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나라의 주왕(紂王)이 즉위한지 얼마되지 않아, 상아젓가락(象牙[竹+快]子)을 깍으라고 명을 내렸다. 이 말을 들은 현신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상아로 젓가락은 도기하고는 어울리지 않으니, 서각(犀角)으로 만든 그릇이나, 백옥(白玉)으로 만든 잔이 필요할 것이다. 옥으로 만든 잔에는 야채나 조악한 곡식을 담을 수는 없으니 산해진미를 담아야 할 것이다. 산해진미를 먹고 나면 더 이상 갈옷을 입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누추한 갈대집에 살지 않으려 할 것이고,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화려한 가마를 타고, 높은 누각에 살려고 할 것이다. 국내에서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외국까지 가서 기진이보를 구하려고 할 것이다.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주왕은 세금을 높이고, 널리 개,말,기물을 거둬들이고,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걸어 숲처럼 만들었다(소위 주지육림). 결국 백성들의 원한이 하늘에 닿고,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자신은 불에 타 죽었다.
기자가 말한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탐욕은 이와 같다. 득촌진척(得寸進尺, 촌만큼을 얻으면 다시 척만큼 얻으려 한다), 득롱망촉(得[阜+龍]望蜀, 농지방을 얻고 나면 촉을 얻고 싶어진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군주의 탐욕은 더욱 무섭다. 왜냐하면 그는 무한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 아무도 이를 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아젓가락의 철칙에서 얻을 수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반드시 "첫번째"가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는 보통은 아주 자잘한 것일 것이다. 상아젓가락처럼. 그러나, 댐이 한번 구멍이 나면 홍수가 바로 덮치게 되는 것이다. 탐관오리를 살펴보면 단지 첫번째 뇌물을 받는 것은 힘들지만, 이후의 일은 자신도 어쩔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의지력이라는게 박약해서, 한번 권력의 보좌에 앉고 아면, 이 첫번째를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둘째, 모든 과정은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진행형이라는 말은 의학용어에서 빌려온 것인데, 예를 들어 암이라고 하면 바로 진행형인 것이다. 계속하여 발전하고, 중단이 없으며, 거꾸로 흐르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은나라 주왕의 주변에 비록 비간이나 기자와 같은 현명한 신하들이 있었지만 이를 막을 수 없었다. 신하의 주청으로 지고무상의 황권을 저지한다는 것은 실효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망하는 것은 순식간"(其亡也忽焉)이라는 것이다. 홍수가 제방을 무너뜨리면 순식간에 천리를 덮는다. 이자성이 북경을 함락시킨 것은 그의 일생에서 최고의 시기였다. 그러나 그 최고의 시기에서 몰락하여 도망가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은나라 주왕이후의 2000여년동안, 주유왕, 진이세, 진승, 왕망, 진후주, 수양제, 황소, 주온, 이욱, 이자성, 홍수전, 장개석등 모두 순식간에 망하였다.
은주왕이 남긴 것은 "절제력이 없는 무한의 권력"이 "무한하게 팽창하는 탐욕"을 만나게 되면 "순식간에 망한다"는 것이다.
이 철칙은 예전에 황염배(黃炎培)선생이 연안의 와동(동굴집)에서 모택동에게 이러한 역사의 철칙을 일깨워줬다고 하여 이 철칙을 "황염배와동의 철칙"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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