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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송사

육유(陸遊)와 당완(唐琬)에 얽힌 이야기(II)

by 중은우시 2005. 5. 30.

당완은 육유가 심원의 벽에 써 놓은 차두봉을 읽은 후, 같은 제목으로 차두봉을 지어 심원의 벽에 써놓게 된다. 그리고는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등진 것으로 알려진다.

 

世情薄,

人情惡,

雨送黃昏花易落.

曉風幹,

淚痕殘,

慾箋心事,

獨語斜欄.

難!難!難!

 

人成各,

今非昨,

病魂常似秋千索.

角聲寒,

夜란珊,

파(心+白)人尋問,

嚥淚裝歡.

瞞!瞞!瞞!

 

세상 인심은 각박하여라

사람 인심도 모질기도 하여라

황혼녂에 비까지 내리니 꽃이 쉬이 떨어지겠구나.

아침 바람에 비는 말랐는데,

눈물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네.

글을 써서 마음속의 일을 말하고 싶어도

난간에 기대어 혼잣말을 할 뿐이다.

어렵군, 어렵군, 어렵군.

 

사람은 서로 헤어져 남이 되고,

오늘은 어제와 같지 않은데.

병든 몸은 언제나 그네줄처럼 흔들려

호각소리 차갑고

밤도 다 지나가는데.

누가 찾아와서 물어볼까 두렵구나.

눈물을 삼키고 억지웃음이라도 지어야 하니까.

속여라, 속여라, 속여라.

 

이 글을 보면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져 살아야 하는 애절함이 잘 나타나 있다. 세상인심이나 사람인심이나 각박하고 모질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고, 황혼녁은 청춘이 다 지나가고 있는 나이를 말한다고 봐야 할 것이고, 꽃이 쉽게 떨어진다는 것은 여인으로서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곧 끝나게 될 것을 의식한 것라고 봐야 할 것이다. 간밤에 내린 눈이야 아침 바람 한번이면 말라버리지만, 눈물흔적은 아침 바람 정도로 없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눈물 흔적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리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글이라도 써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난간에 기대서 혼잣말로 중얼거릴뿐. 세상사는 것이 이렇게 어렵구나, 어렵구나...하고.

 

사람은 각각 헤어져서 서로 남이 되었고, 각자 새로 배우자를 가지고 있으며, 예전에 함께있던 그때와 헤어진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스스로가 그네줄처럼 느껴지는데, 그네줄은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사람이 타거나 밀 때만 움직이고, 스스로의 의지에 의하여 멈출 수도 없고, 항상 다른 사람이 타는대로 따라서 움직이는 꼴이 자신의 신세와 닮았다고 한탄하고 있다. 그렇게 한탄하면서 온 밤을 꼬박 세우고 있다보니 시간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차갑게 느껴진다는 것은 호각소리가 들리는데 새벽바람이 차다는 것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곧 아침이 올 것인데, 날이 밝는 것이 오히려 두렵다. 밤에는 혼자 생각도 하고 그리워하고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는데, 낮이 되어 누가 찾아오면, 눈물을 삼키고 억지로 웃음이라도 지어 행복한 척해야하는 신세이다보니..오히려 낮보다는 아무도 없는 밤이 정겹게 느껴진다. 낮에는 억지웃음이라도 지어서 세상사람을 속일 수밖에 없다. 슬프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