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시화(施化)
한동안 중문여론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화제는 의심의 여지없이 '대만'이다. 인상 속에서 인기검색어 1위가 아니더라도면 2위에는 올라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서방은 어떻게 대만을 핑계로 삼아 중국을 포위탄압하는지, 대만독립분자들이 어떻게 창궐하며, 미국아버지의 군사역량을 빌어 호가호위하는지, 대만의 신생대(新生代)는 대륙과 점점 멀러지고 있는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대만을 무력으로 해결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든지, 시진핑 신정권이 손을 쓸 것인지 아닌지, 대만해협전쟁은 언제 시작할 것인지. 등등.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현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클 때까지, 청년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수십년동안, 중국대륙에서 대만 이슈의 열기는 식은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에 다닐때의 일도 기억난다. 금문도포격사건은 이미 지나갔지만, 미국과 장개석이 대륙으로 반격해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떠돌았다. 당시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조직하여 노획한 전리품을 전시하는 전람회를 관람하기도 했다. 인상깊었던 것은 미제 미니트랜지스터라디오였다. 작고 예뻤으며, 기능도 좋았다. 당시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대만은 가난과 고통에시달리면서 백성들은 조국의 품으로 되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젊었을 때, 한때 군대문공단(文工團)에 발을 들인 적이 있다. 부친의 가까운 친구를 만나러 간 적이 있는데, 총정(總政) 군려작곡가 샤오허(曉河) 숙부였다. 그가 자신의 대표작을 창작한 경위를 흥겹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는 반드시 대만을 해방시킬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노래는 내가 있던 문공단이 1971년 수도국경연환회에 참가할 때의 프로그램에 들어 있었다. 당시 나도 관현악단안에 앉아 있었고, 악곡을 위하여 미력한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보탠 바 있다.
그 이후의 일은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 어쨌든 매번 큰 명절이나 회의가 있을 때면, 베이징은 항상 대만에 대한 최신선언을 내놓곤 했다. 무슨 "구이컨센서스(九二共識)", "일국양제(一國兩制)" "반국가분열법(反國家分裂法)". "군사선택유보(保留軍事選項)"부터 최근의 국방동원(國防動員), 미사일시험발사, 집중군사훈련, 무인기대만교란 등등. 각양각색의 뉴스가 끊인 적이 없다.
이렇게 되다보니, 대륙매체의 계속된 선전으로, 대륙의 14억 동포들은 거의 모두 대만문제전문가가 되었다. 대만의 현상과 귀속을 얘기하면 말이 줄줄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은 산시(山西)와 샨시(陝西)를 구분하지 못하고, 닝샤(寧夏)와 깐수(甘肅)이 접경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대륙과 70년간이나 떨어져 지낸 대만에 대하여는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고 있다. 수시로 대만을 수복한 후에 언젠가 해협지하철도를 통해 직접 고속철을 타고 타이페이로 가서 비를 구경하고 싶어한다.
어느 대륙의 문인은 특별히 대만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해안선은 구불구불하고 길다. 다만 대만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향하는 최전선이다. 대만이라는 '베란다'가 있어야 중국인은 드넓은 태평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대만을 잃으면, 우리는 직접 태평양을 품에 안을 수 없다. 태평양과의 사이에 '제삼자'가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만이 중국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말해준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썼다. 중국대만과 일본,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엮어서 보면 하나의 포물선이 된다. 미국은 그것을 '태평양제1도련'이라고 부른다. 이 도련에 군사기지 백여곳을 설치한 것은 마치 하나의 긴고(緊箍, 손오공의 머리를 옥죄는 테)처럼 중국연해를 봉쇄하고 있다. 중국대만은 이 '제1도련'의 열쇠고리이다.(단지장 <중국국가지리). 운운. 이런 류의 문자는 샤오펀홍들이 읽으면 가슴이 끓어오르고, 머리에 열이 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등소평의 비밀유언이 부주의로 공개되어, 항간에 흘러나왔다. 그것을 본 사람은 혹시 느끼는 바가 있어 생각을 바꾸게 되지는 않을까?
