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이 <<출사표>>에서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현신을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하는 것은 선한이 흥하고 융성하였던 이유입니다. 소인을 가까이 하고 현신을 멀리한 것은 후한이 기울어지고 퇴락한 이유입니다."
간신과 소인은 비록 사람들마다 미워하지만, 중국역사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황실의 멸망, 국가의 재난은 종종 그들과 관련이 있다.
"지록위마"의 조고, "구밀복검"의 이임보, 육적의 동관, 고구, 채경등, 악비를 음해한 진회, 양면삼도의 엄숭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간신이 있는데, 이들을 한꺼번에 모은다면 가히 대군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이들로는 적진을 뚫고 들어가 승리를 따내는데 쓸 수는 없고, 단지 "포위"하는데만 쓸 수 있을 것이다. 황제를 둘러싸서 포위하여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노신 선생이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무릇 "맹인(猛人, 사나운 사람, 권세있는 사람)"의 신변에는 그를 포위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포위하여 물샐 틈도 없게 만들어버린다. 결과적으로는 맹인으로 하여금 사리판단이 흐리고 멍청한 사람으로 바뀌게 하고, 거의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린다. 중국이 여전히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은 바로 포위 때문이다. 이것이 포위의 철칙이다.
포위자는 간신, 소인뿐이 아니다. 여인도 있다. 포사, 달기와 같은...비록 여색망국이라는 말은 과장되고 정확하다고 보기 힘들기는 하지만, 악녀의 역사에서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하나의 자석을 모래사장에 떨어뜨리면 철가루는 즉시 자석의 표면에 달라붙게 된다. 이것은 자석에는 자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둘러싸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장이 존재한다. 여러가지 의도를 지닌 사람들이 권력장으로 들어오고 권력의 중심을 향하여 이동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포위가 생기는데, 중국에서는 권력이 있으면 반드시 포위가 있다. 권력이 클수록 포위도 두텁다.
한 명의 황제 주위에는 삼궁육원의 무수한 궁녀가 있고, 무수한 환관이 있으며, 무수한 시위가 있고, 황제의 친척들이 있으며, 문신과 무장이 있다. 천군만마와 동장철벽이 한 사람의 과인(寡人)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노신 선생은 일찌기 "맹인이 포위를 뚫을 수만 있다면, 중국은 절반 정도는 희망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하나의 "포위신론"이라는 글을 써서 포위를 탈출하는 법을 쓰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고, 결국 그 글은 쓰지를 못하였다.
노신 선생도 범려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가장 총명한 사람의 하나임에도, 권력을 둘러싼 포위를 뚫을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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