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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스포츠

리웨이칭(李維淸)이 신진서(申眞諝)에게 역전당한 원인은 무엇일까?

by 중은우시 2023. 5. 18.

글: 후야오위(胡耀宇)

 

2023년 5월 8일, 제1회 취저우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 8강전.

중국기사 리웨이칭이 아주 유리한 국면에서, 한국기사 신진서에게 역전당했다.

이 바둑은 리웨이칭 본인이건 여러 바둑팬이던 모두가 아주 아쉬워한 한판이다.

그렇다면, 리웨이칭은 왜 그렇게 유리한 형세하에서 신진서에게 역전당하게 되었을까?

결과는 이미 지나갔지만, 거기의 문제는 우리가 검토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같은 잘못을 다시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바둑은 내가 전판을 라이브로 해설했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리웨이칭이 여러번 승기를 놓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근원을 따져보면 한 수때문이다.

그럼 그 한수는 무엇이고, 그 배후의 동기와 원인은 무엇일까?

아래에서는 필자의 견해를 여러분들과 나눠보고자 한다.

 

제1장: 리웨이칭의 백144는 신진서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했다.

이 바둑은 신진서가 초반에 좌하귀에서 제대로 두지 못하여, 계속 수세에 몰려 있었다. 이때 그는 고주일척(孤注一擲, 남은 것을 모두 걸다)하여 전력으로 백대마(삼각형표시)를 공격했다. 만일 리웨이칭이 백대마를 잘 처리한다면 흑은 전체적으로 실리가 부족하다(백에게는 A의 자리를 젖히는 수가 있다. 그래서 흑B로 끊는 것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리웨이칭은 이때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초읽기과정에서 냉정하게 백144의 좋은 수를 두었다. 이 수는 시간공격을 하고 있던 신진서를 순간 멈칫하게 만들었다. 

 

신진서는 비록 아직 초읽기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에게 남은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치대로라면 아껴서 써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 한참동안 생각한다. 왜 그랬을까?

 

왜냐하면 리웨이칭의 백144는 신진서를 아주 괴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둑팬들이 얼핏 보면, 흑1로 호구를 치면 이 백대마는 1집도 없다, 퇴로도 흑에 막혀 있다. 그러면 백대만는 끝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백은 흑의 모양상의 헛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1로 끊은 후, 백3으로 선수하고 다시 백5로 끊으면, 우변흑모양의 약점을 이용하여 흑돌(세모)을 갈라칠 수 있다. 

 

비록 흑8로 이으면, 백은 여전히 한집도 없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흑돌(세모)과 흑돌(동그라미)의 포위망에 헛점이 드러나 보인다는 것이다.

백1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흑의 중앙포위망을 찢어버리게 된다.

 

이에 대하여 흑이 만일 B로 이으면 백은 A로 이은 후 흑의 포위망이 돌파되고, 다시 백돌을 포위하기는 아주 어렵게 되었다.

 

흑이 만일 A로 끊으면 백1과 백대마는 둘로 나뉜다. 그러나, 이전에 우리가 말한 백돌(세모)과 흑돌 5개(세모)의 역할이 드러나게 된다.

흑1,3으로 억지로 백돌을 봉쇄하려고 하면, 백4로 젖혔을 때 흑의 모든 희망은 깨져버린다.

 

이에 대하여 흑5로로 끊을 수밖에 없는데, 흑돌5개(세모)의 뒷수가 메워져 있는 관계로 백6으로 나가면 흑은 수가 없다(흑이 A로 젖히면, 백은 B로 잡을 수 있다)

이상의 분석을 보고나서, 다시 리웨이칭의 백144수를 보면, 왜 신진서가 시간공격을 멈추고 장고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일 흑A를 두어 백돌을 억지로 잡으러 가면, 백대마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클 뿐아니라, 즉시 판이 끝날 것이라는 것을. 다만 만일 그가 B로 이어서 방어하고, 백대마가 C의 위치에 돌을 놓아 이어가게 한다면, 흑의 우상공격계획은 실패로 끝난다. 이는 그의 원래 불리하던 국면에 설상가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두 선택은 모두 자그마한 승기만 남긴다. 그러나 신진서는 승리를 쟁취하기 이하여,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승산이 더욱 큰 길을 계속 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신진서는 어느 길을 선택했을까? 계속 보기로 하자.

