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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홍루몽

홍루몽 : 수중월(水中月)과 경중화(鏡中花)

by 중은우시 2005. 12. 12.

홍루몽의 왕응미(枉凝眉)에 나오는 구절이다.

일반적으로 왕응미는 임대옥과 가보옥을 읊은 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임대옥과 가보옥을 읊었다기보다는 임대옥과 설보채를 읊은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즉, 홍루몽십이지곡의 첫번째 곡인 종신오(終身誤)는 설보채와 임대옥을 읊은 것이라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 글을 보면,

 

도도시금옥양연(설보채)

엄지념목석전맹(임대옥)

공대착, 산중고사정영설(설보채)

종불망, 세외선매적막림(임대옥)

탄인간, 미중부족금방신

종연시제미거안, 도저의난평(설보채)

 

왕응미에 대하여는

 

일개시낭원선파(임대옥)

일개시미옥무하(설보채)

약설몰기연, 금생편우우착타(임대옥)

양설유기연, 여하심사종허화(설보채)

일개왕자차아(임대옥)

일개공로견과(설보채)

일개시수중월(임대옥)

일개시경중화(설보채)

상안중능유다소루주아

전경득추류도동진, 춘류도하(임대옥)

 

홍루몽십이곡의 첫번째, 두번째 곡은 모두 가보옥의 입장에서 설보채와 임대옥을 비교한 내용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전의 해석 즉, 종신오는 설보채+임대옥의 곡이고, 왕응미는 임대옥+가보옥의 곡이라고 본다면, 이것은 설보채에게는 너무나 불공평하다. 왜냐하면 홍루몽의 금릉12채에게는 모두 곡을 하나씩 순서대로 주었는데, 유독 임대옥에게는 1개반을 주고, 설보채에게는 반을 주었다면 균형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종전의 통상적인 견해인 왕응미를 임대옥과 가보옥을 읊은 것으로 보기보다는 가보옥이 임대옥과 설보채를 동시에 읊은 것, 즉, 종신오와 같은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합당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왜? 임대옥은 수중월(水中月), 물속에 비친 달에 비유하고, 설보채는 경중화(鏡中花), 즉 거울에 비친 꽃에 비유했을까?

 

우선 둘 다 실물이 아니라는 점,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둘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경중화는 우선 둘 다 방안에 있는 물건이다. 즉, 거울도 방안에 있고, 꽃도 방안에 있다. 다만, 가보옥이 꽃을 보지않고, 꽃을 만지지 않을 뿐이지, 꽃은 항상 그 방안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중월은 방안에 있지 않다. 그리고, 물은 만질 수는 있겠으나, 달은 잡을 수 없다. 가보옥이 잡고자 하나 잡히지 않는 것이 달인 것이다. 그리고, 물도 만질 수는 있으나 방안으로 옮겨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달이 방안까지 비춰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비춰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