 더 이상 분명할 수 없다. 보옥의 마음 속에는 청문은 언젠가는 나가서 스스로 별도로 집안을 꾸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나 이 말을 들은 청문은 참지 못하고 소동을 벌이게 되는데, 그녀도 이 말이 담고 있는 숨은 뜻을 이해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보옥은 모든 마음과 사랑을 대옥과 습인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녀들 두 사람의 보옥에 대한 사랑은 운니지차(雲泥之差)가 있었다. 대옥의 사랑은 빙결하고 투명하며, 구름처럼 담백하고 바람처럼 맑으며, 아무런 요구사항도 없고, 아무런 조건도 붙지 않으며, 속세를 벗어나고 범인의 경지를 벗어난 사랑이었다. 사랑함에 한 톨의 티끌도 없다. 임대옥에게 있어서 보옥은 모든 것이다. 보옥 이외에는 어떤 남자라도. 심지어 황제라 하더라도 냄새나는 남자에 불과한 것이다(홍루몽의 이야기중에 보옥이 북정왕으로부터 황제에게 하사받았던 물건을 받아와서 임대옥에게 전해주나, 임대옥은 냄새나는 남자가 썼던 물건이라면서 던져버린 적이 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대옥은 보옥을 위해서 죽고, 보옥도 지기를 배반하지 않고 출가하여 중이되며, 옛날에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된다. 그러나, 습인의 사랑은 단지 세속적인 사랑이다. 요구조건이 있고, 조건이 붙어있는 것이며, 기간이 있고,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습인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래도 너를 따를 것같으냐?" 이로 인하여, 가씨집안이 몰락한 후에 습인은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간다. 이것은 이상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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