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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무협소설

묘족(苗族)과 고독(蠱毒)

by 중은우시 2005. 8. 7.


전통복장을 한 묘족 여인

 

 

무협지를 읽다보면 고독(蠱毒)에 관한 얘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데, 그와 관련된 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묘족들이 사는 편벽한 곳에서는 만일 어린아이가 입안에 혓망울이 생기면 어미는 침으로 혓망울을 찌르면서, 한편으로 "고를 썼군, 고를 썼어. 모가지에 칼을 맞을 놈. 누구 짓인지 난 안다. 만일 빨리 회수하지 않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소리친다. 또 물고기를 먹다가 물고기뼈가 목에 걸리면, 어미는 아이에게 계속 씹고 밥을 먹어서 가시를 삼키게 한 후에 아이를 시켜 대문 앞에서서 고를 쓴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누구 누구 집안에 고가 있다. 그녀가 나에게 고를 썼다. 난 안다. 만일 빨리 회수하지 않으면 내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그집 문앞에 똥을 뿌릴 것이고, 돌로 지붕을 부숴버리겠다. 모두 들으시오 저 집에 고가 있으니, 아들이 있는 집은 그 집 여자를 받아들이지 말고, 딸이 있으면 시집보내지 마시오"라고 원한과 분노에 차서 소리지르게 한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고를 쓴 사람이 무서워서 스스로 고를 회수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묘족들은 고를 보통 "초귀(草鬼)"라고 부르고,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고는 여자의 몸에 붙어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초귀파(草鬼婆)"라고 부른다. 어떤 묘족학자는 조사를 한 끝에 묘족은 거의 모든 민족이 고를 믿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지방에 따라 믿는 정도의 경중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돌발적인 증세뿐만 아니라 치료가 힘든 만성 기침, 각혈 또는 안색이 검고 몸이 마른 것등이나 내장이 좋지 않은 것, 복부팽만, 식욕부진등의 증상들도 전부 고가 들었다고 생각한다. 돌발적인 증세는 "동네사람들에게 소리치는" 방식으로 고를 쓴 사람이 스스로 거둬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만성인 경우에는 무당을 불러 독을 몰아내는 술법을 행하여야 한다. 고를 두려워하는 것은 묘족만의 현상은 아니다. 고술은 중국고대의 강남지구에서도 널리 유행한 적이 있다. 최초에 고는 그릇안에 자라는 벌레를 의미하였는데, 후에는 곡물이 부패하며 생기는 나방이나 기타 물질이 변질되어 생기는 벌레도 고라고 불렀다. 옛사람들은 고가 신비막측한 성질과 독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으며, 그래서 고독이라고 불렀다. 고독은 음식을 통해 인체내에 들어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고독에 중독되면 사람은 귀신든 것처럼 정신이 나간다고 한다. 진나라이전에는 고충(蠱蟲)은 자연적으로 생장한 신비로운 독충으로 생각했으나, 장기간 고독에 대한 미신이 발전하면서 관념과 방법이 발전하였다. 학자들의 고증에 의하면, 전국시대 중원지구에는 이미 고독으로 사람을 해하는 방법의 사용과 전수가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전설에서 말하는 독고(毒蠱)를 만드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의 극독을 가진 독충들 예를 들어 사갈, 석갈등을 하나의 그릇안에 넣어놓고 서로 잡아먹고 죽이게 한 후에 최후에 유일하게 살아남는 독충이 바로 고라는 것이다. 고의 종류중 영향이 비교적 큰 것은 사고(蛇蠱), 견고(犬蠱), 묘귀고(猫鬼蠱), 갈고(蝎蠱), 하마고(蛤막蠱), 충고(蟲蠱), 비고(飛蠱)등이 있다고 한다. 비록 고는 표면상으로는 유형의 것이지만, 자고이래로 고는 날아다니고, 변환하고, 빛을 내며, 귀신처럼 흔적없이 오가는 신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를 쓰는 사람은 법술을 이용하여 멀리서 고충을 조종해서 시술대상에게 들어가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죽게 한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를 믿었는데 송나라 인종은 1048년 일찌기 고를 치료하는 방법을 적은 <<경력선치방>>이라는 책을 간행하였다. 심지여 <<제병이후론>>, <<천금방>>, <<본초강목>>과 같은 의학서에서도 고에 중독된 증상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치료방법을 기록하고 있다.