 

제2장: 신진서의 흑145는 도박을 건 것이다.

4년전의 신진서였다면, 아마도 백148에 두어 직접 잡으러 갔을 것이다. 옥쇄(玉碎)할지언정 와전(瓦全)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그러나 지금의 신진서는 약10분간 고민한 후에(당시 그에게 남은 시간은 15분가량이었다), 흑145로 잇는 것을 선택한다. 백이 146으로 살아가게 놔준 것이다.

 

비록 이 길도 희망은 묘연하지만.

 

왜냐하면 백대마는 살아갔을 뿐아니라, 하변의 백돌(세모)들과 진세가 합쳐지면서, 중앙의 흑돌(세모)이 우변으로 연결되는 길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흑돌(세모)이 오히려 고립되었다. 더욱 곤란한 것은 전체 판에서 흑은 실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흑은 자신의 돌의 두터움은 신경쓸 겨를이 없다. 하변 백진을 모조리 깨버려야 겨우 승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목표는 달성하기 너무 어렵다.

 

당시 라이브해설을 하던 나는 신진서가 145로 리웨이칭의 돌을 살아가게 해주는 것을 보고, 제1감은 흑이 너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다만, 신진서가 흑145를 선택한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후속수단이 있었다.

 

계속 보도록 하자:

흑149, 151은 신진서의 최후의 버팀이다. 

 

이 두 수가 바로 흑145(흑A)로 꾹 참은 이유이다.

 

비록 흑 자신의 돌들(세모)이 너무 엷고, 여전히 흉다길소(凶多吉少)하지만, 그는 하변싸움에 승부를 걸었다. 리웨이칭이 실수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웨이칭은 왜 실수할 가능성이 더 많을까? 아래에서 내가 라이브해설할 때 나의 심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얘기해보겠다. 그러면 아마도 여러분들이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3장: 리웨이칭의 152는 대의실형주(大意失荊州, 관우가 소홀히 생각하여 형주를 잃었다는 뜻임)이다

내가 라이브해설할 때 가장 신경이 곤두섰던 순간은 신진서가 흑145를 놓기도 전이었다.

 

왜냐하면 비록 나는 흑이 억지로 백을 잡으러가는 것이 어렵다고 여겼지만, 어쨌든 이곳은 백대마의 생사와 관련이 있어서, 전력을 다해서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진서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그의 강수를 놓칠까봐.

 

그러나 내가 신진서가 145로 물러서서 백을 살려주는 것을 보고난 후에는 마음을 완전히 놓았다. 마음 속으로 이제 안전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진서가 149, 151의 두 수를 둘 때, 비록 나는 그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고 여겼지만, 백대마가 살아나와서 최대의 근심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에, 백이 대응하는데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전에 대마생사가 걸린 싸움을 볼 때처럼 긴장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당시 제1감으로 백152로 흑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나는 이 바둑을 라이브방송하면서 가장 긴장을 푼 상태가 되어 있었다. 마음 속으로 이제는 더 이상 변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너무 일찍 마음을 놓았던 것이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나중에 리웨이칭과 이 바둑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생각도 나와 같았었다는 것이다:

 

"당시 흑은 이미 끝났다고 여겼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느슨해져 있었다."

 

고수간의 대결에서, 가장 겁나는 것은 위험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자신은 아주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신진서는 거기에 도박을 걸었다.

 

당시 나와 리웨이칭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백152는 그냥 보기에는 필연적인 젖힘으로 보이지만, 이미 국면에 혼란이 나타나고 있었다. 