이 유언은 대만문제에 관한 것이다. 등소평이 말년에 대만에 관한 정치적 유언을 녹음했다고 한다. 지금도 엄격하게 기밀로 보호되고 있다고 하고. 당시 단지 정치국위원과 대군구의 정직(正職)급에게만 전달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유언의 핵심내용을 옮겨보기로 한다:
"....여러 해동안, 당내외의 자산계급자유화분자들이 준동하고 있다. 소위 대만경험을 배우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나에게 장경국을 배워서, 당금(黨禁)을 해제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런 정치동채는 마땅히 우리가 백배 경계해야 한다. 전당이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대만문제는 현재 우리와 국민당간의 역사적 은원을 넘어섰다. .....대만문제의 해결은 사회주의제도의 중국에서의 생사존망과 관련되고, 공산당의 생사존망과 관련된다.....여건을 만들어, 하루빨리 대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만은 홍콩과 다르다. 홍콩은 조차조약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백년후에 해결할 수 있었다. 대만은 조약이 없다. 계속 끌게 되면, 우리에게 불리하다. 끌면 끌수록 해결이 어려워진다. ....대만문제는 후진타오 동지의 2기 임기내에 해결해야 한다. 2012년을 넘어가면 안된다. 우리 당의 제18차 전국대표대회가 대만문제를 해결한 경축대회가 되기를 바란다....장쩌민동지는 공을 다투려 하지 말고, 함부로 나서지 말라. 착실하게 후진타오 동지가 대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모주석 그리고 나와 여러 원로동지들이 수십년간 대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해왔다. 오직 후진타오동지가 우리 당을 대신하여 수확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이 유언의 진위를 고증하기 어렵다. 그러나 두뇌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최근 들어 발생한 사실을 놓고 논리적으로 추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사실. 장쩌민의 재임기간, 확실히 대만에 대하여 약간의 동작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공포탄인 미사일을 발사한다든지. 그 뒤에 군사행동이 뒤따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파격적으로 등소평의 생전안배를 따라, 권력을 지정된 후계자인 후진타오에게 물려준다. 소위 '파격'이라는 것은 중공은 역대이래로 매번 권력이양때마다 피비린내나는 투쟁이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외도 없이. 후진타오의 권력이양도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만일 적시에 보시라이와 저우용캉을 잡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누구도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의 시진핑은 아예 권력을 이양하지 않는다. 장쩌민의 파격적인 평화적 권력이양은 당내의 고위층들이 등소평의 유언을 따른 것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또 하나의 사실. 시진핑이 20대이후 성공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것도 역시 중공고위층의 컨센서스에 기반한다. 필자의 추측으로, 다수인들이 묵인했다. 시진핑이 임기내에 중공의 최대심복지환을 해결하여 대만을 무력으로 수복할 것이라고. 이 멍청이는 경제를 다루는데는 재능이 없지만, 무력행동은 아마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견해는 내가 다른 글에서도 보았다. 그 뜻은 대체로 이러했다. 대륙의 상하에서 현재 두 가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다. 탐관오리는 다 죽여버리고, 대만을 평정한다. 대만문제는 대사이고, 그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일이다. 나머지 민생문제, 경제문제, 인구와 환경문제등은 모두 순위가 밀린다. 시진핑은 아마도 바로 이것때문에 얼굴두껍게 황제에 오를 수 있었고, 그다지 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이 누설된 유언을 반복해서 읽어보고나니 지금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소위 대만통일의 진정한 '초심'은 바로 우리같은 선량한 동포들이 생각하고 있는 무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것이나, 한족조상의 통일대업을 완성하거나, 대국굴기의 지연정치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동기는 단지 하나의 우려때문이었다. 대만을 없애지 않으면, 중공이 끝장날지 모른다는.
반세기여동안 대만은 권위주의정치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고, 자유민주의 길을 걸었다. 대만이 자유민주를 실현한 의미는 경제번영 그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 중공의 관료집단은 의식하고 있다. 대만민주화는 14억대륙민중에게 정치적인 모범이 되고 본받고자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미 자신에게 치명적이고 시급한 위협이 되어 버렸다. 대만은 중공의 심장에 꼳혀 있는 뽑아내지 못한 커다란 가시이다. 그외에 모택동, 등소평등 1세대들에 있어서, 대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공산당과 국민당간의 1세기에 걸친 생사각축을 최종적으로 마무리짓는 것이다. 반드시 중공의 완승으로 이 역사를 끝내야 한다. 실패는 용납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확연히 깨닫겠다. 원래 지지고 볶고 시끄럽게 굴던 것이 모두 조가인(趙家人, 권력자)들 스스로 만든 골치거리였고, 우리같은 노재(奴才, 일반백성)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먼저 분명히 해야할 점은 대만이 존재하느냐 여부가 자신의 실제이익, 장기이익과 무슨 구체적인 관계가 있느냐이다. 나는 모든 글자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하고, 100% 확실한 진리만을 써야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일 이런 이치가 자신에게도 해가 된다면 그것은 독주이다. 조심해야 한다.