 

묘족의 관념세계에서, 고에는 사고, 와고, 마의고, 모충고, 마작고, 오귀고등의 유형이 있다. 고는 고가 있는 사람의 몸에서 번식하는데, 먹을 게 없으면 고가 있는 사람(蠱主)을 공격하여 먹을 것을 얻는다고 하며, 고주가 견디지 못하여 고를 방출하면 다른 사람을 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를 보낼 때, 고주가 마음 속으로 "어디로 가서 누구를 찾아가서 먹어라. 나에게 달라붙지 말고"라고 하면 고는 바로 그 사람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혹은 수십미터 밖에서 손톱을 암암리에 한번 튕기면, 고는 날아서 그 사람에게 간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고가 어떤 사람을 잘 보면 그를 사랑하고, 그의 주인으로 하여금 그사람에게 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안해주면 고는 주인의 목숨을 뺏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고주는 부득이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묘족의 민간에는 이런 독을 보내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를 가진 모친이 있었는데 ,고가 그의 아들을 잘 보았다. 그러나 어미는 당연히 그의 아들에게 고를 보내고자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는 그녀를 너무나 괴롭혔고, 방법이 없어 고를 아들에게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모친이 고와 이런 말을 할 때, 마침 며느리가 그 얘기를 바깥에서 듣고 있었다. 며느리는 얼른 마을바깥에 나가서, 남편이 풀을 베고 돌아올 때 이 일을 그에게 얘기하고, 어머니가 삶은 달걀을 줄텐데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말을 마친 후 며느리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 큰 솥에 물을 끓였다. 아들이 돌아오자, 어미는 계란을 꺼내서 아들에게 먹으라고 하였다. 며느리가 와서 계란이 차가우니 좀 데워서 먹자고 하고는, 솥뚜껑을 열고 삶은 달걀을 끓은 뜨거운 솥 안에 넣고는 솥뚜껑을 꽉 눌렀다. 솥 안에서 어떤 물건이 발악을 하고 움직이는 게 들렸고, 한 참이 지나자 조용해졌다. 솥뚜겅을 열고 봤더니 한 마리의 큰 뱀이 끓는 물에 삶겨져 죽어 있었다.

 

고를 보내는 방법은 당연히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허황된 말이다. 고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여러가지 말은 있지만, 아무도 본 적은 없다. 결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비록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묘족의 일부 부녀는 이런 관념에 의해 해를 입고 있다. 사람들이 "고"는 단지 여자만 가지고 있고, 여자의 몸에만 붙어있을 수 있고, 여자에서 여자로 전해지고, 남자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고를 가진 여자와 마음이 맞아 부모의 동의없이 결혼한다면, 다음 세대의 여자들은 어미로부터 고를 물려받게 되고 대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문으로 된 전적에서는 고를 쓰는 사람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은데, 왜 묘족들은 여자들만 고를 가진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것은 한족과 묘족의 문화전통이 다르다는데서 오는 것같다. 한족의 무속신앙에서는 정사의 구분만 있지, 남녀의 대립은 없다. 그러나 묘족등 남방소수민족에서는 모권제가 부권제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상의 남녀간 성별대립이 비교적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런 대림은 무속신앙중에서 정통의 지위를 차지한 남성 무속인이 사회질서를 지키는 일방이 되고, 모계사회에서는 통치지위를 가졌던 여성 무속인은 질서의 파괴자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 일체의 남성 무속인인 해석할 수 없거나 해석이 곤란한 천재지변이 있으면 이것을 모두 여성 무속인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자만 고를 가지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생겨난 것이다.

