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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음식

북경의 노자호(老字號) - 동래순(東來順)

by 중은우시 2005. 8. 26.


동래순의 간판

 

북경의 특색있는 요리를 들자면 북경오리고기 이외에는 솬양러우([水+刷]羊肉, 양고기 샤부샤부)이다. 솬양러우가게로 가장 유명한 곳은 동래순이다.

 

동래순은 회족인 정덕산(丁德山)과 그 형제들에 의하여 시작된다. 정덕산은 하북 창현(滄縣) 사람인데, 부친이 북경으로 와서 조그마한 장사를 시작한다. 식구들은 전부 동직문 바깥의 이리장(二里莊)에 있는 움막에서 생활하는데, 정덕산과 그의 두 동생은 흙을 파서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가다보니, 생계가 곤란하였다. 정덕산은 북경시내로 들어와서 일거리를 찾기 시작한다.

 

광서29년(1903년), 정덕산은 친구에게 손수레를 하나 빌리고, 긴 나무의자와 판을 하나 놓고, 본가의 정기압방(丁記鴨房)에서 돈을 몇푼 빌린 다음에 금방 문을 연 동안시장으로 간다. 북문에서 멀지 않은 곳의 동쪽에 작은 좌판을 벌이게 된다. 그는 손님들이 요청하는 바에 따라 봉자면첩병자(棒子麵貼餠子)와 뜨거운 경미죽([米+更]米粥)을 판다. 이후 좌판을 개선해서 모은 돈으로 지붕을 덮은 후 1906년에 "동래순죽탄(東來順粥[手+難])"이라는 간판을 내건다. 정덕산이 이름을 지으면서 동안시장이 성의 동쪽에 있고, 그가 사는 마을이 동직문바깥에 있으므로 둘 다 "동(東)"자를 취하고 또한 "자기동래(紫氣東來, 상서로운 기운이 동쪽에서 온다)"는데서 "동래"를 취한 후 사업이 순조롭게 되는 것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순(順)"을 덧붙인다. 이로써 "동래순(東來順)"이라는 상호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사업은 그다지 순조롭지는 못했다. 1912년 조곤(曹琨)의 부대가 왕부정과 동안시장을 불태워버리는데, 이 때 정덕산의 작은 죽파는 가게도 불타게 된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친구를 찾아다녀, 광흥목창(廣興木廠)의 장씨성을 가진 사장의 도움으로 불탄 자리에 몇간짜리 기와집을 지어 청진음식점을 짓는다. 1914년, 새로 연 동래순에는 당시 북경성에서 유행하던 양고기 "빠오, 카오, 솬"을 추가하고 정식으로 "동래순양육관(東來順羊肉館)"으로 개명한다.

 

동으로 된 후오구오(신선로처럼 생긴 솥)에 목탄으로 양고기를 끓이는 쏸양러우는 북경에서 겨울에 매우 유행하는 음식이었다. 정덕산은 솬양러우를 동래순의 대표음식으로 삼는다. 그는 솬양러우에서 북경 최고의 음식점으로 만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몇가지 조치를 취한다.

 

첫째, 양고기. 양고기의 육질은 솬양러우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정덕산은 매년 가을에 덕승문 밖의 마전에 있는 양파는 점포로 가서, 내몽고 지닝(集寧)지구의 서오진(西塢鎭)에서 온 꼬리긴 면양으로 골랐는데, 2,3살된 거세한 숫양이나, 한번 출산한 암양으로 골랐다. 그리고는 동직문 바깥에 그가 사둔 땅의 소작인들에게 주어 기르게 하였다. 겨울이 되어 양이 살이찌면 잡아서 동래순에서 썼다. 양고기중에서 솬양러우에 사용하는 것은 상뇌, 삼차, 황과조의 몇가지 부위의 고기이고, 나머지 고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정덕산은 나머지 양고기중에서 주방에서 다른 요리에 쓰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 고기는 팔아버렸다. 이로써 양고기의 품질을 항상 상급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둘째, 주방장. 당시 북경에서 제일 유명한 솬양러우가게는 정양루반장(正陽樓飯莊)이었다. 정양루반장은 전문 바깥의 정양교 서쪽에 있었는데, 거기의 주방장의 양고기자르는 칼솜씨가 유명하였다. 양고기를 깨끗하고 얇게 써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정덕산은 갖은 방법을 사용하여 이 주방장과 연락하고, 많은 돈을 주고 동래순으로 모셔왔다.

 

셋째, 소스. 솬양러우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찍어먹는 소스이다. 동래순에서 사용하는 장과 재료는 모두 백년된 전통있는 가게인 천의성(天義成)이라는 장가게에서 가져왔다. 천의성은 육필거(六必居), 천원(天源)과 더불어 북경의 3대 장가게로 이름있는 곳이었다. 정덕산은 일찌기 천의성의 장맛을 좋아하였는데, 두 가게의 협력관계는 매우 돈독하였다. 이후 천의성에 자금문제가 발생하자, 정덕산이 아예 인수해버린다. 그리고 이름도 천의순(天義順)으로 개명시킨다.

 

이로써 맛좋은 솬양러우를 제공하기 위한 모든 기반이 마련되고, 동래순은 북경 최고의 솬양러우가게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