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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법률/사건이야기

명청시대의 사기사건 : 가짜 원보로 농민을 속인 사건

by 중은우시 2006. 5. 8.

농민이 하나 있었는데,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다. 그는 천성이 인색하여 입고 먹는 것을 아껴서 집안이 점점 부유해졌다. 한 사기꾼이, 처음 이 동네를 와서는 이 동네의 그 농민이 천성이 탐욕스럽고 견식이 짧다는 것을 알고는 그 농민의 밭에 두 개의 무게가 100냥이 나가는 가짜 원보를 묻어두었다.

 

그 농민이 농사지으러 나오는 것을 보고는, 사기꾼은 고의로 밭의 좌우지방을 훑어보면서,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한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농민은 매우 기괴하게 생각하여 "도대체 뭘 찾는지요?"라고 물어보았다. 사기꾼은 "여기서 물건을 찾고 있습니다. 뭐하려고 물으십니까?"라고 하였다. 농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일을 했다. 사기꾼은 다시 밭의 주위의 나무근처를 계속 찾았다. 한번은 이 나무를 살펴보고, 또 한번은 저 나무를 살펴보았다. 농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 사람 무지 웃기는구만. 어떻게 산에 있는 나무란 나무는 다 뒤져보는 거요?"라고 물었다. 사기꾼은 "솔직히 말하자면, 제 부친이 예전에 도적에게 강도들에게 붙잡혀서, 같이 강도짓을 하게 되었는데, 한번은 집을 털어서 적지 않은 은량을 가졌는데, 그 때는 혼자였으므로 은자 전부를 가져갈 수가 없어서, 은자를 몇군데 묻어두었다고 합니다. 묻어둔 곳을 장부에 적어서 장소를 표시했고, 나중에 와서 찾으려고 했었는데, 불행히도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친이 남긴 표시를 보고 찾아오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나무 아래에 묻었다고 하는데, 여기는 나무가 워낙 많아서 어떤 나무인지 모르겠습니다. 다행이 당신이 여기 있으니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만일 찾으면 일부를 나눠드리겠습니다."

 

농민은 말을 듣고 기뻐서 호미를 들고 나무 몇그루의 아래를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과연 2개의 원보를 찾아내었다. 사기꾼은 아주 기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역시 은자를 찾았네요. 그러면 나머지 은자들도 분명히 다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은자 일부를 나눠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잔돈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자를 수도 없으니...이 원보를 제가 보관하기에는 불편하니, 당신 집에 보관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원보를 당신 집에 두고, 하나하나 찾아서 다 찾은 다음에 나누기로 하죠." 농민은 "그게 좋겠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저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당신에 제 집에 들어와 살면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까요?" 사기꾼은 "다른 사람에게는 제가 먼 친척이라고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농민은 "좋습니다. 저에게는 처숙이 한분 계시는데, 6,7세때 딴 동네에 팔아버렸고 지금까지 행방을 모릅니다. 제 처숙으로 얘기하면 될 것같습니다." 그리고는 제대로 가장하기 위하여 농민은 처의 부친, 모친의 이름과 모습까지 하나하나 사기꾼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사기꾼은 하나하나 다 기억했습니다.

 

두 사람이 집에 오자 사기꾼은 과연 농민의 처와 이웃들에게도 신임을 얻었습니다. 농민의 처는 닭을 잡고, 양을 잡아 대접하고, 숙부에게 후하게 대해주었습니다. 이웃들도 그를 환영해서 여러번 초대하여 음식을 나눠먹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사기꾼은 농민에게 "은자가 조금 필요한데, 15,6냥만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자 농민은 전혀 의심하지 않고 은자를 빌려주었다. 또 며칠이 지나서, 사기꾼은 농민에게 부친이 남겼다는 장부를 보여주면서 십여개의 원보가 어느 산의 어느 암자에 있다고 하였다. 농민은 음식과 도구를 싸서 그 암자를 찾아갔다. 거기에는 이미 사기꾼의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농민을 붙잡았다. 이 사기꾼은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어서 자기를 후히 대해준 농민을 죽이지는 않고 풀어주었다.

 

비슷한 사기행각을 계속 벌였는데, 강원이라는 곳에서도 일어났다. 그런데, 거기의 농민의 처는 머리가 있어서, 그자리에서 원보를 깨보았고, 금방 원보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래서 사기꾼은 붙잡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