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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시련취화

정향화(丁香花)에 얽힌 옛날 이야기

by 중은우시 2005. 12. 22.

정향(丁香)은 사랑의 꽃이다. 민간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한 젊고 잘생긴 서생이 북경으로 과거를 치러 떠났다. 날이 어두워 길가의 작은 여각에 짐을 풀었다. 여각은 부녀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을 아주 잘 대해주어, 서생은 매우 감격했고, 며칠을 더 머무르게 되었다. 여각주인의 딸은 서생의 인품이 단정하고, 글도 알며 사리에도 밝은 것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다. 서생도 그녀가 매우 예쁠 뿐아니라 총명하고 능력도 있어 그녀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달빛아래에 평생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대련을 내기로 하고, 서생이 먼저 상련을 내었다.

 

빙냉주, 일점, 이점, 삼점(氷冷酒, 一點, 二點, 三點)

빙냉주(얼어있는 차가운 술)는 점 하나, 점 둘, 점 셋.

 

이 상련은 매우 교묘하다. 즉, 빙냉주의 빙(氷)은 왼쪽에 점이 1개이고, 냉(冷)은 왼쪽에 이점수 즉, 점이 두개이며, 주(酒)는 왼쪽에 삼점수 즉, 점이 3개이다.

 

여자가 잠시 생각하고 막 하련을 말하려고 하는데, 여각주인에게 발각되었다. 여각주인은 둘이 사사로이 평생을 약속하는 것을 보고는 화가나서 딸이 집안의 풍기를 문란하게 하고, 조상을 욕보였다고 혼을 냈다. 딸은 두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울면서 호소했지만, 주인은 안된다고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딸은 성격이 강해서, 그 자리에서 기가 끊겨 죽고 말았다. 주인은 딸이 죽자 후회막급이었지만, 딸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딸을 뒷산자락에 묻어주었다. 서생도 슬픔을 견디지 못하여, 더 이상 과거를 쳐서 공명을 얻고자 하는 생각을 버리고, 주인을 모시고 함께 여각을 꾸려갔다. 장인과 사위는 슬픔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우래지 않아 딸을 묻은 뒷산자락에는 정향수(丁香樹)가 가득 자라게 되었고, 꽃이 비단처럼 피었으며,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갔다. 서생은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매일 산에 올라가 정향을 보았는데, 죽은 여자를 대하듯이 하였다. 하루는 백발의 노인이 지나가자, 서생은 노인의 팔을 붙잡아서 서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는 여자가 죽기 전에 대련을 내었으나 아직 답을 내기 전에 죽고 만 사정을 얘기하였다. 노인은 서생의 말을 듣고 나서 묘 위에 가득 정향화가 핀 것을 보고는 서생에게 말하기를 "아가씨는 이미 답을 냈습니다". 서생은 놀라서 노인에게 다시 물었다. "어르신께서는 어떻게 아가씨가 답을 이미 낸 것을 알고 계십니까?". 노인은 수염을 만지면서 묘위의 정향화를 가리키며, "이것이 바로 답이요"라고 하였다. 서생이 그래도 못알아듣자, 노인은 하련을 말해주었다.

 

빙냉주, 일점, 이점, 삼점(氷冷酒, 一點, 二點, 三點)

정향화, 백두, 천두, 만두(丁香花, 百頭, 千頭, 萬頭)

 

빙냉주(얼어있는 차가운 술)는 점 하나, 점 둘, 점 셋.

정향화는 백의 머리, 천의 머리, 만의 머리.

 

정향화의 정(丁)의 윗쪽은 바로 백(百)의 윗부분과 같고, 향(香)의 윗쪽은 천(千)의 윗부분과 같으며, 화(花)의 윗쪽은 만(萬)의 윗부분과 같다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후세에도 계속 전해지고, 정향화는 사랑의 꽃으로, 위의 대련은 연인대(聯姻對, 혼인의 인연을 맺는 대련) 또는 생사대(生死對, 삶과 죽음이 나뉘는 대련)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