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태평천국)

태평천국(太平天國) 북벌군의 총사령관은 누구인가?

중은우시 2005. 8. 22. 21:15

태평천국의 난 때, 1853년 5월에 태평천국은 남경(태평천국에서는 天京으로 불렀다)을 점령하여 도읍으로 정한 후에 약2만명의 정예부대를 편성하여 북벌을 감행하였다. 양주(揚州)에서 출발하여 곧장 북경으로 향하여, 청나라의 봉건통치를 철저히 파괴하고, 신생 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북벌군은 청나라 군대의 방어벽을 물리치고, 안휘북부, 하남을 지나 황하를 넘고 산서로 들어가 청나라 조정을 위협하였다. 산서에서 나와 직예(하북성)을 들어와서 천진 바로 아래까지 진출하였고, 당시의 함풍제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 열하(피서산장)으로 도망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소규모의 부대로 적진에 너무 깊숙이 들어갔고, 후속부대의 지원을 못하여 모든 장병이 장열하게 전사하였다.

 

그런데, 이 북벌군과 관련하여서는 누가 총사령관이었는지에 대하여 이론이 있다. 당시 북벌군의 주요한 장군은 이개방(李開芳), 임봉상(林鳳祥), 길문원(吉文元), 주석곤(朱錫琨), 황익운(黃益芸)등이었고, 이들중 총사령관은 이개방이나 임봉상 중의 한 명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개방과 임봉상 중 누가 총사령관이었는지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제대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원인의 하나는 사료의 기재에 의하면 이개방과 임봉상의 순서가 기록마다 일정치 않다는 점이다. 곽정이의 <<태평천국사사일지>>, <<금릉잡기>>, <<기보평적기략>>등의 기록에서는 이개방이 임봉상보다 앞에 기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보평적기략>>에는 "초, 월비 홍수전, 양수청등이 강녕을 침입하고 진강, 양주을 함락시키고, 위승상(僞丞相, 가짜 승상이라는 말로 태평천국의 승상직을 받은 사람이라는 의미임) 이개방, 임봉상, 길문원등이 강을 건너, 포구로부터 안휘, 하남의 두개 성에서 소란을 일으켰다"고 하고 있다. 함풍제 때의 <<동화속록>>, <<대경당일초>>등에는 반대로 임봉상을 이개방보다 먼저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경당일초>>에서는 "..강을 건넌 도적 5명을 붙잡았다...심문을 하니, 적의 두목 임모등이 양주에서 배를 타고 포구에 이르렀는데...약 만여명이다"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료에서는 양자의 이름 순서를 왔다갔다하면서 기록하기도 한다. 이로 인하여 누가 선임이고 총사령관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원인의 두번째는 두 사람의 관직이나 지위가 거의 비슷하여, 아래위를 가리기 힘들고, 누구든지 총사령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현재 역사학계는 두가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하나의 의견은 임봉상이 북벌군의 총사령관임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벌군이 태평천국 계축 3년 5월 16일 주선진에서 남경에 보낸 전황보고에서 첫번째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 임봉상이고, 그 후에 이개방, 길문원, 주석곤의 순서라는 것이다. 또한 계축 3년 4월에 양수청이 북벌군에게 보낸 고유(誥諭)에서도 마찬가지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임봉상과 동시에 체포된 장군 구금(歐錦), 진아부(陳亞夫)등의 자술서에서도 "임봉상이 이개방에게 명하여 고당주를 공격하게 하였다.."는 내용과 "4월에 나는 임봉상, 이개방, 길문왕의 3명의 승상과 황하를 건너..."라는 글도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공식문서에 기재된 순서에서 임봉상이 빠르므로 임봉상이 총사령관이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른 의견은 북벌군의 총사령관은 이개방이라는 것이다. 첫째는 이수성이 지은 천조십오(天朝十誤, 태평천국의 10가지 잘못이라는 의미)의 첫번째 3가지를 "하나의 최대 잘못은 동왕이 이개방, 임봉상에게 북벌을 명하였는데 패망의 큰 잘못이었고, 하나의 잘못은 이개방, 임봉상의 북벌실패후, 승상 증립창, 진사보, 허십팔로 하여금 구원하게 하였는데, 임청에서 패한 것이고, 하나는 정입창등이 임청에서 패배한 후, 이개방, 임봉상을 구하지 못하고, 연왕 진일창이 다시 병사를 이끌고 구원하러 갔으나, 서성 양가점에서 패배한 것이다"라고 하여 세번이나 이개방을 임봉상보다 앞에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태평천국의 정권을 장악했던 홍인한이 쓴 자술서에서도 역시 이개방을 임봉상보다 먼저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임술12년 태평천국이 북벌군의 장수들을 왕에 봉하는데, 이개방은 "전전춘계전찰천군정천부조강청왕합천세"이고, 임봉상은 "전전춘계전찰천군정천부조강구왕협천세"이다. 그런데, 관직의 서열로 보면 이개방이 임봉상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여기에 언급된 자료의 기재는 모두 정확하고 믿을만한데, 왜 서로 모순되는지에 대하여는 잘 알 수가 없다. 이개방과 임봉상의 두 사람중 누가 총사령관인지에 대한 것도 역시 수수께끼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