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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잡학/유머와 잡설

기효람(紀曉嵐)과 관련한 이야기

by 중은우시 2005. 8. 21.

기효람은 중국 건륭제때 유명한 인물이다. 그와 당시의 권신 허션(和)과의 사이에는 여러가지 지혜다툼에 관한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천재로 이름났으며, 여러가지 얘기거리를 남기고 있다.

 

1.

 

기효람이 어릴 때, 하루는 거리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고 있는데, 마침 태수(太守)가 지나갔다.

공교롭게도, 공이 태수가 타고가는 가마 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겁이나서 사방으로 도망첬는데, 기효람은 가마 앞으로 가서 공을 달라고 청했다.

태수는 아이가 총명하고 영리한 것을 보고 "내가 싯구를 하나 낼 테니, 만일 네가 댓구를 맞추면 공을 너에게 줄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공은 내것이다. 괜찮겠느냐?"라고 하였다.

기효람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였다.

태수가 먼저 댓구를 냈다.

 

童子六七人, 唯汝狡 (어린 아이 6,7명 중에서, 오로지 너만 교활하구나)

 

기효람이 바로 대답을 했다.

 

太守二千人, 獨公... (태수 2천명중에서, 오직 공께서....)

 

그런데, 끝 글자를 하나 말하지 않고 있었다.

기효람은 "태수께서 만일 공을 저에게 돌려주시면 마지막 글자는 "염(廉, 청렴하구나)"이 될 것이고, 만일 공을 돌려주지 않으신다면 바로 "탐(貪, 탐욕스럽구나)"가 될 것입니다.

태수가 웃으면서 공을 돌려주었다.

 

2.

 

하루는 6살된 기효람이 집에서 놀고 있었다.

부친이 와서, 학당에 가서 형에게 집에와서 밥먹으라고 전하도록 하였다.

기효람이 대답하고, 학당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고 보니, 형이 고개를 숙이고 손은 내려뜨리고 선생님 앞에 서있었다.

그는 "형, 빨리 집에 와서 식사하세요"라고 하였다.

형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가 아무 말도 안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기효람은 형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달려가 형의 팔을 끌어당겼다.

이 때 선생이 "잠깐만, 네 형은 지금 벌받는 중이다"

기효람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왜죠?"

선생은 말했다. "내가 문제를 냈는데, 내가 낸 싯구에 네 형이 답구를 내지 못했기에 내가 벌을 내리는 것이다."

기효람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아. 원래 그랬군요. 선생님, 제가 형을 대신해서 댓구를 내면 안될 까요?"

선생은 기효람이 겨우 대여섯살된 어린아이인 것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좋다. 그러나 댓구를 내지 못하면, 너도 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 괜찮으냐?"

기효람은 대답했다. "좋습니다. 댓구를 내십시오"

선생은 진짜 댓구를 내려고 하는 것을 보고 깊이 생각해서 댓구를 냈다.

 

위초편석석개위(葦草編席席蓋葦) 갈대풀로 깔개를 짰는데, 깔개는 다시 갈대를 덮고 있네.

위와 석, 석과 위가 교묘하게 섞여 있어 쉽지 않은 댓구였다.

 

기효람은 마침 농부가 소를 채찍으로 몰고가는 것을 보고는 댓구를 내었다.

 

우피녕편편타우(牛皮鞭鞭打牛) 소가죽으로 채찍을 꼬았는데, 채찍은 다시 소를 때리네.

우와 편을 이용해서 교묘하게 같은 식으로 댓구를 내었다.

 

선생은 이를 듣고 크게 놀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아. 이렇게 반응이 빠르다니. 역시 신동이로고." 하면서 형과 기효람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3.

 

기효람이 신동으로 이름이 난 후에 한번은 학당의 스승이 그를 불렀다.

"효람. 너는 신동으로 이름이 났는데, 오늘 한분이 너를 찾아왔다. 너에게 댓구를 내서 시험을 할텐데, 해보겠느냐?"

기효람은 스승의 말을 듣고,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효람이 스승의 방에 들어가니 마른 선비 한 분이 앉아 있었는데, 태도가 오만하였다.

"네가 진짜 신동인지 가짜 신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댓구를 하나 낼 테니 네가 답구를 낼 수 있겠느냐?"

기효람은 "선생의 가르침을 기다리겠습니다"

선비는 댓구를 내었다.

 

이원벌만수, 간소후자여하하거(二猿伐彎樹, 看小子如何下鋸)

두 원숭이가 굽은 나무를 베고 있는데, 어린 원숭이가 어떻게 톱질하는지 보겠다.

 

하거와 하구(下句)는 발음이 같으므로, 다음 댓구를 어떻게 내는지 보겠다는 것과 더불어, 기효람을 소후자(어린 원숭이)로 놀리는 글이다.

 

어린 기효람은 기분이 상해서 조금 생각한 후 다음과 같은 댓구를 내었다.

 

일마리니전, 초로축생즘양출제(一馬犁泥田, 老畜生樣出蹄)

한마리의 말이 진흙밭에 빠졌는데, 늙은 짐승이 어떻게  발을 빼는지 보겠다.

 

출제와 출제(出題)가 발음이 같으므로 늙은 짐승이 어떻게 문제를 내는지 보겠다는 취지이므로, 선비를 늙은 짐승이라 욕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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