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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광서제)

가짜광서황제사건

by 중은우시 2006. 1. 23.

대청제국도 말기에 들어서면서 가짜 친왕, 가짜 대신이 북경등지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는 기괴한 사건이 적지 않게 벌어졌는데, 급기야 황제를 사칭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1899년, 호북성 무창에 있는 금수갑(金水閘)이라는 곳에 홀연 주인 1명과 노복 1명이 나타났다. 주인은 20살남짓했는데, 마르고 키가 컸다. 노복은 4,5십세로 보였는데, 얼굴에 수염이 없고, 말투에서 북경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고, 여성적인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방을 하나 빌렸는데, 두 사람이 입은 옷은 보기에도 매우 화려하였다. 그리고, 매번 노복이 주인에게 차를 바칠 때에는 무릎을 꿇고 바쳤으며, 주인에게 '황상'이라고 칭하였고, 자기 스스로는 노재(奴才,누차이, 만주어로 신하, 종이라는 뜻)라고 불렀다. 이웃 사람들이 매우 기괴하게 생각하였고, 소문은 금방 퍼져갔다.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며칠되지 않아 무창(武昌) 전체에 퍼지게 되었다.

 

당시 광서황제는 황궁에 유폐되어 있었으므로, 광서황제가 황궁에서 도망쳐나와 호북으로 와서 장지동(張之洞)을 만나러 왔다는 소문이 퍼져갔다. 무한보라는 신문은 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였다. 상해신문도 무한신문을 전재하여 보도하였다. 결과적으로 소문이 소문을 낳아, 장지동이 광서황제의 어가를 보호한다는 식으로 알려졌다.

 

무창의 이 두 사람의 이불에는 다섯 발가락을 가진 금룡이 새겨져 있었고(다섯 발가락의 용은 황제를 상징하는 것임), 사용하는 그릇에도 다섯발가락 금룡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어용지보(御用之寶)"라는 도장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더더욱 그를 광서황제라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이 "광서황제"라는 사람을 배알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를 않았다. 어떤 사람은 "광서황제"를 향하여 삼고구배의 예를 행하고 "성가"를 맞이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 "광서황제"는 그저 손을 흔들며 "예를 차릴 필요없소"라고 말할 뿐이었다. 당시의 관리들은 이 것을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찾아와서 배알할 뿐아니라, 금전을 바치는 자도 있었다.

 

일이 점점 커지자 강하지현(江夏知縣)은 직접 찾차가서 이 "광서황제"에게 내력을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단지 한마디만 하였다. "장지동을 만나면 말하겠노라" 나중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노복이 진짜 환관임을 확인했고, 장지동이 사람을 통해서 그의 용모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광서황제와 매우 흡사했다. 장지동은 북경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해서 광서황제의 행방에 대하여 수소문했다. 그러나,유폐된 황궁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으니,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장지동의 북경친구 한명이 소식을 전해왔다. 궁중의 환관을 통해서 알아보니 광서황제는 여전히 궁안에 유폐되어 있고,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그러자 장지동은 이 일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가짜 "광서황제"와 "환관"을 붙잡아 왔다. 그리고는 심문을 시작하며, 내가 장지동이니 할말이 있으면 나에게 해보라고 하자 가짜 "광서황제"는 주위를 물리쳐주면 단독으로 얘기하겠다고 한다. 장지동이 "쓸데없는 소리. 말하지 않으면 참하겠다"고 하자 가짜 광서황제는 태연히 "난 법을 위반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자 장지동은 "사사로이 황제의 물건을 사용한 것은 참형에 처할 죄인 것을 모르느냐"고 하였다. 가짜 광서황제는 "그렇다면 그대의 뜻대로 하시오"라고 할 뿐이었다.

 

다시 노복을 심문하였는데, 노복은 그는 본래 궁중의 환관이고, 궁중물건을 훔치다 발견되어 쫓겨났으며, 길에서 우연히 가짜 광서황제를 만났는데,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자기도 모른다고 하였다. 다른 일은 전혀 모른다고 발뺌을 하였다. 이번 공개심문에서는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끝을 맺는다. 이후 장지동은 사건을 무창부에 넘겨 강하현에서 계속 심문하도록 한다.

 

심문을 통해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가짜 광서황제는 만주족으로 이름이 충푸(崇福)이며, 창극을 하는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궁정에 들어가 창극을 했으므로 궁중의 일을 잘 알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광서황제와 닮아, 사람들이 그를 '가짜황제'라고 일컫기도 하였다. 이 노복은 원래 창고를 지키는 환관이었는데, 충푸와는 일찌감치 서로 알고 지냈다. 그는 궁중물건을 훔치다가 들켜 버렸다. 그러자 충푸와 상의하여 광서황제가 궁중에 유폐되어 외부에서 알지못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가짜황제노릇을 해서 사기를 치기로 모의하였던 것이다.

 

진상이 밝혀진 후 두 사람은 참형을 당하여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