대만의 존재는 모든 중국인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주고 있다. 만일 대륙의 장래에 대만이라는 조화로운 사회, 따스한 인정, 만족할만한 복지가 있게 된다면, 꿈속에서라도 웃으면서 깰 것이다. 대만인의 연평균수입은 3.5만달러가량으로 인민폐 25만위안에 상당한다. 대만의 보건복지는 글로벌의료제도중 가장 성공한 사례라는 평을 듣는다. 진료받는데 50대만달러만 내면 된다. 결혼후 아이를 낳는데, 정부에서 영양보조금과 급여도 지급하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비용을 모조리 정부가 부담한다. 농민양로금은 대륙공무원의 급여보다 높다. 대만의 복지는 미국보다 선진적이고, 앞서가고 있다.
대만의 존재는 중국인이 국제적으로 존중받는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보여준다. 대만여권은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비자면제를 받는다. 대만의 과학기술문화예술상업인재는 전세계에서 활약한다. 세계에서 대만처럼 경제도 발달하면서 생태도 좋은 도서는 보기 드물다. 삼림면적비율이 국토의 50%에 이른다. 짧은 20년동안, 대만은 아시아의 네마리 작은 용에 올랐고, 저급위탁가공산업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워냈다. 1970년대부터 반도체산업이 떠올라서, 지금은 반도체생산량 세계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의 존재는 풍부한 중국문화가 급속히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중화전통의 보류와 보호를 얘기하자면, 대만인들은 대륙보다 훨씬 앞섰다. 대만은 가로쓰기책, 번체자를 쓴다. 온량공검양(溫良恭儉讓)하며, 완벽하게 고궁을 보존하고 있고,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성품서점(誠品書店)도 있다. 완전하지 않지만 아래에 대만의 한어문화에 탁월한 공헌을 한 사람들의 명단을 한번 열거해보겠다: 호적, 임어당, 백양, 이오, 경요, 삼모, 이안, 등려군, 나대우, 비옥청, 장신철, 임청하, 주걸륜.
현재 대륙인들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대한 당의 영원한 생존을 위하여 부득이 진귀하고 아릅답고 휘황찬란한 것을 동풍미사일로 모조리 부숴버리려 하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가? 논리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가?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가?
어떤 사람은 우려한다. 현재 무력으로 통일하지 안흐면, 앞으로 영원히 대만을 잃게 될 것이라고. 그들은 반대로 말하는 것이다.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일단 전쟁을 시작하면, 중국은 영원히 대만을 잃게 될 것이라고. 잉글란드가 스코틀란드를 잃지 않은 것은, 캐나다가 쾨벡을 잃지 않은 것은 서로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중동의 혼란상황을 보라. 이웃간에 수백년간 싸우면서,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이미 상대방을 잃은 것이다. 이건 철칙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계에서도 그런 선례는 없다: 먼저 2천만인구를 죽이고, 다시 이민으로 채워넣는다? 세계질서가 그런 것을 용납할 리가 없다. 전후에 10분의 1의 대만인이 살아남더라도, 그들은 대대손손 중국대륙을 적으로 삼을 것이다. 하물며, 호주,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이 손을 잡고 막으면 중공이 대만을 공격하더라도 승산이 얼마나 될 것인가? 만일 실패하면, 대만동포가 남아있을까? 아마 한명도 없게 될 것이다.
기실, 그 중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다만 우둔하고 나태한 사람만이 머리를 쓰지 않는다. 마치 내가 계속하여 말해온 것처럼. 우둔은 모든 인류재난의 최종적인 근원이다. 재난은 탐욕스러운 악인이 조성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실제로 재난은 항상 대량의 우둔한 호인이 극소수의 탐욕스러운 악인을 뒤따라서 조성되는 것이다. 소수인들은 거대한 파괴력이 없다. 만일 아무도 그들을 추종하고 떠받들지 않는다면.
2023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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