흑이 151로 마늘모했을 때, 백152로 먼저 젖히고 다시 백154로 단수친 후  다시 백156으로 두는 수법이 머리 속에 순간 들었다. 나는 이렇게 두면 백의 바깥이 두터워서, 백152는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흑A로 만일 152를 잡으면, 백B로 는다. 흑C로 건너가면 비록 실리는 조금 얻지만, 백은 바깥이 두터워지기 때문에 D로 가볍게 끊기만 해도 중앙의 흑3점은 백이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리웨이칭은 모두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진서의 이어진 수단이 의외로 날카로웠다!

신진서가 흑159, 161로 끊을 때, 내가 라이브해설할 때의 제1감은 흑이 안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고나니 돌연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하변전투의 중점이 하변이 아니라 중앙에 있다고 생각했다면, 신진서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실전에서 신진서가 흑159,161로 둔 의도는 흑돌4개(세모)을 버리고, 좌하 백돌몇개(동그라미)를 끊는 것이다. 그후에 A에 두어서 뿌리까지 끊어 모두 잡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흑돌(세모) 몇개는 백돌을 포위하는 지원군이 될 수 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전의 백152(세모)로 젖힌 것이 너무 신중하지 못했고, 신진서의 함정에 걸려든 것이라는 것을.

 

그후 실전진행을 보면, 리웨이칭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진서는 흑161로 끊은 후, 백162로 흑돌 4점을 잡자, 흑163, 165로 이어와서 좌하의 백돌 몇점(동그라미)을 끊어버렸다.

 

흑167이 선수이므로(백은 168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168로 서면, 백의 하변 돌(세모)이 오히려 잡히게 된다), 흑169로 이은 후에는 백의 몇개 돌(동그라미)는 완전히 포위되었다.

 

여러분들이 주목해야할 것은 이전에 중앙의 흑(세모) 몇 개가 이번 좌하백 몇 개(동그라미)를 잡는 전투에서 모조리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먼저, 흑돌 3개(세모)는 좌하백돌을 포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백이 도망칠 수 없었고, 그저 흑과 대마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국부적으로 백1, 3으로 두고 다시 5로 이은 것은 최강수법이다.(백5로 잇지 않으면, 흑이 A로 나가면서 백돌 2개(세모)을 잡을 수 있다. 흑은 국부적으로 이미 서로 완전히 연결되어 버린다)

 

백5로 집 하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국부적으로 흑이 백을 잡을 수 없다. 다만 우리가 보는 것은 흑6으로 이어간 후 흑돌 1개(동그라미)가 그 역할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흑8, 10으로 젖혀이은 후, 흑돌 4개(네모)가 역할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흑대마는 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원래 흑에게 부담이었던 흑돌 3개(세모), 흑돌 1개(동그라미), 흑돌 4개(네모)가 이때 완전히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바둑의 변화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전에서 리웨이칭도 이 변화를 보고 있었다.

흑이 169로 이은 후, 리웨이칭은 좌하 백 8개(동그라미)가 이미 잡혔다는 것을 르깨닫는다. 어쩔 수 없이 백172로 흑 5개(네모)를 잡아 하변전투의 손실을 메워야 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원래 하변은 백이 두터워서 집을 만들 잠재력이 풍부했고, 흑돌 3개(세모)는 아주 엷은 상태였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흑이 백돌 8개를 먹고 백은 흑돌 4개를 먹는 교환이 일어났다. 이 교환은 실리적으로 흑돌이 백돌보다 10집가량 더 취했을 뿐아니라, 관건은 흑돌 몇개(세모)는 현재 좌하의 백대마를 잡은 후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변전투에서 리웨이칭은 참혹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의외로, 리웨이칭이 이처럼 참혹한 손실을 입었는데, 형세는 여전히 미세한 끝내기승부가 되어 있었다.

 

이를 보면, 당초 신진서의 151 마늘모(흑A)떄, 리웨이칭이 얼마나 우세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만일 시간을 신진서가 151의 마늘모를 두었을 때로 되돌린다면, 리웨칭은 어떻게 간명하게 두어야 했을까?

