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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분석/중국역사의 철칙

역사의 철칙 - 황종희(黃宗羲)의 철칙

by 중은우시 2005. 8. 30.

소위 "황종희의 철칙"이라는 것은 진휘(秦暉)선생이 2000년 11월 3일자 <<중국경제시보>>에 기고한 <<세금통합식개혁과 황종희철칙>>이라는 글에서 언급한 것으로, 황종희의 역사를 보는 관점에 근거하여 결론적으로 도출해낸 하나의 역사철칙이다. 내용은 역대 황조는 "세금통합방식의 개혁"으로 "농민부담분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는데, 역대로 개혁의 목적은 좋았으며, 개혁자의 원 뜻은 "세금통합"을 통하여 농민부담을 경감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매번 개혁할 때마다, 농민의 부담은 경감되지 않았을 뿐아니라, 오히려 가중되었다는 것이다.

 

이치로 보면 이런 현상은 매우 이상하다. 왕안석과 같은 개혁가는 시문도 잘 썼고, 지혜가 풍부하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중복되는 잘못을 또 저지른 것일까. 중국의 농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이런 것이다. "윗 사람들이 읽는 것은 제대로 된 경전이다. 그러나, 아래의 입이 비뚤어진 중은 경전을 엉터리로 읽는다" 입이 비뚠 중이 경전을 엉터리로 읽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중의 수준이 낮아서 경전을 읽을 줄 모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이 일부러 경전을 엉터리로 읽는 것이다. 보통은 후자의 경우가 많다.

 

오사(吳思) 선생이 말한 <<혈수(血酬)철칙-중국역사중의 생존유희>>(2003년, 중국공인출판사)이라는 책에서는 혈수철칙을 얘기하는데, 황종희의 철칙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혈수라는 것은 "생명을 걸고 얻은 수입" 또는 "생명을 보존하기 위하여 지출하는 대가"라는 의미이다. 명나라 관리들의 녹봉은 아주 낮았는데, 그들이 쓰는데 필요한 비용까지 해서 부수입이 녹봉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오선생이 말하기를 각 황조를 비교하면, 명나라의 관리들의 녹봉은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명나라의 관리들은 낮기는 하더라도 녹봉은 받았지만, 왕망의 시기에는 관리들이 조정에서 돈을 받지 못하였다. 즉, 녹봉이 제로였다.

 

관리들에게 녹봉을 지급하지 않으면, 관리들은 그저 바람이나 마시면서 살 것인가? 자고이래로 바람마시면서 사는 백성은 있어도, 바람마시며 사는 관리는 본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왕망시기의 관리들은 조정에서 녹봉은 지급하지 않지만,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서 해결했다. 여러가지 핑계를 대어 백성들로부터 돈을 긁은 것이다.

 

중국에서 개혁개방을 시행하면서 통상 부딛치는 현상은 "양두열, 중간량(兩頭熱, 中間凉)"(국가지도자와 일반 백성들은 매우 환영하고 의욕에 넘치지만, 중간의 하급관리들은 냉담하고 의지가 없는 것을 가리킴)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패러독스에서 중요한 것은 농민과 관리의 먹이사슬문제이다. 만일 이런 관계를 제거한다면 패러독스는 성립하지 않는다. 혹은 중앙정부에서 농민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관리들에게 보상을 한다든지 하여 농민과 관리가 모두 손해보지 않도록 해주면 "중간"도 냉담하지는 않을 수 있다.

 

왕안석의 변법은 아주 주도면밀하게 계획되었다. 청묘법(靑苗法)과 같은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확실히 농민을 위하여 여러가지로 면밀하게 고려한 것이 보인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방안이 왜 최종적으로는 농민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각급 관리들이 중간에서 장난을 쳐서, 원래는 좋은 일을 아주 망쳐버린 것이다.

 

오선생이 파악한 이런 "숨은 철칙"은 바로 관리들이 중간에서 장난치는 기술을 말한다. 관리들의 장난에는 이런 "숨은 철칙"이 있을 뿐아니라, 어떤 때에는 전혀 기탄없이 하고싶은대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백성들이 말하는 "화상타산 무법무천(和尙打傘, 無法(髮)無天)(중이 우산을 쓰니, 머리카락도 없고, 하늘도 없다. 머리카락(髮)과 법(法)은 중국어로 발음이 Fa(파)로 같으므로 중이 우산을 썼다는 말은 법도 없고 하늘도 없어지게 되는 즉, 무법천지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결국, 이 문제를 살피면서는 두가지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즉, 하나는 중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은 우산을 쓸 수 있다(무법천지로 백성의 고혈을 짜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이 밥을 먹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먹을 밥을 주지 않거나 먹을 밥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산을 쓰게 될 것이다.

 

중국역사상의 많은 변법들이 있었으나, 성공한 것은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집행난"이었다. 좋은 법률도 좋은 정책도 중하층 관리의 손에 들어가면 보통 모양이 바뀌게 된다. 학자들은 항상 중간관리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중간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위층의 문제이고, 표면상으로는 집행난의 문제이지만, 실제상으로는 설계의 문제이다.

 

하나의 좋은 정책을 설계했으면, 동시에 이에 따른 좋은 "노선도(일정표)"도 만들어야 한다. 이 노선도에는 반드시 중이 밥을 먹는 문제와 중이 우산을 쓸 수 있다는 문제도 포함시켜서 작성해야 한다. 이런 "중"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좋은 정책을 만들더라도 사상누각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황종희철칙'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