 

고를 쓰는 것은 목숨을 해하는 엄중한 범죄활동으로 여겨졌으므로, 역사적으로 고를 쓰는데 대하여는 엄하게 처벌하였따. <<한율>>에는 "고를 쓰거나 사주한 자는 기시(棄市, 죽여서 저자거리에 버리는 형)에 처한다"는 조문이 있다. 당송에서 명청에 이르기까지의 법률은 모두 독고를 쓰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의 하나로 열거하고 극형에 처하였다. 관부에서 고독을 사용하는 자에 대한 처벌은 극히 잔인하였다. 명나라의 광로에 따르면 장족지구에서 독을 쓰는 여자를 잡은 후에는 그 몸을 땅에 묻고, 단지 머리만 바깥에 나오도록 한 다음에, 고를 쓰는 여인의 머리에 촛농을 붓고 불을 붙여 태워 죽인다고 되어 있다. 묘족지구에서 독을 쓰는 것으로 여겨지는 여인은 모두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비난을 받으며,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게 되어, 심지어 한을 품고 죽는 경우까지 이른다. 고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집안은 멸시와 모욕을 당하며, 친구들조차 왕래를 꺼린다. 어느 입에 환자라도 생기면 무속인은 고에 당했다고 하고, 그렇다면 병을 가진 사람은 고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을 향해서 욕을 퍼붓는 것이다. 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은 그냥 참고 있어야 한다. 만일 항의라도 하면 이것은 공개적으로 자기 집안에 고를 가졌다고 얘기하는 꼴이 되므로 억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묘족은 대부분 편벽한 지방에 살고 있고, 의학지식이 낙후되어 있으며 많은 질병을 제대로 고치지 못하였다. 치료가 안될 때마다 고에 모든 책임을 돌렸다. 중화민국시절에 상서(湘西)에서 어떤 한인(漢人)이 군대에서 고위직에 있었다. 그런데 복부팽만의 괴병에 걸렸든데, 팽창할 때마다 뱃곳에 어떤 물질이 움직이는 것처럼 여겨졌다. 몇명의 의사를 불렀지만, 수준이 낮아서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웃의 묘족여자의 탓으로 돌려졌다. 결국 묘족여자를 매달아서 욕을 하고 형을 가하여,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묘족부녀의 남편은 무서워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다른 의사의 진료를 받아 복부팽만증은 약을 몇번 먹은 후에 바로 치료되었다. 가여운 묘족 여인은 하마터면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할 뻔 하였던 것이다. 의사의 확인으로 이 여인은 누명을 벗었지만, 얼마나 많은 묘족 여인들이 누명을 쓰고 죽었을 것인가.

 

묘족지역에서는 고파(蠱婆)를 들먹이며 욕하거나 개인원한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경우에는 바로 싸움이 일어난다. 묘족은 고에 대해 얘기하면 얼굴색이 변하며, 특히 결혼시에는 가장 금기되는 사항이다. 자녀의 결혼얘기가 나오면 쌍방 부모는 암암리에 상대방에 대하여 자세히 조사하고 그 집안이나 친척중에 고를 가진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만일 상대방집안에 고를 가진 사람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핑계를 대어 완곡히 거절한다. 이로 인하여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비극을 맞이한 경우가 있다. 어떤 젊은 여자가 고독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결함이 있거나 가난한 집안의 남자에게 시집갈 수밖에 없다. 어떤 젊은 여자들은 이로 인하여 자살하기도 한다. 고를 가진 집안과 결혼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묘족지구에서 집안내의 결혼을 하게 만들고 결국은 친척간에 결혼함으로써 사람의 소질이 점점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술이라는 고루한 습속이 묘족사회에 엄청나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고, 많은 묘족학자들은 고에 대한 미신을 뿌리뽑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물론 묘족지구에도 과학문화와 지식이 보급되고, 의료수준이 올라가면서 고술에 대한 미신이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