기실 신진서의 흑151은 기세등등해보였지만, 이미 거대한 헛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백대마(세모)가 흑이 공격하는 대상으로 보였지만, 각도를 바꾸어 이 국면을 살펴보면, 백대마(세모)가 흑돌을 둘러싸고 있기도 하다. 

 

백1로 느는 것이 선수이다. 흑은 2로 반드시 이어야 한다. 이때 백3으로 뚫으면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된다. 이렇게 되면, 흑돌 몇개(세모)는 백의 포위망에 갇히고, 지리멸렬한 상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3에 대하여, 흑의 최강의 응수는 A로 뚫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백B이후 백F까지 두면, 우변의 백대마(세모)는 수가 많아서, 흑돌 몇개(세모)가 도저히 싸울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리웨이칭이 이때 공수각도를 전환해서, 수비가 아니라 공격을 했더라면, 간명하게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왜 나와 리웨칭이 모두 집단적으로 '실명(失明)'했을까?

 

마지막으로 최종분석을 보도록 하자:

 

최종결론은 이러하다:

 

본문의 첫머리에 신진서는 극도로 불리한 상황하에서, 고주일척하여 우상의 백대마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다만 리웨이칭은 144의 좋은 수로 대마를 살려냈다. 그리하여 신진서의 대마공격은 실패로 끝난다. 그리고 그는 흑145떄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첫째, 직접 백148로 두어 백대마를 잡으러 간다. 그러나 잡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클 뿐아니라, 즉시 바둑이 끝났을 것이다.

둘째, 백대마가 살아가도록 놔둔다. 이렇게 하면 흑의 대마공격이 실패로 끝나고, 원래 불리했던 국면은 설상가상이 된다.

 

이 두 가지 길이 보여주는 것은 모두 승기가 묘연하다는 것이다. 다만 신진서가 이기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그 중에서 리웨이칭이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더욱 큰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실전에서 신진서가 흑145를 선택하여 백대마를 살려주게 된다. 기술적인 각도에서 보자면, 백대마가 이미 안전해졌기 때문에, 리웨이칭이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더욱 줄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진서는 도박을 다른 길에 건다. 즉 리웨이칭이 긴장을 늦추고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에 건 것이다.

 

내가 라이브해설할 때의 느낌으로 보면, 원래 백대가가 살아가기 전에는 매우 긴장해 있었다. 그러나 돌연 대마가 살아간 것을 보자, 원래 긴장되었던 마음이 완전히 풀어져 버렸다.

 

그리하여, 신진서가 흑149, 151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내놓을 때, 나와 리웨이칭은 백152의 수를 생각할 때 너무 신중하지 못했었다. 한편으로 흑159, 161로 끊는 수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랐고, 그리하여 백돌 몇 개(동그라미)가 잡히는 엄중한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흑157의 자리로 늘어두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백이 156의 자리에 이은 후에 다시 A의 자리에 두어 흑을 역공했할 수 있었는데.

 

후자는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수법이다. 그랬다면 간명하게 이 판을 이길 수 있었다. 기술적인 각도에서 보자면, 찾기 어려운 수도 아니다.

 

그러나, 어려운 점은 바로 정신적으로 이미 느슨해지고 마비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흑을 역공할 생각이나 박력을 잃었던 것이다. 

 

신진서의 흑145는 이것을 노린 것이다. 실전결과로 보면 그는 제대로 승부수를 걸었다.

 

아마도 흑145로 백대마를 살려주게 되면, 백이 정신적으로 느슨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바둑승부사로서, 바둑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면, 조그만치의 느슨함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하물며 상대방이 신진성임에야. 이 바둑에서 149, 151의 승부수가 두어진 이후에는 아직 국면이 끝나지 않았고, 더 이상 느슨해질 여유도 없었다.

 

이 바둑은 리웨이칭이 초반에 아주 잘 두어놓고 뒤에 역전을 당했다. 거기에는 여러번 승리기회를 놓친 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흑145에서 백152라는 두 수에서 신진서가 역전시킨 근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리웨이칭이 실수를 범한 배후는 사람의 마음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함께 더 열심히 갈고닦도록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