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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홍루몽

조설근(曺雪芹) : 홍루몽(紅樓夢)의 작가인가?

by 중은우시 2005. 11. 1.

[홍루몽이 조설근의 작이라는 통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조설근은 중국의 4대명저중의 하나로 불리우는 <<홍루몽>>의 위대한 작가이다. 이는 어린아이들도 다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홍학 고증파의 시조격인 후스(호적, 胡適)의 이 결론에 대하여 학술계에는 이견이 계속하여 존재하여왔다. 고증파인 홍학가들이 계속하여 이러한 전제하에 고증을 계속하는 외에, 많은 독자와 학자들은 홍루몽의 작가가 조설근인지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유평백(兪平伯) 선생은 홍루몽의 작가가 조설근이라는 설의 지지자에서 회의자로 변한 사람중의 하나이다.

 

<<홍루몽>>의 책에 쓰여있는 이야기와 조설근이라는 이름 및 고증파들이 고증하여 얻은 조설근의 집안내력과 비교를 해보면, 조설근은 그 이름에서도 그렇고, 홍학자들이 고증을 통하여 얻은 조설근의 가족사와도 많은 모순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만일 <<홍루몽>>에 반청조명(反淸弔明)의 관점이 선명하다고 보거나, 여기에 청나라시기의 옹정, 건륭제때 여러번에 걸쳐 잔혹한 문자옥(文字獄)이 발생한 것을 볼 때 그는 절대 자기의 진짜 이름을 책속에 써넣음으로써 살신지화를 부를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이로 인하여 <<홍루몽>>의 작가는 조설근이라는 설은 근거가 박약하다는 것이다. 후스 선생이 주장하고 많은 홍학가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홍루몽>>은 조설근의 집안이야기를 그린 자전소설이라는 주장도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홍루몽>>을 읽어본 독자라면 모두 알겠지만, 조설근은 도홍헌(悼紅軒)에서 공공도인(空空道人)이 배껴온 석두기(石頭記)를 열번 피열(披閱)하고, 다섯번 첨삭한 홍루몽중의 인물이다. 그리고 이 조설근은 단지 책의 앞뒤에서 각각 한번씩 출현한다. 가장 먼저 조설근과 동시에 책에서 나오는 인물은 공공도인을 제외하고는 공매계(孔梅溪)가 있고, 다음이 조설근이다. 글자의 뜻으로 볼 때, 공공도인(空空道人)도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고, 공매계도 '恐沒戱' (아마도 없을 것이다)와 같은 발음이되고, 책에 나오는 견사은(甄士隱)은 '眞事隱'(진짜로 있었던 일은 숨기고), 가우촌(賈雨村)은 '假語存'(거짓말은 남는)으로 영련(英蓮)은 '應憐'(불쌍한)등등 모두 그 음을 따서 지은 것이다. <<홍루몽>>에는 "가작진시진역가, 무위유처유환무(假作眞時眞亦假, 無爲有處有還無, 가짜가 진짜가 될 때, 진짜도 가짜로 되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 되는 곳에는 있는 것이 다시 없는 것이 된다)라는 유명한 문구를 남기고 있다. 이로써 볼 때 책에서 나오는 모든 이름이 만들어낸 이름인데, 작가가 자신의 이름만 진실한 이름으로 써넣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초창기에 "홍루몽 소설의 본명은 석두기인데, 작가가 누구인지는 여러 설이 있고, 도대체 누가 지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책안에 설근 조선생이 수정작업을 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홍루몽의 책에서 나타나는 도홍헌중에서 조설근 선생은 진실한 이름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조설근선생"은 공공도인, 견사은, 가어촌등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원래 존재하지 않는 단지 책속의 인물인 것이다. 만일 <<홍루몽>>중의 많은 인물들의 이름짓는 특색에 맞추어 보면 조설근(차오쉐친)은 차오세친, 초사근(抄寫勤) 즉 "열심히 배껴 쓴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