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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과거

부선상(傅善祥) : 중국 유일의 여장원(女狀元)인가?

by 중은우시 2006. 2. 6.

중국은 과거제도의 역사가 깊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여인이 남장을 하고 과거에 장원하였다는 류의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역사상 여자가 과거에 장원을 한 사실이 있을까?

 

전해지는 바로는 홍수전이 개국한 태평천국에서는 여과(女科)를 두었다고 한다. 당시 태평천국은 남녀평등을 주장하였고, 세상의 남녀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고 하고 남존여비를 반대하였으며, 조정, 군대에도 여관을 두었으므로 여과를 두었다는 전설도 그럴 듯하게 전해진다. 그러나, 태평천국의 관련문헌을 뒤져보면 태평천국에서 여과를 열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왕곤(汪堃)의 <<순비수문록(盾鼻隨聞錄)>>에서 먼저 부선상이라는 여장원이 있다는 사실을 적고, 그 후에 심무량의 <<강남춘몽암필기>>에서 이를 따라 적었다.

 

나이강의 <<태평천국사료변위집>>에서는 위의 두 책이 위조된 것이라는 점을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순비수문록>>에서는 "태평천국은 강녕 사람인 부선상이 여장원이고, 여방안(2등)은 종씨성이고, 여탐화(3등)은 임씨성이다"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당시 태평천국에서 일했던 사개학의 <<금릉계갑기략>>, 장여남의 <<금릉성난기략>>, 지비자의 <<금릉잡기>>, 무명씨의 <<월역기락>>, 마수령의 <<금릉계갑신악부>, 장덕근의 <<적정회찬>>에도 이런 사실을 전혀 적지 않고 있다. <<금릉계갑기략>>에는 부선상에 대하여 적고는 있지만 단지 그녀를 동왕(東王)의 여부서(女簿書)라고 적고 있을 뿐, 여장원이라고는 적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순비수문록>>에서 태평천국이 여과를 열었고, 여장원, 방안, 탐화의 성명을 적은 것은 충분히 의심이 갈만하고, 왕곤이 조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나이강은 이 <<순비수문록>>의 기재를 근거로 더 대담하게 <<강남춘몽암필기>>에서 "계축년에 여과를 열었다. 부선상, 종수영, 임리화가 삼등안에 들었다. 부선상은 원래 관리의 딸로 스스로 원해서 응시하였다. 종수영은 종방례가 약탈한 여인이고, 임리화는 임봉상이 약탈한 여인이므로, 모두 자신의 원래 성씨가 아니다...."라고 기재하고 있다.

 

<<태평천국야사>>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태평조에서는 과거를 열었는데, 여자들에게도 시험에 참가할 수 있게 하였다. 주시험관은 홍선교(洪宣嬌, 홍수전의 딸)이고...제목은 "유여자여소인위난양야(唯女子與小人爲難養也)"였고, 응시자는 200여명이었다. 금릉 부괴의 딸인 선상이 적은 글은 홀로 난양의 글을 반대하며 고래의 현명한 여자들이 내조한 공을 인용하였다. 시험답안지는 나중에 천왕(홍수전)에게 보였고, 제일로 평가받았다. 화관과 비단옷을 입고 거리를 3일간 행진하였다. 거리에는 모두 여장원을 위하여 환호하였다. 2위는 종씨이고, 3위는 이씨이다"

 

이 세개의 기재를 보면, 조작자는 하나하나 더 내용을 늘였다. 이들이 위작임은 내용을 뜯어보면 명확하다.

 

우선 임봉상은 당시 이미 이개방과 북벌을 떠난 상태였고, 종방례는 남경에는 있었지만, 부인이 없었다. 당시 태평천국에서는 부인을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 또한, 태평천국은 사서오경을 외우고 익히는 것을 금지했다. 그런데, 논어에 나오는 문구를 과거시제로 낸다는 것은 황당하다.

 

그러나, 부선상이라는 여자는 확실히 존재했다. <<금릉계갑기략>>에 따르면.

 

"여부서, 동왕이 민간여자중 글자를 아는 자를 데려다가 직위를 주었고, 그를 대신하여 결재하도록 하엿다. 부선상이라는 여자가 있는데, 금릉 사람으로 20여세였다. 스스로 재주가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동왕이 듣고는 뽑아서 궁중으로 불러들였다.....병이 나은 후 선상은 마음대로 각 여관에게 갔으며 못가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혹은 도망쳤다고 한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여장원이라는 얘기는 날조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여장원이라면 여장원이라고 하지 절대 여부서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재를 보면 부선상이 동왕의 글을 도와준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