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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시련취화

십칠자시(十七字詩)

by 중은우시 2005. 11. 17.

어느 해에 가뭄이 심하게 들었다. 매일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들판의 곡식은 말라서 죽어가고 있었다. 백성들은 지현(知縣)나으리에게 기우제를 지내달라고 부탁했다. 기우제를 지냈는데도 여전히 구름 한점 없었다. 시짓기를 좋아하는 정수재(丁秀才)가 17자 시를 지었다.

 

知縣求雨澤          지현나으리께서 기우제를 지내셨네.

萬民皆歡悅          백성들이 모두 기뻐했다네.

夜半推窓望          한밤중에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明月                   어라...밝은 달. (구름한점 없다는 의미)

 

이 시가 널리 알려지자 지현나으리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기분이 나쁠 것은 당연한 이치. 지현은 정수재를 불러서 심문을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지현의 부인이 후원에서 걸어왔다. 정수재가 보니 발이 전족을 하지 않은 큰 발이었다. 그래서 다시 시심이 일어났다.

 

夫人出華堂          부인께서 집에서 나오시네.

羅裙響叮当           비단치마를 휘날리며.

金蓮三寸小          삼촌(三寸)밖에 되지 않는 예쁘장한 발.

橫量                   가로로 재어서 (전족한 발의 길이가 삼촌이면 금련으로 표현하는데, 발을 너비가 삼촌이라는 의미임)

 

지현은 정수재에 대하여 화가 더욱 났고, 곤장을 18대 때리도록 판결했다. 18대를 다 맞은 후에 정수재는 다시 시흥이 일었다.

 

做詩一十七          시를 열일곱자 지었더니

打板一十八          곤장을 열여덟대를 때리네.

做詩千萬首          시를 천개 만개 지었더라면

打煞                   맞아죽었겠구나.

 

지현은 이 자는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서, 변방으로 쫓아보내기로 한다. 그래서 요양(遼陽)지방으로 보내게 되는데, 그가 요양으로 떠나는 날 외삼촌이 그를 마중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울었는데, 정수재는 또 시가 하나 생각났다.

 

發配到遼陽           요양으로 유배를 떠나는 길에

見舅如見娘           외삼촌을 뵈니 어머님을 뵙는 것같네

兩人同流淚           두 사람이 같이 눈물을 흘리니

三行                    세 줄기

 

원래 외삼촌은 애꾸였다. 그래서 눈물을 세줄기라고 적었던 것이다. 이 시를 보자 외삼촌도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쁜 녀석. 나쁜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